"따듯한 마음을 나누고 상처를 보듬어 주는…"

[인터뷰] 공복순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대표 <br />
"군 피해를 겪고 있는 가족들 '심리치유' 우선"<br />
병문안·재판·장례식 '함께'하며 심리적 연대…"아픔 함께 나눌 것"<br />
심리상담가 등 전문가와 연결해 실질적 도움 주는게 '최종 목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21 12:08:54

△ 군피해치유센터

(서울=포커스뉴스) "그 때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줬다면, 누군가가 내 옆에만 있어줬다면 비참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20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사무실에서 만난 공복순(53) 대표는 아들을 잃고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쏟아냈다.

공 대표는 지난 2011년 4월 논산훈련소에서 8번이나 살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고(故) 노우빈 훈련병의 어머니다.

공 대표는 지난 16일 군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서로 의지·위로하기 위해 군피해치유센터 '함께'를 열었다.

유가족에서 센터 대표로 변신한 공 대표는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지만 씩씩한 목소리로 "잘 될 거예요"라며 자신감을 내비추기도 했다.

◆ 군 피해 트라우마로 인한 2차 피해…"안 겪어보면 모른다"

"군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다 포기하고 싶다. 먹고, 숨쉬고, 살아있는 게 죄스럽고 힘든데…"

공 대표가 군 피해자들의 심리치유를 위한 센터를 연 이유는 오롯이 자신이 겪은 일과 관련돼있다.

아들을 잃고 한 동안 집 문을 모두 걸어 잠그며 통곡하는 세월을 보낸 공 대표는 혹여 울음소리가 이웃집으로 새어나가지는 않을까, 이불을 뒤집어 쓰기도 했다.

공 대표를 일으켜 세운 것은 청소년문화센터에서 만난 한 수녀가 건넨 "신길동 수녀회에서 상담을 받아보라"는 조언이었다.

공 대표는 "나만 살겠다고 돈(상담비)을 쓰는 것 같아, 그마저도 우리 애한테 미안해 중간에 관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은 그 때 상담 받은 효과로 내가 버텼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깨달은 공 대표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곳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깨닫고 센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공 대표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군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상담센터는 전무하다"며 "노무현 정권때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있었지만 현재는 아예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탄식했다.

이어 "군 피해가족 중 자살하는 사람도 있고 가정이 깨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자식이 죽은 것도 끔찍하지만 그 후 감당해야 하는 2차 피해도 무섭다"고 설명했다.

공 대표는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이 센터의 주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센터 문을 연지 일주일도 안됐지만 부산, 천안, 하남 등 전국에서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전화가 꽤 많이 걸려오고 있다고 공 대표는 전했다.

공 대표는 부산에서 걸려온 한 사연을 소개했다. 수화기 너머로는 군에서 손자를 잃은 애달픈 사연이 담겨 있었다.

공 대표는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을 하고 있는 할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며 "자신의 손자가 제대 2개월, 휴가 열흘을 남기고 2011년 1월 9일에 자살을 했다고 군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군에서는 목을 매달았다고 하는데 발은 땅에 닿아있었다고 했다"며 "할머니가 전화로 '공짜는 원하지 않고, 변호사 실비만 받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냐'고 사정을 하셨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의 눈물을 보였다.

'후원자는 몇명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공 대표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아직 한자릿수 밖에 안되는 '미약한' 시작이지만 공 대표는 차차 활동 반경을 넓혀가며 이 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후원자도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다.


◆ 군 피해자 가족들과 마음 나누는 따뜻한 센터 되는게 '꿈'

"피해자 엄마들이, 치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하면 섣부르게 죽은 아이들을 '잊으라고'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공 대표는 섣부른 위로 보다는 같은 아픔을 한 사람들끼리 따듯한 마음을 나누고 서로 상처를 보듬어 주는 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관련된 공부와 활동을 하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군 피해 가족을 도와줄 전문가들을 많이 섭외하고 그들을 피해자들과 '연결'해주는 것이 이 센터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군피해치유센터 '함께'는 아직 실질적인 심리상담을 해줄 수 있는 선생님이나 전문가들이 구성되지는 않았지만 공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조바심내지 않고 군 피해자들과 '함께' 심리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것을 우선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공 대표는 "자신이 겪어보니 아이들 기일에 우리 식구만 있는 것과 남의 식구가 있는 것은 감정적으로 많이 다르다"며 "가족과 연대하며 마음을 나누는 일들은 내가 개별적으로도 해왔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문안, 재판참석, 장례식, 추모집회 등을 함께 챙기는 등 심리적 연대를 우선할 것"이라며 "이후 전문가들과 피해자들을 연결해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에서 공복순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에서 공복순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1.20 성동훈 기자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군 피해 치유센터 '함께' 에서 공복순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복순 대표는 2011년 4월 논산훈련소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노우빈 훈련병의 어머니이며 최근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를 만들었다. 2016.01.20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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