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다해 “뮤지컬 ‘벽뚫남’은 내 운명…연기하며 힐링”

남편에게 자유를 억압당한 채 살아오다 듀티율과 사랑에 빠지는 이사벨役<br />
오는 2월 14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15 14: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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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6년차 뮤지컬 배우의 ‘연륜’이 묻어났다. 라이선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이하 ‘벽뚫남’) 속 배다해는 다소 적은 분량에도 특유의 청아한 목소리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주인공 듀티율(이지훈·유연석)이 첫눈에 반하는, 자유를 억압당한 여인 이사벨의 모습을 여유롭게 표현해냈다. 이를 본 관객들은 온전히 극에 몰입했다.

긴장감에 몸을 떨 뮤지컬 데뷔작 ‘셜록홈즈’ 때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무대를 즐기기 시작하던 ‘아르센 루팡’ 때와도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캐릭터에 몰입해 단순히 ‘표현’하기 바빴던 이전 연기들과 달리 ‘벽뚫남’에서의 배다해 연기는 이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었다.

‘벽뚫남’ 공연이 있던 날, 공연장 앞 카페에서 만난 배다해는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공연이 채 4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다소 긴장된 모습일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 이유는 곧 이어진 배다해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요즘 이 작품을 보고, 배우고, 직접 연기하며 힐링하고 있어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 어린 말들이 인터뷰 내내 쏟아졌다. 공연 회 차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공연 시작 때와 달라진 점 역시 ‘아쉬움’이었다. 배다해는 “난 ‘벽뚫남’ 지방 공연은 가지 않아 서울 공연이 마무리되면 정말 끝이 난다. 초반에는 실수 없이 공연하기에만 바빴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매신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 회 공연이 끝날 때마다 아쉬움이 커지는 것 같다”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벽뚫남’을 본 사람이라면 배다해의 애정이 과하다 느낄 수도 있다. 여주인공이지만 1막에서는 거의 얼굴을 비추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지적하자 그는 “맞다. 난 2막 배우”라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여자가 주인공인 뮤지컬 아니고서는 여배우들의 분량은 다 비슷하다고 봐요. ‘벽뚫남’도 분량만 보면 만족스럽지 못하죠. 하지만 작품 자체가 정말 예쁘고, 노래도 좋아서 애정이 갈 수밖에 없어요. 또 제게는 첫 라이선스 뮤지컬이라 더 의미가 깊고요. 마치 메이저리그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하하. 그리고 2013년 ‘벽뚫남’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전화까지 했는데 그때는 캐스팅이 끝나 못했어요. 나와 인연이 아닌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하게 된 거죠. 내게는 운명 같은 작품이에요.”

뮤지컬 '벽뚫남'은 프랑스의 국민 작가 마르셀 에메의 소설(Le passé-muraille)을 원작으로, 영화 '쉘부르의 우산'의 유명 작곡가 미셸 르그랑이 작곡한 뮤지컬이다. 우연히 벽을 뚫는 능력을 갖게 된 우체국 공무원 듀티울이 검사 남편의 의심 속에서 감금 생활을 하는 여인 이사벨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남편에게 자유를 억압당한 채 주인공 듀티율과 애절한 사랑을 나누는 캐릭터 이사벨. 예전의 배다해라면 분명 한없이 처연한 모습으로 연기하다 클라이맥스에서는 넘버를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펑펑 눈물을 쏟았을 거다. 그러나 달라져 있었다. 슬픈 감정은 충분히 전달하면서도 그는 흔들림 없이 모든 넘버를 소화하며 시종일관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다.

집중력 있는 연기에 칭찬을 건네자, 배다해 역시 “나도 연기가 늘었다는 게 느껴진다”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예전에는 무대에 서 있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젠 연륜이 좀 생긴 것 같다”며 “연기와 노래를 많이 해서 느는 것도 있지만 모든 게 삶과 이어져 있는 것 같다. 인간적인 연륜이 쌓이다보니 좀 더 공감되게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듀티율 역에 더블 캐스팅된 이지훈, 유연석과의 호흡에 대해 배다해는 “매우 좋음”이라는 공통된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전혀 달랐다.

“(유)연석이랑은 12월에 많이 했고, (이)지훈 오빠랑은 요즘 자주 만나고 있어요. 지훈 오빠는 워낙 베테랑이다 보니 발산하는 에너지가 굉장해요. 그래서 제가 끌려가는 편이에요. 반면 연석이는 순수한 면이 있어요. 연기랑 톤이 뮤지컬 배우와는 다르다 보니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연기를 하죠. 그래서 서로의 아픔이 보듬어주는 부분이 더 잘 사는 것 같아요.”

또 이번 작품을 통해 배다해는 첫 키스신에 도전했다. 이지훈-유연석과 매 공연 키스신을 선보이는 것에 수줍은 모습을 보이던 그에게 에피소드를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배다해는 “배우의 팬들이 공연에 오시다 보니 가끔 키스신이 진행될 때 객석에서 ‘으악’하고 소리를 지리는 분들이 계신다. 항상 비련의 여주인공만 하다가 키스신을 하려니 나도 좀 어색하긴 하다”고 전했다.

배다해는 이지훈과 유연석 외에도 조재윤, 고창석 등 함께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감탄과 함께 “닮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냈다.

“이 작품이 대단한 게 듀티율과 이사벨뿐만 아니라 변호사, 의사, 매춘부 등 모든 캐릭터에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죠. 그래서 ‘벽뚫남’을 몇 차례 재 관람 하는 분들도 계세요. 나도 공연이 없는 날은 모니터를 꼭 하는데 객석에서 보면 정말 다들 대단해요. 내면의 아픔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게 아니라 웃기게 표현하는데 쓸쓸한 삶의 무게가 느껴지더라고요. 나도 언젠가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그런 감정이 표출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까지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는 것에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항상 곁을 지키는 팬들을 향해 굳은 다짐을 남기며 변함없는 지지를 부탁했다. “아직은 믿고 보는 배우가 아닐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피나는 노력을 할 거예요. 하지만 ‘기다려달라’는 말보다는 ‘믿어달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주는 분들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한편 배다해가 출연 중인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서울 공연은 오는 2월 14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배다해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서 이사벨로 지난 11월 부터 열연 중이다. 공연은 2월 14일까지다. 사진은 배다해의 공연 모습. 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뮤지컬 배우 배다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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