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자가당착 빠진 검찰…“당시 수사검사 주장일 뿐”
패터슨 마지막까지 결백 주장…검찰, 오후 늦게 구형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15 13:14:58
△ 패터슨의 충혈된 눈
(서울=포커스뉴스) “거짓말 탐지기 결과 리에게서 현저한 거짓말 반응 결과가 나왔다.”
패터슨 측의 주장이 아니다. 18년 전 검찰 측의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15일 열린 아더 존 패터슨(37)의 12차 공판에는 오전 내내 피고인 측 증거설명이 진행됐다.
변호인은 앞선 재판과정에서 설명했던 주장의 근거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마지막까지 패터슨의 결백을 주장했다.
패터슨 측이 제시한 증거에는 당시 수사검사의 수사기록도 포함됐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검찰은 ‘패터슨은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 에드워드 리(37)는 수차례 진술을 번복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또 검찰이 리에게 ‘당신이 사람을 죽였나요’라고 10차례 질문했고 리에게서는 현저한 거짓말 반응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리의 아버지 이모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어린 학생이 검찰에서 강압적으로 조사를 받았다. 당시 100kg이 넘었고 손가락에 끼는 장치도 제대로 설치됐을지 의문”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변호인의 반박과 지적은 이어졌다.
변호인은 “당시 수사기록에 따르면 리가 잭나이프 칼을 접고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 화장실로 들어갔다”면서 “검찰이 패터슨에게 칼이 건네졌다고 파악한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기록에는 또 리에게 스프레이로 뿌린 형태로 묻은 핏자국은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라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됐다.
더욱이 마리화나와 LSD 등 마약을 수차례 복용해 봤다는 당시 리의 검찰조사 기록도 공개되면서 검찰이 다소 몰리는 형국이 됐다.
다만 리는 조서 말미에 “모두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고) 마약이나 대마를 한 것 때문에 처벌 받길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재판부가 검찰 측에 의견을 묻자 검찰은 “당시 수사검사의 주장일 뿐이다. 의견 없다”고 짧게 답했다.
오전 재판 말미에 패터슨의 의견서도 공개됐다.
패터슨은 의견서에서 “리가 보여줄게 있다고 해서 화장실로 따라갔을 뿐이다. 마약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로 알았다”고 밝혔다.
또 “검찰의 주장은 처음 보는 사람을 리의 종용에 내가 죽였다는 것인데 말이 되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에 새로운 범행결의를 세웠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패터슨은 “리는 손을 씻기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고 주장한다”면서 “손을 씻는 게 목적이었다면 제가 화장실로 들어오는 모습을 어떻게 보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손을 씻는데 집중하던 사람이 그의 시야에 벗어난 일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어 “거울을 통해 목격했다는 리의 주장은 수차례 바뀌었다”면서 “리는 술과 마약에 취해 정확한 자신의 행위를 기억하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지시받아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패터슨은 또 “검찰에서 진행된 현장검증 당시 리는 제가 조끼를 벗었다는 언급을 수차례 했다”면서 “범행 직후 도망쳐 나온 리는 내가 조끼를 벗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2시에 재판을 속개하고 나머지 증거검토를 마무리 한 뒤 결심 절차를 밟는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지난 1997년 4월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씨가 칼에 찔려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다.
검찰은 당초 사건을 리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짓고 리와 패터슨에게 각각 살인과 증거인멸죄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1998년 9월 리는 증거불충분으로 서울고법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리의 무죄 선고 이듬해 조씨의 부모는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지만 패터슨은 이미 미국으로 떠난 뒤였다.
이로부터 12년 뒤인 2011년 12월 검찰은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다시 기소했다.
법무부는 2011년 5월 미국에서 패터슨을 검거한 뒤 범죄인인도 재판에 넘겼고 미국 LA연방법원은 2012년 10월 패터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패터슨은 법원에 인신보호청원과 이의신청서를 내는 등 한국 송환에 저항했지만 결국 지난해 10월 23일 국내로 송환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이태원 살인사건'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이 지난해 9월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돼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15.09.23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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