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무슬림은 IS 유혹에 넘어가지 않아
세계최대 무슬림국가지만 IS 가담자 거의 없어<br />
이슬람 교리 따르는 건전한 무슬림 중심 잡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15 11:30:56
(서울=포커스뉴스) 14일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수도 자카르타 한복판에서 테러를 저지른 인도네시아는 2억 명의 무슬림이 사는 세계 최대 무슬림국가다. 호주 법무장관은 얼마 전 IS가 인도네시아에 ‘원격 칼리프국가’의 건설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도심 테러로 IS가 인도네시아에 거점을 마련하려 애쓰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외국인 지망자들이 IS 전사(戰士)가 되겠다며 시리아와 이라크로 줄줄이 건너가고, 여타 극단주의 폭력 조직들이 2014년 6월에서 2015년 12월 사이 세력을 2배로 불린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에 가담하는 인도네시아 출신은 아예 없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945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이래 인도네시아도 나름대로 테러와 지하드(성전·聖戰)를 경험했다. ‘다룰 이슬람’이라는 단체는 1949년 ‘이슬람 국가’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세속(世俗) 국가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일련의 무장 항쟁을 계속하다가 1960년대 초 지하로 숨어들었다. 이후 이 단체는 여러 분파로 쪼개졌다. 인도네시아 지하드 전사들 가운데 일부는 소련의 아프간 점령기(1979~1989년)에 아프간으로 건너가 무자헤딘(무장 게릴라 조직)이 되었지만 그들 대부분은 직접 전투에 참여하기보다 훈련을 받는 데 그쳤다.
인도네시아에도 IS의 거점은 분명 있다. 자카르타 소재 ‘분쟁에 대한 정책분석 연구소(IPAC)’가 2014년 9월 펴낸 보고서는 △인도네시아를 대상으로 한 IS의 모병(募兵)·선전(宣傳) 전략 △IS에 대한 집단 충성서약 사례 등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IPAC는 또 다른 보고서에서 “시리아 분쟁은 어떤 외국 전쟁도 이전에 못한 방식으로 인도네시아 극단주의자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며 그 이유로 △시리아 수니파 무슬림의 고통 △이슬람 칼리프국가 회복 전망 △최후의 전쟁이 시리아에서 벌어진다는 이슬람의 예언을 들었다.
IS가 인도네시아 무슬림을 상대로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어쨌든 인도네시아 무슬림은 “여기 와서 함께 싸우자”는 시리아 내 IS의 부름에 거의 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 보안컨설팅 기관인 '수판그룹(Soufan Group)'이 지난 12월 초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병사의 수는 2만7000~3만1000명에 이른다. 출신국가는 모두 86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판그룹은 이 수치가 2014년 6월을 기준으로 이전 1년 동안 유입된 1만2000명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병사들의 출신지는 중동, 그리고 리비아·튀니지·알제리 등 ‘마그레브’ 지역이다. 이 두 지역에서는 각각 8000여명이 이라크와 시리아로 향했다. 유럽이 5000여명으로 뒤를 이었는데 이 수치에는 구소련 지역 출신 4700여명이 포함돼 있다. 인도네시아 출신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IS가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요인으로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교단 ‘나들라툴 울라마’(Nahdlatul Ulama·NU)의 존재를 들었다. 신도 5000만 명의 NU는 무슬림에게 동정심, 포용력, 타종교에 대한 관용을 강조한다. IS의 근본주의 교리와는 정반대다. NU 최고회의 사무총장 야흐야 초릴 스타쿠프는 “우리는 IS의 생각에 직접 도전하고 있다. IS는 이슬람이 획일적이기를 원한다. 만약 그들의 생각을 따르지 않고 다른 생각을 가진 이슬람이 있으면 그런 사람들은 죽임을 당해야 할 이교도라고 본다”라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NU 외에 ‘인도네시아 종교학자 위원회의 형제애 포럼’이라는 연합체를 포함한 여타 주류 무슬림단체들 또한 IS의 이념을 배격한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전사를 많이 보내는 나라들은 △정치적으로 억압적이거나(사우디아라비아) △정치적으로 불안하거나(튀니지) △소수파 무슬림을 차별한다(러시아).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그 어느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국가다.
중동의 억압적이고 변덕스러운 국가들이나 주변화된 유럽의 무슬림 공동체들과는 달리 인도네시아 무슬림은 이슬람 정통 교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에 IS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의견이다. 이번 자카르타 도심 테러는 이처럼 중심을 잡고 신앙생활을 하는 인도네시아 무슬림에 IS가 분통을 터뜨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테러가 발생한 자카르타 도심에서 14일 경찰이 경계를 펼치고 있다.(Photo by Oscar Siagian/Getty Images)2016.01.15 ⓒ게티이미지/멀티비츠 (Photo by Ulet Ifansasti/Getty Images)2016.01.15 ⓒ게티이미지/멀티비츠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