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민영화가 힘든 이유 4가지

고질적 관치금융, 조선·해운업 등 위험대출도 많아<br />
해외은행들 한국서 고전, 예대마진 의존 등 투자매력도 '불충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15 07:45:01

(서울=포커스뉴스) 중동 국부펀드가 한국 정부와의 우리은행 지분 매입 협상을 잠정 중단하기로 하면서 우리은행 민영화는 다시 미궁에 빠졌다.

업계는 사실상 우리은행 민영화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매각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은행업의 고질적인 관치금융 형태와 위험자산이 높은 우리은행의 자산구조 등이 투자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치금융 굴레 못 벗어

2014년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시절, 중국 안방보험이 우리은행 인수를 타진했다. 당시 교보생명도 물망에 올랐으나 막판 입찰을 철회하면서 최종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당국이 개인 대주주가 있는 교보생명과 외국 자본이 우리은행을 인수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 얘기가 돌았다.

또 국내 유수의 금융지주 핵심 임원들이 정부와 가까운 인사로 채워지면서 관치 금융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현 이광구(사진) 은행장도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으로 은행장 후보 시절부터 외압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은행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예대마진과 수수료 등도 금융당국의 개입도가 커 수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대출 비중 높고 위험부실도 높아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건설, 조선, 해운 등 위험업종 여신규모가 가장 큰 은행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이들 업종에만 2조3228억원을 빌려줬다. 조선, 해운 업종은 세계 경기 둔화에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올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은행들은 당장 4분기 대손충당금이 급증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4분기 추정 영업이익은 2272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2.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고정이하여신(NPL) 비율과 연체율도 가장 높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NPL 비율은 평균 1.17%로 우리은행의 이 비율은 1.68%다. NPL 비율은 은행의 대출 중 떼일 가능성이 있는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우리은행은 위험부채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예대마진에 의존, 수익성 '의문'

투자은행(IB) 업무 비중이 적고 이자마진에만 목을 매는 현재 영업 구조도 투자를 꺼리게 만든다.

시중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작년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예대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이와 같은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단순히 예대마진만으로는 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은행의 지난해 9월말 현재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0.37%, 4.73%로 글로벌 은행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해외은행들, 한국서 명맥만 이어

글로벌 투자금융그룹인 씨티은행과 제일은행을 인수한 한국SC은행 등은 국내은행들에 밀려 명맥만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씨티은행 등 외국계 금융사들은 매년 수익을 해외본사로 이전하는 등 국내에서 벌어들인 부(富)를 해외로 빼돌린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금융, 특히 은행과 관련해선 외국계 자본에 인색한 국민정서도 감내할 수도 있어야 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을 강제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영업중인 외국계 금융사들을 보면 해외진출이 꼭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은행에 투입돼 현재 회수되지 못한 공적자금 4조7000억원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우리은행 지분을 주당 1만3500원에 팔아야 한다. 우리은행의 14일 현재 주가는 8000원대로 정부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팔아야 할 필요도 없다. 손해를 보고 팔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광구 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는 '인심제 태산이(人心齊 泰山移)'를 외치며 올해 민영화를 반드시 완수하자고 외쳤다. 그러나 은행장의 의지만으로는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이광구 은행장의 임기는 2년이다. 벌써 임기중 1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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