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4·13> '핫코너'를 가다…서울 은평을(2)

3파전…현장 분위기는 여전히 이재오 '아성' <br />
"은평구는 달동네" 지역발전 요구 민심 높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15 06:00:11

△ [그래픽] 은평을 지난 선거 결과

(서울=포커스뉴스) 대선·지방선거에서는 야당 표심을 보이면서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모순'을 지닌 지역, 은평을. 이 지역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같은 지역구 5선을 기록 중이다.

다가오는 20대 총선. 이 의원이 '6선' 타이틀을 달까, 도전자에게 자리를 내줄까. 은평을 총선 결과에 흥미 어린 시선이 모이고 있다.

<포커스뉴스>는 은평을 지역구를 두루 다니며 민심을 들었다.

◆ 삼파전인데…이재오 후보 두고 "된다" vs "안 된다" 의견 팽배

은평을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는 모두 셋이다. 현역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임종석 전 의원(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그리고 정의당 김제남 의원(19대 비례대표·원내수석부대표).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만난 지역구민들은 이 의원을 제외한 다른 예비후보들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다.

취재에 응한 이들에게 "은평을에 출마하는 이재오-임종석-김제남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냐"고 물어도 "임종석-김제남 후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은평구에서 8년을 거주한 김주영(32·대학원생)씨는 "총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후보를 정확히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이재오·임종석·김제남 삼파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어진 말에 "임종석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김씨는 "김제남이 국회의원 가운데 친환경 의식이 있고 의정활동에 화이팅이 넘쳐 뽑고 싶다"면서도 "지지기반이 약해 사표가 될 것 같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은평구에서 자영업을 했다는 주민 김수연(56·여)씨는 세 후보에 대해 "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로 누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어쨌든 임종석·김제남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10여년 간 은평구에 살고 있다는 남매 김주희(여)·주훈(30)씨, 임대업에 종사하는 김동욱(62)씨 모두 임 전 의원·김 의원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은평을 4·13 총선 후보자들에 대한 지역구민들의 민심은 "다른 후보는 다 모르겠다" 혹은 "이재오"였다. "이재오가 될 것 같다", "이재오는 아닌 것 같다" 등 이 의원에 대한 의견이 팽팽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연신내역 앞에서 만난 박여숙(78·여)씨는 "특별히 지지하는 후보는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이재오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 역시 이 의원 외의 후보는 알지 못했다.

그는 이 의원이 "노인들에게 적극적이고 지역을 위해서도 열심히 한다"며 "딴 사람은 잘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누구를 할지 새누리당에서 누구를 할건지 아직 잘 모른다"고 했다. 박씨에게는 이 의원의 소속 정당이 새누리당이라는 인식이 희박해 보였다.

문승호(60·직장인)씨는 지지하는 후보를 묻는 말에 "이재오"라면서 "5선을 했다. 이제 6선인데 힘이 좀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방일호(40·직장인)씨는 "지지하는 후보는 없다"면서도 "젊은 층은 정치 쪽에 관심 두는 사람 아니고서는 많이 보면 (얼굴이) 익숙해지고 또 익숙해지면 내 것 같고 그렇다. 지역에 오래 나온 이재오가 익숙한 얼굴"이라고 말했다.

은평구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이지혜(36·여·프리랜서)씨 역시 '친숙함'을 이유로 이 의원의 손을 들었다. 그는 "학교 다닐 때부터 자주 마주쳐 좋아했다"며 "개인적으로 이재오를 좋아한다"고 했다.

불광역 근처 대조시장에서 만난 이흥규(76)씨는 지지후보를 묻자 "새로 나오는 사람은 누군지 모르겠다"며 "이재오가 나올 것 같으니까 미는 수밖에 없다. 쭉 해왔으니 낫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지역구민이 이 의원을 지지하진 않았다.

배지원(20·여)씨는 지지하는 후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재오씨는 아닌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 의원이 국회의원을 해도) 바뀐 것도 없는 것 같다"며 "(정치인 중) 괜찮은 사람도 없다 생각한다. 새누리당도 새누리당이고 그 사람(이 의원)도 아닌것 같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김모(26·학생)씨는 "은평은 정치적으로 많이 이용되는 곳"이라며 "이 의원이 이명박 정권 때 이용됐다. 이 의원의 정치 생명은 거의 끝났다고 봤는데 또 뭘 노리고 출마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김씨는 "(이 의원이) 동네보다 중앙당에서만 활동한다"며 "(이 의원이) 정치적 이득만 노린다고 하면 비약이겠지만 결론적으로 결과가 그렇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세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운수업에 종사하는 김선호(66·기사)씨는 "이재오가 국회의원이지만 실제로 해 놓은 게 아무것도 없다. 이 지역에서는 고연호(국민의당)씨라고 매번 나온 사람이 있다"면서 "딴 사람한테 밀리고 추천도 못 받고 해 마음적으로 안쓰럽다"고 했다.

이어 "어떤 소속으로 나올진 몰라도 그분을 찍고 싶다"며 "진정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오가 될 것 같다'고 말한 박씨는 "후보에는 관심이 없다"면서도 "국민의당에 관심이 많다. 선거가 바뀌고 깨끗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 은평구, 낙후된 지역…"삼류 정치 하지 말고 지역 발전 힘써달라"

<포커스뉴스>가 만난 은평을 지역구민들은 "정치인들이 공약을 안 지킬 것 같다"면서도 "공약대로 낙후된 지역을 개발해달라"고 요구했다.

은평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채모(여)씨는 "솔직히 누가 나오더라도 바뀌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정치인들이) 원래대로, 공약 세운 대로 어긋나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흥규씨는 "(은평구는) 달동네"라며 "불광 5구역 같은 데 재개발이 빨리 되면 좋겠다. 호텔이 들어오고 여러 가지 얘기 하더니 그 말은 또 어디 없다. 전문대같이 큰 걸 지으면 지역발전도 되고 할 텐데 추진력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은평구와 인접한 마포구 상암동을 들며 "상암은 경기장도 있고 디지털센터도 있다. 여기도 그렇게 발전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다선이라 '힘이 있어' 지지한다던 문승호씨는 "은평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지역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근린 시설이 많이 들어오고 공원이 생기면 좋겠다"면서 다만 "(정치인들은) 전체적으로 물갈이했으면 좋겠다. 다들 느끼겠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정치가) 너무 창피하다"고 지적했다.

연신내역에서 만난 방일호씨는 "(은평구 정책이) 잘되고 있는 건 모르겠는데 모자란 건 많다"며 부족한 점들을 쏟아 냈다.

방씨는 "보도블록이 엉망인 걸 보면 알 수 있듯 인구 밀도가 높다"며 "삶의 질이 좋지 않다. 차도 불법주차가 많고 공원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다세대 주택 골목에서는 불량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등 치안도 안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가 우리나라 국민은 일류고 기업은 이류고 정치는 삼류라고 그러던데 삼류 정치 말고 수준에 맞는 정치를 하라"며 "정치 생명력을 이어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지 몰라도 맨날 말을 바꾼다. 국민을 가지고 노는 정치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익명을 요구했던 김씨는 "본인에게 안 부끄러운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며 "구태의연한 정치를 하면 자기들은 안 민망한가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힘 과시·갑질하지 말고 정말 춥고 배고픈 사람들, 서민들에게 잘해달라"면서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줄이고 봉급도 깎고, (의원이) 자전거 타고 다니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김모(60·여)씨는 "국회를 보면 이씨 조선처럼 당파싸움만 한다"며 "정치인들이 실망스럽다. 싸우지 말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경제를 어렵게 하지 않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도 "은평구는 딱히 나쁘지 않다. 교통도 편하고 물가도 싸 은평구에 사는 데 그다지 불편한 점이 없다"고 말했다.

공약을 중시하는 목소리도 눈에 띄었다.

배지원씨는 "오래된 시설 등이 깔끔해지면 좋겠다"며 "(정치인들이) 말한 공약이나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초등학교 근처에서 만난 배성수(69)씨는 "지역을 위해 나아가 국가를 위해 (일하는) 그런 후보를 판단하겠다"며 "(후보자들이) 공약을 다 발표할 테니 공약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한편 갈현초등학교 근처에서 만난 김유경(44·여)씨는 '정치인들이 어떻게 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치인도 정치인이지만 시민 의식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씨는 "'정직하게 사는 것보다 이득 취하는 게 더 현명하다'는 식의 시민 의식이 문제다. 그러니 정치인들도 자꾸 '날 뽑으면 이런 이득이 있다'는 공약을 내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을 뽑는 것은 결국 시민"이라며 "아무리 의원들이 의지가 있어도 시민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나한테 이득이 없다 하더라도 사회를 변화시킬 힘이라면 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역 개발과 관련해서 "구립 도서관을 갔더니 시설이 너무 낙후되고 위치도 산이었다"면서 "깨끗한 도서관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4·13 제20대 국회의원 총선 은평을 지역구는 3파전으로 될 전망이다. 사진은 은평을 지역구에서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정의당 김제남 원내수석부대표. 4·13 총선에서 열전이 예상되는 지역 중 서울 은평을은 현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아성'이다.임종석 전 의원과 현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인 김제남 의원이 도전하려 하고 있다. 2016.01.14 조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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