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개 졸업장·250송이 국화꽃…단원고 생존학생 졸업식

'세상에서 가장 슬픈 졸업식'…단원고 졸업생과 가족·친척 등 참석한 채 비공개로 치러져<br />
단원고 재학생 송사 "졸업생의 웃음은 곧 친구들의 웃음…새로운 막에서 당당하게 살길"<br />
졸업식 함께 못한 아이들 달래주려고…세월호 유가족, 졸업식 대신 추모식 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12 18:14:28

△ 단원고등학교 졸업식

(안산=포커스뉴스) 12일 오전 10시 30분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단원관에서 세월호 참사를 겪은 단원고 3학년 학생 75명을 포함한 전체 86명 학생들을 대상으로 졸업식이 열렸다.

이날 졸업식은 생존학생들을 염려한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언론과 외부 인사에게 공개되지 않은 채 비공개로 진행돼 사전에 초청과 허가를 받은 졸업생 가족, 친척 등만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단원고 입구에서 선생님 7~8명 가량이 출입을 통제했고 한 때 이에 항의하는 사람으로 인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졸업식에 참석하는 졸업생 가족들은 크고 작은 꽃다발을 손에 든 채 삼삼오오 모여 학교로 들어갔지만 학교 입구를 지나는 가족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생존 남학생의 학부모 A(여)씨는 "꽃을 사지 말까 하다가 그래도 한번 뿐인 졸업식이라는 생각에 사게 됐다"며 "생존 학부모 모두 슬픈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살아남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느끼는 죄책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누구나 '나였더라면'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기에 남아 있는 아이의 학부모라는 그 심정과 죄책감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또 "이런 날일수록 아이들이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며 "아이들 역시 많은 친구들을 한꺼번에 잃은 그 슬픔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졸업식은 개식사로 시작해 국민의례와 학사보고, 꽃다발·졸업장 수여, 재학생 송사, 졸업생 답사, 학부모회장 등 내빈 축사, 학교장 회고사 등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졸업식 분위기는 너무 우울하거나 오열하는 모습은 아니었고 여느 졸업식과 같이 학생들이 다소 긴장한 가운데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송사를 맡은 단원고 2학년 배모군은 "고등학교 3년의 시간이 더 더욱 긴 시간이었을 우리 선배님들, 마음고생 많으셨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웃음 잃지 않고 잘 견뎌 주셨다"며 "선배님들의 웃음은 곧 친구 분들의 웃음일 것이니 오늘 졸업과 함께 또 하나의 새로운 막이 열리더라도 드넓은 세상에서 친구들의 웃음 지켜주시고 당당하게 살아가시길 바란다"고 졸업하는 선배들을 응원했다.

그리고 답사를 맡은 단원고 졸업생 최모양은 "다시 돌아온 학교, 그리고 그 속에서 따라오는 수많은 시선과 비난들이 모두에게 너무 길고 힘겨운 여정이었지만 우리의 학창시절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만은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말로는 차마 표현할 수 없는 삶의 고난과 역경을 겪었고 그것을 함께 극복하고 성장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대학에 가서도 사회에 나가서도 스스로도 강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졸업식은 시작한 지 50분만인 11시 20분쯤 끝났다.


졸업식을 마친 졸업생들은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한아름 꽃다발을 안은 채 졸업장을 꼭 들고 학교 밖으로 나왔다.

단원고 졸업생 C양은 "많은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쉽고 슬프다"며 "그래도 이제 모든게 끝났다는 생각 때문인지 졸업식 분위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오지연(46)씨는 "돌아오지 못한 250명의 친구들을 잊지 말고 가슴에 새기자는 의미로 250송이의 장미를 준비해 아이들에게 각각 3송이씩 나눠줬다"며 "어제도 친구들 생각에 잠을 못 잔 아이들이 많은데 사회 나가선 더 밝게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모임인 416가족협의회는 이날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생존 유가족의 반대로 불허되자 지난 11일 오후 '단원고 졸업생들에게 드리는 엄마아빠들의 축사'를 공개했다.

협의회는 축사에서 "여러분의 졸업은 슬픈 졸업이 아닙니다"라며 "앞으로 여러분들이 겪을 어려움도 많겠지만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대하세요. 별이 된 250명 친구들과 열두 분 선생님들이 언제나 여러분들을 지켜줄 거니까요"라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겪었던 그 일 여러분들의 친구들이 스러져 갔던 그 일의 진실을 꼭 찾아내겠다"며 "가끔은 여러분들도 우리 엄마아빠들을 응원해달라"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과 학교 측은 당초 졸업식과 함께 희생학생들에 대한 명예졸업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416가족협의회 등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반대로 취소됐다.

대신 유가족들은 12일 정오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 '416 추모행사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를 진행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지역 주민, 단원고 학생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추모식에서는 세월호 희생학생 권오천군의 형 권오현씨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시민들의 추모사와 추모의 글, 유가족과 416가족협의회의 답사, 분향과 추모 등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의 글을 읽은 김소이(17)양은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벌써 637일이 됐지만 아직도 진상규명은 커녕 9명의 미수습자는 시신조차 수습되지 못했다"며 "그런데도 이 '나쁜 나라'는 세월호를 잊으라고만, 착한 국민이 되라고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교육의 정상화는 기억의 공간인 단원고 교실을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세월호에 사람들을 태우지 않는 것"이라며 "진상규명이 마무리되고 미수습자들이 모두 돌아와 함께 졸업식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답사를 맡은 유경근 416가족대책위 대변인은 답사와 합께 '단원고 졸업생들에게 드리는 엄마아빠들의 축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졸업식이 끝난 뒤 친구들과 함께 추모식에 참석한 단원고 1학년 최모(16)양은 "졸업식을 함께 하지 못하는 언니오빠들을 추모하기 위해 왔다"며 "평소에도 자주 왔지만 오늘은 더욱 슬픈 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분향 이후 추모식 참석자들은 분향소를 출발해 올림픽기념관을 거쳐 단원고까지 침묵행진을 진행했다.

시민과 유가족들은 마스크를 쓴 채 한 손에는'여전히 가만히 있으라'라고 적힌 피켓, 다른 한 손에는 국화 한 송이 등을 들고 3열로 나란히 섰다.

또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의미에서 분향소를 한 바퀴 돈 뒤 출발했다.

1시간 20분 가량의 행진 끝에 오후 2시쯤 단원고에 도착한 시민과 유가족들은 단원고 1층에 추가로 준비된 국화꽃을 들고 단원고 2학년 교실 희생학생 책상에 헌화했다.


유가족들은 헌화를 하며 희생학생의 책상 앞 의자에 앉아 눈물을 쏟았고 조용히 기도를 하거나 멍하니 사진을 계속 쳐다보기도 했다.

경기 수원에서 찾아왔다는 장모(15)양은 "내가 대신 등교한 기분"이라며 "원래는 오늘 졸업식하고 외식하고 하러 갔을 텐데 이렇게 된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에서 찾아온 김모(61·여)씨는 "당사자가 아닌데도 이렇게 분노와 슬픔이 느껴지는데 유가족들은 얼마나 애간장이 녹을 지 상상이 안 된다"며 "이미 희생된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 주어야 할 지 몰라서 더욱 미안하고 슬프다"고 토로했다.

한편 416가족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이런 날 함께 졸업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이 서운해 할까봐 서운해 하지 말고 달래는 뜻에서 추모식을 열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안산=포커스뉴스) 12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졸업식이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2016.01.12 허란 기자 (안산=포커스뉴스) 12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졸업식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고 있다. 2016.01.12 허란 기자 (안산=포커스뉴스) 12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졸업식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고 있다. 2016.01.12 허란 기자 (안산=포커스뉴스) 12일 오후 경기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 및 시민들이 416 추모식을 마치고 분향을 하고 있다. 2016.01.12 허란 기자 (안산=포커스뉴스) 12일 오후 경기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 및 시민들이 416 추모식과 분향을 마친후 단원고까지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2016.01.12 허란 기자 12일 오후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3층 2학년 2반(명예 3학년 2반) 교실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국화꽃을 두며 눈물짓고 있다. 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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