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선배·영화인' 정우성, 삶을 완성하는 법
'나를 잊지말아요'에서 제작자와 주연배우의 역할 소화<br />
"영화인들이 기획된 영화의 온전한 색을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09 10:58:35
△ 정우성, 매력적인 미소
(서울=포커스뉴스) 이 사람을 겪은 사람들은 칭찬을 이어간다. 1997년에 '비트'로 청춘의 상징이 된 그는 마흔이 넘은 나이가 됐다. 선배만큼 후배가 많아진 나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와 함께한 남자 스태프들은 엄지를 척 올리고, 여자 스태프들은 수줍음에 얼굴을 붉힌다.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배우 정우성을 만났다.
정우성을 만난 건 삼청동 인근 카페였다. 그가 주연배우와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 '나를 잊지말아요'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였다. 그가 작품에 두 가지 역할로 합류한 것은 배우보다 선배의 마음에서였다. 그는 "이런 참신한 작품에 같이 참여한다는 동료의식도 있었고, 제 참여로 인해서 영화를 꿈꾸는 이에게 기회가 됐으면 했죠"라고 말했다.
"제작을 위해 제작사를 차리고 전략적인 접근을 한 게 아니었어요. 그냥 선배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이윤정 감독과 오래 연락하고 지낸 사이는 아니에요. 영화를 꿈꾸는 후배였어요. 단편을 찍었다고 해서 그 작품을 보게 됐어요. 그러다 장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요. 시나리오에 인물이 W라고 표시가 되어있어서 이유를 물었더니 제 이니셜이래요. 그런데 같이하는 건 꿈도 안 꾼대요. 도전에 스스로 한계를 만든 거잖아요. 그걸 깨주고 싶었어요."
그는 이어 선배의 책임에 대해 덧붙였다. "비단 이 감독만이 아니에요. 많은 후배를 만나면 저를 워너비 대상으로만 봐요. 같이 할 수 있는 동료로 바라보지 못해요. 그걸 깨줄 수 있는 건 선배가 먼저 다가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선배의 책임이고, 의무고요. 다 좋은 감독이 되거나, 다 좋은 영화인이 된다는 보장은 없죠. 잘 이기고 버텨내야지 될 수 있는 거죠. 선배가 좋은 결말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그가 겪을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수를 줄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우성이 작품에 합류하기 시작한 건 선배의 마음이었지만 배우로서의 욕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나를 잊지말아요'에서 10년의 기억이 사라진 이후, 진영(김하늘 분)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남자 석원 역을 맡았다. "10년의 기억이 사라진 건 아니잖아요. 석원이 조각내서 잠재의식 속에 감춘 거죠. 그래서 진영이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다른 얘기를 해요. 저는 석원에게 깃든 공허함을 보여주고 싶었죠."
석원이 다시 사랑에 빠지는 진영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두 사람은 커플룩을 입고 옥상 캠핑을 즐기기도 한다. 앞서 김하늘은 "정우성이 그 장면을 찍을 때, 유독 수줍어했다"고 말했다. 이에 정우성은 "고르기는 제가 골랐어요"라고 부정하지 않았다. "커플티를 입는 게 '재밌겠다, 예쁘겠다'고 했는데 막상 입으니 정말 쑥스럽더라고요. 한 번도 입어본 적 없어요. 쑥스러워서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정우성은 자신이 연기한 석원과는 정반대의 사랑관을 가지고 있다. 석원은 아픈 기억을 감추지만, 그는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공감이라기보다는 바람이겠죠.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진영이 하는 사랑에 가까워요. 보듬어 주려는 용기가 필요하죠. 아프다고 외면하고, 돌아서는 게 아니라 직시하고 아픔도 보듬어 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당당하게 잊고 싶은 기억은 없다고 말한다. "다 소중해요. 아무리 그 시간이 힘들고 아팠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와 함께한 경험이잖아요. 그 가치는 남이 평가할 수 없죠. 스스로 평가하는 건데, 소중히 간직할 때 내 삶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정우성은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작품을 꿈꿔온 감독 지망생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인으로서 현장을 더욱 아끼는 마음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여전히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자신의 영화에 감독, 주연, 제작을 다 할 거냐는 질문에 "영화에 기획된 사이즈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라고 말을 아끼는 그다.
그는 한국영화에 다양성을 원하는 목소리에 환경개선이 먼저라는 말을 했다. 장르의 다양성, 다양한 주제는 현재 환경이 가진 문제점이 정리됐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걸 정리하는 게 우리 세대 임무인 것 같아요"라며 그는 책임감을 느낀다. 사실 '나를 잊지말아요'는 한국영화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멜로 영화다. 상업성을 위해 영화의 색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
"노림수를 놓고 했다면, 이런 결과물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거예요. 노리지 않았기 때문에 온전히 영화의 색은 완성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자꾸 욕심만 앞서면 종합선물세트가 되잖아요. 애초에 기획한 것과 다른 식으로 나올 수도 있고요. '이런 식으로 메꾸자'는 즉흥적인 장면으로 영화가 풍성해지는 건 아니거든요. 다른 영화인들도 기획, 시나리오에서 보여준 원형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랬을 때, 한국영화 속 장르 다양성의 부재라는 문제가 줄어들 것 같아요."(서울=포커스뉴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의 배우 정우성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1.05 김유근 기자 배우 정우성은 영화 '나를 잊지말아요'에서 10년의 기억을 잃은 남자 석원 역을 맡아 공허함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사진은 '나를 잊지말아요' 스틸컷. 배우 정우성은 영화 '나를 잊지말아요'에서 김하늘과 커플룩을 입는 등 달콤한 멜로 연기를 펼쳤다. 사진은 '나를 잊지말아요' 스틸컷. (서울=포커스뉴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의 배우 정우성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1.05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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