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현의 영화뷰] '스티브 잡스', 숨 쉴 틈 없는 122분

3번의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모습을 통해, 故 스티브 잡스 재조명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08 17:28:19

(서울=포커스뉴스) 사람들이 발을 구르며 무대 위에 설 한 사람을 기다린다. 그들의 환호는 밑에 층 천장이 흔들릴 정도다. 쏟아지는 박수갈채를 받으며 한 사람이 등장한다. 애플 사의 창업자이자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앙받는 故 스티브 잡스다.

영화 '스티브 잡스'는 중요한 세 번의 프레젠테이션 무대를 담았다. 1984년 매킨토시 런칭, 1988년 넥스트 큐브 런칭, 그리고 1998년 아이맥 런칭 당시가 영화 속 무대다. 정확히 말하면, 프레젠테이션이 무대가 아니다. 영화는 무대에 오르기 40분 전, 스티브 잡스(마이클 패스벤더 분)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를 재조명한다.

'스티브 잡스'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대니 보일 감독에 대한 찬사다. 그는 '트레인 스포팅'(1996년),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년)등의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다. 영화 속에 리듬을 잘 담아내는 감독 중 하나다. '스티브 잡스'에서도 그 흐름은 이어진다. 현재 예순의 나이에도 그는 참 젊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사람을 보는 따스함이다. '트레인 스포팅'에서 리듬 속에 멈춤을 모르는 젊음을 담았다면, '스티브 잡스'에서는 한 사람의 철학을 담았다. 그렇다고 스티브 잡스를 히어로로 그리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 생각을 밀고 나가고 충돌은 끊이지 않는다. 실상 그가 만나는 인물 중 대부분은 그와 대립해 있다.



동료, 상사, 부하 직원, 그리고 전처와 딸까지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질문과 문제를 안고 잡스를 만난다. 엔지니어인 스티브 워즈니악(세스 로건 분)은 "왜 사람들이 너만 천재라고 하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전 애플 CEO인 존 스컬리(제프 다니엘스 분)는 "자넨 독재자야"라고 표현한다.

잡스에 대한 평가를 대니 보일 감독은 강요하지 않는다. 1988년 넥스트 큐브 런칭을 알리며 병치된 화면으로 다비드의 '생 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나폴레옹'과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나란히 등장하는 면이 대표적이다. 그는 애플의 모토인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를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에게 컴퓨터는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웃어야 하는 예술이다.

또한, 전처와 딸, 그리고 그의 조력자 조안나 호프만(케이트 윈슬렛 분)을 통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난다. 사업가로서는 성공했지만, 아버지로서는 그렇지 않다. 영화는 그의 과거와 딸에 대한 추억을 병치하며 인간으로서의, 아버지로서의 잡스도 끝까지 놓지 않는다.



이는 모두 대화 속에 등장한다. 어마어마한 분량의 대화다. '뉴스룸'을 연출하고 영화 '머니볼,' '소셜네트워크' 등의 각본을 쓴 아론 소킨의 작품이다. 그는 197페이지에 달하는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 속에서 잡스는 쉴새 없이 걸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대화의 흐름도 느리지 않다. 첫 프레젠테이션 당시를 표현할 때는 3주, 두 번 째와 세 번 째는 각각 2주씩 리허설 작업으로 완성도를 높인 결과였다. 촬영도 순서대로 이어졌다. 각 무대에 배우가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배려였다.

그래서 캐릭터는 높은 몰입도를 제공한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스크린에서 스티브 잡스로 비친다. 스티브 잡스의 얼굴이 익숙한 관객도 어느 순간 두 얼굴이 겹쳐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자기의 의견에 포기를 모르는 눈빛, 사람들을 대하는 냉정한 태도,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민과 갈등을 그는 스크린에 담아낸다.

'스티브 잡스'는 '제73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에 올랐다. 이를 포함해 전 세계 20개 시상식 52개 부문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웠다. 이미 전 세계 전문가들이 작품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영화는 대중성도 놓치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의 대화 속 그의 철학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는 눈물 한 방울 떨구는 경험까지 가져가게 될 것이다.

다만 빠르게 전개되는 대사를 놓치지 않으려면 긴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122분이라는 상영시간 동안 말이다. 오는 1월 21 개봉한다.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가故 스티브 잡스로 변신했다. 사진은 영화 '스티브 잡스' 메인 포스터. 영화 '스티브 잡스'에서 동료 스티브 워즈니악 역을 맡은 세스 로건(좌)와 스티브 잡스 역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우). 사진은 영화 '스티브 잡스' 스틸컷. 영화 '스티브 잡스'는 세 번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잡스(마이클 패스벤더)의 모습을 통해 그를 재조명한다. 사진은 '스티브 잡스' 스틸컷. 영화 '스티브 잡스'에서 프레젠테이션 무대에 선 잡스(마이클 패스벤더)의 모습. 사진은 '스티브 잡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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