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올해 목표는 “흑자경영”…그러나 시황은 짙은 안갯속
수주량 감소 예상, 거대 해운사들의 합병도 위기 요인<br />해양플랜트 부진 골머리…저유가로 인도 취소·연기 가능성 있어
이채봉 기자
ldongwon13@hanmail.net | 2016-01-07 07:22:12
[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 기자] 조선 3사가 신년사를 통해 ‘흑자 경영’에 대한 의지를 밝혔지만 올해도 조선업계의 앞날은 밝지 않은 것으로 전망됐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4일 신년사를 통해 올 첫 번째 과제로 흑자 달성을 꼽았다. 권 사장은 “흑자를 달성하지 못하면 시장은 더 이상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며 “우리의 일터를 지키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 노력,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도 “지금까지 성장을 통해 회사 발전을 추구해 왔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지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춰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사장이 말한 근본적인 경쟁력은 우선 흑자 전환이 전제돼야 이뤄질 수 있다.
흑자에 대한 목표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마찬가지다. 정 사장은 “올해부터는 Cost Ownership(비용의 주체)을 명확히 하는 관리 시스템을 도입 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적자의 늪에서 탈출해 다시 흑자 기조로 복원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희망과 달리 조선 3사는 여전히 회복의 기미가 없는 업황 침체와 싸워야 한다. 2015년 1~11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2936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2014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6% 감소했다.
수주량은 2201척에서 1075으로 두 배 가까이 줄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조선업계의 올해 수주량이 지난해보다 25%나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국내 조선 3사 신규 수주량의 34.5%를 차지한 대형 컨테이너 부문 발주가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 발주가 집중됐기 때문에 올해엔 다소 조정을 거쳐 줄어들 확률이 높다.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분야이기에 치명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 회피 기한이 끝났고, 세대 교체식 발주가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초대형 컨테이선 발주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벌크선, 가스선에 대한 수요 또한 침체도 예상된다. 특히 한국 조선업계의 주요 발주사이자 세계 1,2위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와 MSC는 최근 인력감축과 투자계획 축소를 발표했다. 이들은 공급과잉에 따른 업황 부진에 대비해 이미 발주가 예정된 선박을 취소하는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 해운사들의 합병도 위기 요인이다. 중국 양대 국영 해운사인 중국원양그룹(코스코)과 중국해운그룹(CSCL)의 합병이 이번 달 안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들의 합병이 완결될 경우 컨테이너 운송량 기준으로 세계 4위의 거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프랑스 해운사 CMA CGM도 APL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은 북미항로에서 가장 큰 선사로 거듭나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 시장이 대형선사 중심으로의 재편되는 것은 조선사들의 가격협상력을 하락시키는 요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규모 적자의 원인인 해양플랜트의 문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해양 프로젝트를 수주한 조선사는 삼성중공업이 유일했고, 오히려 조선 3사는 잇따른 계약해지와 인도취소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러한 상황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속되는 저유가로 발주사들이 최종투자결정과 인도를 지연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내부에서도 판세를 뒤집을 만한 희망적인 이슈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조선 3사는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10~20%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부가제품인 컨테이너선, LNG 선, 해양플랜트 부문은 2016년까지 시황전망이 불투명하고 해양 부문은 저유가로 오일메이저들의 투자연기,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형 3사는 해양프로젝트들의 추가 손실 가능성까지 있어 실적전망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2016년 국내 조선사의 수주는 경기침체, 유가하락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전년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탱크선을 제외하면 전년비 세계 발주량이 감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현대중공업의 ‘LNG-FSRU’<사진제공=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고정식 해양플랜트인 아쿠툰다기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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