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협상…'진전된 합의' vs '끝났다 오해 소지'
이원덕 국민대 교수 “전전된 내용 담은 합의 평가”<br />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 “일본 10억엔으로 끝냈다는 오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05 18:19:28
△ 위안부_협상_타결_기사.jpg
(서울=포커스뉴스) 지난달 28일 타결된 한·일 정부의 위안부 문제 협상에 대해 ‘진전된 내용을 담은 합의’,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할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 등 평가가 팽팽하게 대립했다.
국립외교원 주최로 5일 오후 2시부터 국립외교원 2층 대회의실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타결의 의미와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세미나 첫 번째 섹션 발표를 맡은 이원덕 국민대학교 교수는 위안부 문제 한·일 정부 협상 타결 내용에 대해 “진전된 내용을 담은 합의”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의 본질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여성으로서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데 있다”며 이를 위한 핵심 요소로 △일본 정부의 가해 책임 인정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 반성의 표명 △사죄의 징표로서 배상 조치 실시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이번 합의에는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점, 총리대신이 일본 정부를 대표해 사죄반성을 표명한 점, 일본 정부 예산으로 배상적 조치를 실시한다고 합의한 점 등이 있으므로 상당한 진전을 보여준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사실상 법적인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위안부 문제 협상에서 한국은 ‘정부의 책임을 부인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으로 위안부 문제를 종결’시키려는 일본 정부에 압박을 가해 법적 책임을 지우려고 총력을 기울여 왔던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내용적으로는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한데 근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이전에 있었던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안,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기존 입장 등과 이번 협상 타결에 대해서도 비교했다.
이 교수는 기존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안에 대해 “아시아여성기금이 표명한 일본 총리의 사죄편지와 이사장 서한에서는 도의적 책임만 언급했고며 정부 예산이 아닌 국민 모금액으로 위로금 지급을 시도해 한국에서 수용을 반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12년 3월 일본 민주당 집권 당시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사무차관이 방한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에 제시한 이른바 ‘사사에안’을 언급하며 “사사에안에서는 인도적 조치를 전제로 한 것으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이 불분명했다”고 밝혔다.
아베 정권의 기존 입장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아베 정권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여왔다”며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고노 담화를 훼손하기 위한 검증보고서를 내는 등 초강경 자세를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이번 합의는 아베 총리 취임 후 최초로 자신의 분명한 언어로 사죄·반성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낙제점 수준의 위안부 인식을 지닌 아베 총리로부터 공식적 사죄반성 입장 표명을 얻어낸 것은 나름의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번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의 과제로 합의문을 보완하고 재단 설립과 운영 등 후속조치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첫 번째 섹션의 지정토론자로 나선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에 대해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할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며 “피해자가 수용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의를 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조치로 교과서 기술 등 교육, 추도사업, 합의를 뒤집는 발언 등에 대한 반박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이번 합의문에는 다 빠져 있다”며 “일본은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이제 끝났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합의문에는 일본이 재단 설립을 위해 10억엔만 내면 끝난다는 해석이 가능한 문구가 있다”며 “한국 정부가 서둘렀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식민지배를 한 적이 있는 국가들은 말은 그럴 듯하게 하지만 반성이나 보상은 하지 않았다”며 “한·일이 지난 50년간 이 문제를 가지고 논의를 진행해온 만큼 제대로 된 합의를 이뤄 세계에 당당하게 알릴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일본 아베 총리가 “이 문제를 절대 다음 세대로 끌고 가지 않아야 한다. 아들과 손자, 그 앞의 세대에게 사죄를 하게 만드는 숙명을 지게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제 끝난 것처럼 인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에 이어 지정토론자로 나온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은 이번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을 두고 “역사적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진 소장은 “정부가 이번 교섭을 열심히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며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종착역’을 향해 가는 과정에 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며 “기금을 만들어 그 기금으로 완성된 형태의 교육을 통한 재발방지에 힘쓰는 것이 ‘종착역’”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번 정책세미나에서 인사말을 맡은 윤덕민 국립외교원 원장은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에 대해 “어떤 합의보다 진전된 내용의 합의”라고 평가했다.
윤 원장은 “지난달 28일 한·일 외상회의를 통해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며 “이번 협상 타결은 일본 정부의 인식으로 본다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한 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과와 반성의 뜻을 표명한 점,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점 등으로 볼 때 진전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또 “법적 합의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아 충분치 않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법적 책임이라는 것이 반성하고 배상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에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번 합의를 통해 한·일 양국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 배를 탄 것이라 생각하고 지혜롭게 해결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합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을 풀고 더 이상 ‘못질’하지 않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미나 첫 번째 섹션의 사회를 맡은 조희용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소장도 지난 협상 타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 소장은 “위안부 문제는 1991년 공식 제기된 이후 한·일간 가장 해결하기 어렵고 힘든 현안이었다”며 “최근 한·일 관계가 최악이라는 평가가 있는 가운데 위안부 문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사회의 합의가 그렇듯 합의 후 국내에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이번 협상 타결을 위해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묻고 사죄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며 그러한 입장에 따라 이번 합의가 진전된 합의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위안부 문제는 그 상처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겨 현실적으로 해결방안이 충분치 않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앞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명예와 존엄의 회복과 상처 치유를 위한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는 첫 번째 섹션과 두 번째 섹션으로 나눠 진행됐고 첫 번째 섹션은 ‘정치·외교적 의미와 과제’라는 주제로 조 소장이 사회를 맡아 이원덕 국민대학교 교수가 발표를 진행했다.
첫 번째 섹션 발표 후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와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이 토론을 이어갔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국제법적 의미와 과제’라는 주제로 정해웅 국제법협력대사가 사회를 맡고 이근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총리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피해자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했다”며 “이번 합의를 통해 일본 정부가 명확한 형태로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진전된 형식으로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 섹션의 지정토론자는 박배근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강병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였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측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타결의 정치·외교·국제법적 의미를 생각해보고 이후 과제를 검토하기 위해 이번 세미나를 준비했다.
지난달 28일 한·일 정부의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에 대해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앞서 “피해자는 우리”라며 “정부가 나서 한 합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뜻을 피력했다.국립외교원 주최로 5일 오후 2시부터 국립외교원 2층 대회의실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타결의 의미와 과제’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박요돈 기자 smarf0417@focus.co.kr국립외교원 주최로 5일 오후 2시부터 국립외교원 2층 대회의실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타결의 의미와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윤덕민 국립외교원 원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박요돈 기자 smarf0417@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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