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외국과 동맹을 맺지 않아”…고위 외교관

‘중국의 힐러리’ 푸잉 전인대 외사위원회 주임 밝혀<br />
“냉전종식 후 러시아와 가까워졌지만 동맹은 아니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05 10:25:27

(서울=포커스뉴스) 미국·중국·러시아 관계를 각국을 꼭짓점으로 하는 부등변 삼각형에 비유할 때 현재 이 삼각형 구도 속에서 미국-러시아 간 거리가 가장 멀며 중국-러시아 관계는 가장 긍정적이고 안정적이지만, 중국은 블록정치에 기초한 동맹을 형성해서는 안 되며 다른 나라들에 의해 자국이 동맹으로 육성되는 것을 허용해서도 안 된다고 외무차관을 지낸 중국의 현직 고위 외교관이 밝혔다.

'중국의 힐러리'로 불리는 푸잉(傅瑩)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회 주임위원은 미국 외교전문 격월간지 ‘포린어페어스’ 2016년 1·2월호에 실은 기고문 ‘중국은 러시아를 어떻게 보나-중국과 러시아는 가깝지만 동맹이 아니다’에서 이런 중국의 입장을 밝히면서 중국은 러시아와 공식적인 동맹을 맺는 데 관심이 없으며 어떤 종류의 반미(反美)·반(反)서방 블록 형성에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전인대 대변인이기도 한 푸 위원은 여성 최초 부총리인 우이(吳儀), 외교부 부부장 왕하이룽(王海容)과 함께 중국 '여성 파워 3인방'으로 꼽힌다. 네이멍구(内蒙古) 후허하오터(呼和浩特) 출신인 그는 1998년 필리핀 대사로 임명되면서 '최초 소수민족 여성 출신 대사', '역대 최연소 여성 대사'로 불렸다. 그는 또최초 여성 주(駐)호주 대사, 최초 여성 주(駐)영국 대사를 지냈으며, 2010년 외교부 부부장이 됐고 2013년 전인대 사상 첫 여성 대변인으로 임명된 중국의 대표적 외교관이다.

푸 위원에 따르면 냉전종식 이래 중·러 관계와 그 장래를 보는 서방의 시각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소위 ‘정략결혼’으로서 지금은 친하지만 언젠가는 갈라서리라고 보는 견해다. 다른 하나는 전략적·이념적 요인에 기초한 관계로서 결국 반미·반(反)서방 동맹을 형성하리라고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들 견해는 그 어느 것도 양국 관계의 진정한 본질을 정확히 포착하지 못한다고 푸 위원은 말한다. 그가 정의하는 양국 관계는 안정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지 정략결혼이 아니다. 냉전종식 이후 국제관계가 변화해 양국이 더 가까워졌을 뿐이다. 푸 위원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모범이 되는 방식으로 호혜적으로 협력한다.

19세기 종반~20세기 중반 중국·러시아 관계는 단기 부침을 거듭하다가 1989년 정상상태를 회복했다. 당시 양국은 “주권과 영토 보전, 상호 불가침, 상대국가 내정에 대한 불간섭, 대등과 상호이익, 평화공존에 대한 상호 존중”에 기초해 쌍무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선언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소련은 해체되었지만 양국 관계는 “비(非)동맹, 비(非)분쟁, 어떤 제3국도 겨냥하지 않음”이라는 원칙에 따라 지속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신생 러시아연방은 이른바 범(汎)대서양주의적 접근법을 취해 서방의 경제개혁 처방을 따르고 핵무기를 감축하는 등 서방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그러나 1992년 미국과 유럽의 지원 약속 이행이 미흡한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東進) 거론에 화가 난 러시아는 아시아에 더 관심을 쏟기 시작했으며, 그 해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를 ‘우호국가’로 선언하면서 각자에게 알맞은 발전 경로를 선택할 것을 다짐했다.

그때 이래 중국-러시아 관계는 점차 개선되고 심화되었다. 지난 20년 남짓 사이 쌍무 무역·투자는 크게 확대되었다. 2011년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상대국이 되었다. 2014년 한 해에만 중국의 대(對)러시아 투자는 80% 증가했다. 1990년대 초반 50억 달러였던 양국 간 교역은 2014년 근 1000억 달러로 늘어났다. 그 해 양국은 매년 380억㎥의 러시아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는 가스관을 2018년까지 건설키로 협정을 맺었다. 양국은 또한 원자력발전, 항공우주제조업, 고속철, 인프라 개발을 포함하는 굵직한 거래를 계획 중이다. 양국은 이와 함께 아시아투자개발은행(AIIB),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신개발은행, BRICS 외환보유 합동자금 같은 새 다국적 금융 제도들에서 협력하고 있다.

양국 안보협력도 개선됐다. 중국은 러시아 무기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가 됐으며, 양국은 공동 무기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다수 논의하고 있다. 양국 방위협력은 인력교류, 공동 훈련 등의 형태로 광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군 수천 명이 러시아에서 공부했고 많은 러시아군 간부들이 중국인민해방군 국방대학에서 단기 교육을 받았다.

정치적 관계도 강화됐다. 2008년 양국은 수십 년 묵은 영토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 2600마일에 이르는 양국 경계를 공식화했다. 지도자 교류도 활발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2013년 취임 이래 러시아를 5차례 방문했고, 같은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번 중국을 찾았다. 여태까지 두 지도자는 모두 12차례 만났는데, 이로써 푸틴은 시 주석이 가장 자주 만난 외국 국가수반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양국 간에 의견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유럽을 지향하며 중국은 아시아에 관심이 더 많다. 러시아는 세계무대에서 뛰어본 경험이 더 많으며 강하고 적극적이며 종종 놀라운 외교 행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 외교는 더 반응적이며 조심스럽다. 러시아에는 아직도 “중국의 위협”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다. 2008년 러시아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이 60%는 극동 국경지역으로의 중국인 이주가 러시아의 영토보전을 위협한다고 보았다. 41%는 강한 중국이 러시아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가 하면 19세기 후반 러시아가 병합한 중국영토 60만 평방 마일을 비판적으로 언급하는 중국인 평론가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양국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는 관측을 좀체 뒷받침하지 못한다.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위기 때문에 러시아의 대미·대(對)유럽연합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런 식의 논평이 지난 2년 사이 서방에서 더러 출현했다. 하지만 일부 차이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양국 관계를 굳건하게 발전시키려는 열망을 공유하며 국가안보와 발전을 이루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중국-러시아 관계와 비교하여 중국-미국 관계는 더 광범하고 복잡하다. 중국과 미국은 합쳐서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2014년 양국 교역은 6000억 달러에 달했으며, 상호투자 누적액은 1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37년 전 중국이 미국과 수교했을 때 그토록 강력한 동반자관계가 형성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양국 관계에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양국은 정치적 가치 그리고 통치시스템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많은 미국인은 중국의 부상(浮上)을 미국의 세계 지도력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한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중국 GDP는 미국의 8분의 1이었다. 8년 뒤 미국이 이라크에서 철수했을 때 중국 GDP는 미국의 절반이었다. 많은 예측에 따르면 중국 GDP는 2020년 미국에 근접한다. 이런 변화는 중국과 미국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두려움을 워싱턴에서 불러일으켰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논쟁은 일부 미국학자들이 말하는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한 미국의 대응에 관한 논의를 불렀다. 그런가 하면, 중국은 남중국해상의 중국영토 인근에 미국 군함이 출현한 것을 도발 행동으로 간주한다. 일부 사람들은 중국을 향한 미국의 정책이 건설적 관여에서 봉쇄로 이동하는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이런 배경 하에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 9월 워싱턴을 방문해 “중국이 따르는 길은 평화적 발전의 길이며, 중국은 다른 국가들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사람들은 ‘당신이 지면 내가 이긴다’라는 해묵은 개념 또는 제로섬게임을 포기하고, 평화적 발전과 윈윈 협력의 새로운 개념을 수립해야 한다. 중국이 잘 발전하면 그것은 전체 세계를 이롭게 하고 미국을 이롭게 할 것이다. 미국이 잘 발전하면 그것 또한 세계와 중국을 이롭게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관계 증진은 중국외교의 중요한 대목이다. 지난 9월 방미하기 전에도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이래 5차례 만났고 3차례 전화 통화했다. 2013년 6월 두 지도자가 캘리포니아 서니랜즈에서 회담했을 때 그들은 7시간 이상 대화했다. 2014년 11월 베이징에서 두 지도자는 근 5시간 동안 회담했다. 지난 9월의 워싱턴 국빈방문 때 두 지도자는 9시간 회담하고 여러 행사에 함께 참석했다. 두 지도자의 이처럼 긴 만남은 그들이 신뢰를 구축하고 일부 미국 분석가들이 불가피하다고 믿는 대치국면을 물리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물론 남중국해, 대만, 인권, 무역정책 등의 사안을 놓고 중국과 미국은 계속 이견을 보일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에서의 미국 군사동맹의 의도는 중국에 각별한 우려의 원천이다. 일부 미국 동맹국들은 미국에 밀착함으로써 중국과의 영토 분쟁에 미국을 끌어들일 수 있으리라 희망한다. 이것은 위험한 경로로서 냉전의 “블록정치”를 연상시킨다.

중국, 미국, 러시아라는 세 대국의 물고 물리는 관계를 여기까지 설명한푸 위원은 “만약 미국이 그 지역에 블록정치를 도입하는 것을 고집한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그들 스스로의 블록을 형성함으로써 대응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일부 중국 및 여타 지역의 학자들이 있다”고 소개한 다음,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그러한 주장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국은 블록이나 동맹을 추구하지 않으며, 그런 장치가 중국 정치문화에 잘 들어맞는 것도 아니라고 푸 위원은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또한 그런 블록을 형성할 의도가 없다는 것이 푸 위원의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동맹도, 블록도 추구하지 않으며 다른 나라들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은 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중국의 힐러리’ 푸잉은 중국 외교의 대원칙을 역설하고 있다.시진핑 중국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Xinhua/Huang Jingwen)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Xinhua/Huang Jingwen)푸틴 대통령(왼쪽)과 오바마 대통령.(Photo by Chip Somodevilla/Getty Images)ⓒ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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