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코너'를 가다…서울 서초갑

모두 새누리당, 前 지역구 의원 vs. 청와대 인사 vs. 김무성 조카<br />그래도 새누리당, "누가 돼도 똑같다…정부에 호의적인 사람으로"

조영재 기자

cyj117@nate,com | 2016-01-02 09:16:32

△ 악수하는 이혜훈-조윤선

 

[부자동네타임즈 조영재 기자]야구용어인 '핫코너'(Hot corner) 강한 타구가 많이 나오는 3루를 뜻한다. <부자동네타임즈>는 2016년 신년기획으로 4·13총선의 열기가 뜨거운 '핫'한 지역구를 집중 분석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 주>

정치권이 총선 체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예비후보자 등록으로 시동을 건 정치인들은 벌써부터 전력투구 모드다.

전국 246개 선거구 중에서도 유독 혈투가 예고되는 지역이 있다. 새누리당 소속 세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힌 서초갑 지역구다.

'새누리당 공천=당선' 공식이 확실한 지역인만큼 새누리당 후보들은 말그대로 '공천전쟁'이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한국대표로 뽑히는게 더 어렵다는 여자 양궁과 흡사하다.


◆ 새누리당 혈전지…이혜훈·조윤선·최양오 예비후보

지난 12월20일 오후 2시30분과 45분. 15분 차.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각각 서초갑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한 시간 차다.

두 후보는 출마선언서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이 전 의원은 "경제가 어렵다. 법률전문가는 차고 넘친다. 국회에 경제통이 많아져야 한다"며 변호사 출신인 조 전 정무수석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이들 후보에 더해 "30여년 정치가가 되기 위해 가꿔온 역량이 이제 충분히 유권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판단했다"는 '김무성 처남'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까지.

서초갑은 일단 삼파전 양상이다. 세 예비 후보자 모두 새누리당 소속으로 새누리당 텃밭에서 벌어지는 당내 혈전이다.

특히나 지난 10월 현역 김회선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을 차지하려는 후보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자타공인 '친박' 조 전 수석은 "이제 저 조윤선이 해야 할 일은 국민들께서 박근혜 정부에 맡긴 책무를 완수해 사랑받는 정부로 기억되도록 헌신하는 일"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조 전 수석은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대변인부터 시작해 한나라당 대변인, 제18대 국회의원,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당선인 대변인, 여성가족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 정무수석 등을 거쳤다.

박 대통령에게 경제와 관련 '쓴소리'를 자주 해온 '원박' 이 전 의원은 서초갑에서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 대변인, 한나라당 사무부총장,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이 전 의원은 출마선언문을 통해 "여당이라고 무조건 정부 편들지 않았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에게도 할 말을 했다"면서도 "그것이 결국은 진정으로 대통령을 위한 길이라면 저 개인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초의 새로운 선택'이라고 홍보하는 최 고문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처남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김영삼 정부 시절에 청와대 행정관으로 역임했고 삼성경제연구소 객원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현대경제연구원 고문과 중앙대학교 겸임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최 고문의 선친은 5선 경력의 최치환 전 국회의원이다.

최 고문은 지난달 서초갑 출마 의사를 밝히며 김 대표와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교감은 전혀 없다. 모든 것이 다 제 단독 결정"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그의 블로그에 김 대표와 같이 행사에 참석한 사진을 올리며 "연말 송년회에서 김무성 대표님과 함께하였다"고 적는 등 김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 "누가 돼도 똑같다"면서도…'그래도 새누리당'

12월30일 서초갑 지역구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마음은 추운 날씨만큼이나 차가웠다.

정치권이 4개월 뒤 총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과 달리 길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총선에 관심이 없었다.

예비 후보자에 누가 있는지도 몰랐다. 이런 경향은 특히 젊은 층에서 짙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서초구 반포동에 살았다는 노재석(28)씨는 "투표는 한다"면서도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지지하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노씨는 "지지 정당이 없다. 누가 돼도 똑같은 것 같다"고 했다.

서초갑 지역구에서 만난 조은철(20·반포동)씨는 "관심은 없다"면서도 "투표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씨는 20대 국회의원이 "(서초구를) 좋게 잘 살게 해 줬으면 좋겠다"면서 본인은 새누리당 지지자라고 밝혔다.

인근을 지나던 전상돈(25·잠원동)씨 역시 총선에 생각해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딱히 관심이 없다"고 잘라 답했다.

반포역에서 만난 강수경(28·여)씨는 "관심이 없어서 총선에 투표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지역구 의원에게 바라는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조금 더 살기 좋은 지역이 됐으면 좋겠다"고 무심하게 말했다.

내년이면 투표권이 생긴다는 염재현(18·잠원동)씨는 "여성가족부 장관을 했던 분이 나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아직 누구를 뽑을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교적 정치에 관심이 있는 지역민들은 이 전 의원과 조 전 수석 두 예비후보는 알고 있었다.이 전 의원과 조 전 수석의 인지도는 팽팽했다.

서길자(70·여·잠원동)씨는 "이혜훈 후보를 지지한다"며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지지이유를 밝혔다.

반포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정원모(40)씨는 "안경 쓴 후보(이혜훈)를 기억한다"며 "여기에 계속 있던 사람 아니냐"고 되물었다. 정씨는 "서초갑은 예전부터 한나라당 터"라면서 "아버지는 새누리당 당원"이라고 전했다.

변호사 박상기(61·잠원동)씨도 "이 지역 의원이었고 경제전문가니까 이혜훈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박상빈(58)씨는 "개인적 역량은 잘 모르겠지만 조 후보는 청와대에서 일해 인지도가 더 높지 않으냐"며 "개인적으로 조 후보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국회의원 300명이 정말 많다"며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기 위해 야권이 분열한다. 당리당략에 치우쳐 자기 입장을 바꾸는 사람이 아닌 국민들을 위해 무보수로 일하고 매진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야권을 비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70세 가량의 남성은 "여자 후보 둘을 안다"면서 "가급적 정부측에 호의적인 사람을 찍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기왕이면 정부에 협조적인 조 후보가 낫다"면서 "정부를 믿어야 한다.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회 무용론을 주장하고 싶다"며 "박정희 시대 때 국회 다 해산해 버리고 국회 없이 얼마나 잘했냐. 매일 싸움질만 하니까 뉴스도 보기 싫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서초구에서 10여년간 살았다는 오현영(71)씨는 이 전 의원과 조 전 수석 중 "싸우지 않는 사람, 파벌 하지 않는 사람을 뽑겠다. 새누리당을 지지한다. 문재인 쪽은 정책적으로 하려고 하는 것보다 못하게 긁기만 한다"고 했다.

오씨는 "새누리당이라 뽑는 게 아니라 새누리당에서 괜찮은 사람이 나오니까 뽑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이렇게 새누리당에 호의적인 유권자들이 많은 서초에서 야당을 지지하는 '소수파'도 종종 눈에 띄었다.

30대 중반의 한 시민은 "여당이 요즘 하는 것을 보면 세월호 때부터 마음에 안 든다"며 "차라리 야당이 낫다"고 밝혔다.

원래 새누리당을 지지했다는 홍지혜(27·잠원동)씨는 "선거 때 투표는 하겠지만 뽑을 사람이 없다"면서 "박근혜 정권 이후로 야당 아니면 무소속을 지지하게 됐다. 현 정부가 정치를 잘 못 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 새누리당에게 서초는 '서울 아닌 서울'

"서울은 야당 텃밭이다."

새누리당 한 재선 의원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 민심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강남 3구는 서울이 아니다"라고 까지 말했다.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가지고 있는 새누리당이지만 서울에서는 그 기세가 비교적 약하다.

다만 '강남 3구'라는 야당 텃밭 서울 속 특수한 새누리당 텃밭이 있다. 강남 3구로 대변되는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는 전통적인 여당 강세 지역이다.

지난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초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소속 김회선 의원은 전체 투표자 9만7746명 중 5만7335표를 득표했다. 비율로 따지면 59.10%에 해당한다.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당시 민주통합당 이혁진 후보는 전체의 33.09%, 총 3만2104표를 얻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서초구의 여당 강세 성향은 도드라졌다.

서울시 전체 유권자 투표 결과 득표율을 보면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득표율은 48.8%,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득표율은 51.42%로 문 후보가 2.62%p(20만3067표) 앞섰다.

서초구에서의 결과는 반대다. 박 후보의 득표율은 58.6%에 달했다.

지난해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초구청장에 새누리당 소속 조은희 후보가 득표율 49.86%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당시 서울 전체 25개 구에서 새누리당 소속 구청장이 당선된 지역은 강남 3구를 포함해 고작 5개구였다.

'새누리당 지역'에서 벌어지는 총선 혈전. 이혜훈·조윤선·최양오 후보 중 누가 서초갑 지역구를 거머쥐는 최종 승자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제20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 의사를 밝힌 이혜훈·조윤선·최양오 서초갑 예비후보. <사진출처=각 예비후보자 페이스북>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혜훈 전 새누리당 의원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악수하고 있다. 이 전 의원과 조 전 정무수석은 이날 같은 장소에서 20대 총선 서초갑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울 서초갑 최양오 예비후보는 "김무성 대표님과 송년회에서 함께 하였습니다"라며 김무성 대표와 함께 찍힌 사진을 블로그에 게재했다. <사진출처=최양오 블로그>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선거체험관에서 2016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선거권을 갖는 서울과학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제20대 총선 새내기 유권자 사전 선거체험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38회 국회(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19인 중 찬성 210인 기권 9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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