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4·13> '핫코너'를 가다…서울 종로구(2)

'정치1번지' 득일까 실일까 <br />
종로 시민 "낙후된 환경 개선해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01 09: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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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야구용어인 '핫코너'(Hot corner)는 강한 타구가 많이 나오는 3루를 뜻한다. <포커스뉴스>는 2016년 신년기획으로 4·13총선의 열기가 뜨거운 '핫'한 지역구를 집중 분석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 주>

전직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한 명실상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는 이번 4·13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최대 격전지다.

야당의 당대표를 역임한 5선(選) 중진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버티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에서는 박진 전 의원과 정인봉 전 의원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포커스뉴스>는 내년 4·13 총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통인시장, 혜화동, 창신동 등 종로구 일대를 찾아 이 지역 민심을 살폈다.

전반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여야 정쟁에 지친 나머지 정치권에 대해 냉소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종로구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하나 같이 '경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통시장에서 만난 유권자들 "경제 살려라"

청와대에서 멀지 않은 종로구 자하문로 통인시장은 평일 오전이라 대체적으로 한산했다. 상인들은 입을 모아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곳의 명물 '기름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김임옥(77·여)씨는 정치권에 대해 "경제가 중요하다. 아직까지 중요한 사람이 안나타났다"며 아쉬워했다.

통인시장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지은선(54·여)씨는 "관심있는 후보가 없다. TV를 보면 한숨이 나오고 시간도 없고 뉴스도 못 보고 산다"며 "잠자는 시간 외에는 여기 와서 일을 해야 한다. 누가 잘 하고 어떤 지도 모르겠다"고 고단함을 토로했다.

그는 투표할 때 "경제와 관련된 부분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며 "다른 것들도 많이 공약하지만 그런 거 안 믿는다"고 했다.

경제 문제 말고도 생활과 연계된 정책들이 주요 관심사라고 밝힌 시민도 있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주부인 박혜영(34·여)씨는 "애들 보육문제, 특히 누리과정이 걱정"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그렇고 공약을 내고 나면 그만 아니냐. 똑같을 것 같아서 기대도 안한다. 기대해봤자 실망도 크고…"라고 담담하게, 단호하게 말했다.


◆ 구도심 구민들 "낙후 환경 개선해야"

종로구민들이 국회의원에게 원하는 것을 묻기 위해 창신2동을 찾았다. 창신2동에는 낡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그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나 있었다. 주민들은 부지런히 오가고, 오토바이와 차량들이 밀려 있었다. 좁은 도로 탓에 길을 비키라는 경적 소리가 분주히 울렸다.

이곳에 위치한 한 떡집에서 만난 이 지역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낙후된 환경을 개선해달라는 바람을 밝혔다.

이순애(57·여)씨는 "종로구는 500년이라는 역사만큼이나 낙후된 지역"이라며 "청와대와 가깝다는 이유로 발전이 안됐다"고 했다.

이 씨는 "아직도 재래식 화장실을 쓰는 곳이 종로구다. 산꼭대기에서 사는 사람도 많아서 매우 힘들다"며 "지붕을 고치고 싶어도 마음대로 못 고친다. 진짜 흙벽으로 된 집도 있는데 건축법 때문에 손도 못 댄다"고 하소연했다.

이 씨는 "요즘 재생사업이라고 해서 꽃 같은 거 많이 갖고 오는데 실속이 없다"며 "돈을 몇 억 끌어들여서 한다는데 오토바이 하나 세울 곳도 없는 데가 창신동"이라고 불평했다.

그는 "어떤 분이 되든지 당선이 되면 낙후된 한옥, 골목이라든가 이런데 신경을 써달라"며 "재래식 화장실이 있는 곳에는 검토를 해서 입식으로 고쳐주고, 수리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떡집 주인 최창환(64)씨는 "창신동에 30년 동안 살아왔는데, 창신동은 토끼장 같다. 오토바이 하나 세울데도 없고…"라고 했다.


아직도 비가 새는 집에 살고 있다는 차영희(여·52)씨는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차 씨는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무허가 건물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차 씨는 "우리가 그 집에서 거주한 지가 시아버지·시어머니 해서 약 40~50년"이라면서 "오래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집을 고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차 씨는 특히 "지붕개량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구청에서 무조건 무허가 건물이기 때문에 지붕개량 허가가 안된다고 했다"고 불평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 씨는 "50년을 살았으면 해줘야지. 비가 오면 비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지역구 국회의원이면 지역구의 민원을 해결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1번지' 득일까 실일까

종로구 시민들은 '정치1번지'라는 수식어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경우도 있었지만 오히려 불만을 갖는 경우도 있었다. 지역구를 착실히 다져 종로를 잘 아는 사람이 후보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이 전략적으로 나서다보니 상대적으로 지역에 대해 소홀하다는 이유였다.

이순애 씨는 "일단 종로에서 살고, 뿌리있고 일해온 사람이 종로의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간지러운지 잘 안다"며 "이왕이면 당에서도 그 지역을 잘 알고 일 잘하는 사람에게 공천을 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 씨는 "종로에서 태어나서 잘 아는 사람이 공천을 받아서 잘 해줬으면…"이라며 박진 전 의원과 정인봉 전 의원이 "종로의 구석구석을 잘 안다. 그런 면에서 구민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창신2동에서 30년째 거주 중인 김순자(57·여)씨는 "지금까지 60년 인생을 살면서, 후보자들이 작은 사람들, 힘없는 힘든 사람들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만약 귀 기울이는 다른 분 오면 정말 발벗고 나설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정치1번지'라는 수식어에 자부심을 느끼는 시민도 있었다.

청운효자동에 사는 임학현(31)씨는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한 지역구가 종로"라며 "거물급 인사가 나와 당선이 돼야 정책이나 예산 반영 등에 힘을 쓸 수 있지 않겠나"고 했다.

임 씨는 "그 동안 거물급 인사들이 출마했기 때문에 주목도가 높아진 것"이라며 "앞으로도 좋은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는 텃밭으로 남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왼쪽부터 정세균 의원, 박진 전 의원, 정인봉 전 의원 포커스뉴스는 30일 서울 종로구 창신2동에 위치한 떡방앗간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5.12.31 는 30일 서울 종로구 창신2동에 위치한 떡 방앗간에서 종로 주민을 만나 이 지역 민심을 인터뷰했다. 왼쪽부터 김순자, 이순애, 최창환, 차영희 씨. 이들은 20년 이상 창신동에서 거주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5자 회동'을 앞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오후 3시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와 노동 관련 법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 한중 FTA 등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며, 국회의 원활한 협조를 요철할 예정이다. 한편 야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어서 논의 관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2015.10.22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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