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운업에 1조4천억 지원…업계는 '시큰둥'
정부 지원 조건 "부채비율 더 낮춰라", 업계 "힘들어"<br />
대형 컨테이너선 만으론 경쟁력 회복 '의문'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12-31 14:53:11
(서울=포커스뉴스) 정부가 발표한 해운업 지원방안에 대해 당사자인 해운업계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 지원으로 대형선박을 확보한다고 해서 수익성이 얼마나 좋아지겠냐는 것이다.
31일 업계는 정부의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 현황과 향후계획'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 현황과 향후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해운산업에 대해 정부가 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 새 선박 발주를 지원하기로 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해운업체가 선박펀드 자금을 이용해 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 배를 빌려쓰는 방식이다.
정부는 대신 해운업체들이 자산 매각 등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지난 3분기 말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양사의 부채비율은 각각 687, 979%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더이상 구조조정할 여력이 없다는 반응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은 현재로선 부족하다"면서 "그 동안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는데도 부채비율을 더 낮추라는 것은 정부가 사실상 지원할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올 한해 해운업계는 큰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전세계 화물 물동량 수요를 알려주는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24일(현지시간) 478포인트로 1년 전에 비해 38.87% 하락했다. 세계 경제 둔화에 선복량(운송량) 과잉 등이 겹치면서 해운운임이 하락하는 구조적 위기를 맞이했다.
또 전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 머스크(Maersk)가 업황 부진에 대비한 설비투자(Capex) 감축이 예상되고 있고, 중국 양대 컨테이너 해운사의 합병, 세계 3위 CMA CGM의 APL 합병 등으로 컨테이너선 시장이 대형선사 중심으로의 재편돼 조선사들의 가격협상력도 하락시키고 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컨테이너선 업체들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지금으로선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박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재무구조 개선, 대형선박 발주, 원가경쟁력 회복, 시장점유율 회복과 실적 개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여졌다"며 "하지만 글로벌 선사들이 앞다퉈 대형선을 발주한 결과 이미 대형선 공급과잉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과연 국내 선사들이 지금부터 대형선박을 확보한다고 해서 얼마만큼의 원가경쟁력을 갖추고 얼마만큼의 시장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수출을 위해 항만을 떠나는 화물선 ⓒ게티이미지/멀티비츠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 선복량 증가율 및 평균항차(물동량 대비 선복량)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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