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법조이슈(5)] 사시존폐 논란…'2017년 폐지' vs '2021년 유예'

25개 로스쿨 재학생 전국 규탄대회 "2017년 폐지 유지"<br />
사시 준비생 "국민 85% 찬성하는 사시 존치 '국민의 뜻'"<br />
대법원 "국회·정부 등 국가기관 참여 협의체 구성해야"<br />
법원, 내년 변시 집행정지 신청 '기각'…예정대로 진행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12-31 06:00:12

△ [그래픽] 사법시험 존치 vs 폐지

(서울=포커스뉴스) 법무부는 지난 3일 사법시험 폐지를 4년 동안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오는 2017년 말 폐지 예정이었던 사법시험은 2021년까지 유지하게 돼 폐지 여부 결정이 다시 미뤄진 것이다.

당시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 제도를 2021년까지 4년 동안 폐지를 유예하고 보완방안을 마련해 제시하고자 한다”며 “국회 법안 심사과정에 의견을 제시하고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 신속한 입법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사법시험 2017년 폐지’가 명시된 현행 변호사시험법을 국회입법을 통해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 차관은 “정부입법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적극 협의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변호사시험법이 개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사법시험의 2021년 폐지를 전제로 △로스쿨 이외의 별도 시험을 통해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부여 △입학, 학사관리 채용 등 로스쿨 제도 개선 △사법시험 존치가 다시 논의될 경우 사법연수원과 달리 별도 대학원 형식 연수기관을 설립해 자비로 연수하는 방안 등을 유예에 따른 대안으로 내놨다.

법무부의 이 같은 결정에 법조계 안팎의 논란은 심화됐다.

◆ 25개 로스쿨 재학생 전국 규탄대회 “2017년 폐지 원안 유지”


논란의 포문을 연 곳은 로스쿨 재학생들과 사시 준비생들이었다.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들은 법무부의 입장 발표 이후 자퇴서 제출 등 강경 대처를 천명했고 급기야 지난 10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제2차 전국 로스쿨 법무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3일 ‘사법시험 폐지 유예’ 입장을 발표한 법무부를 규탄하고 사법개혁을 위해 정부의 ‘2017년 사법시험 폐지’ 원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철희 전국로스쿨학생협의회장은 “법무부의 무책임한 입장 발표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됐다”며 “법무부는 즉각 입장을 철회하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가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오는 12일로 예정된 검찰실무시험은 물론 다음달 있을 변호사시험도 거부할 예정”이라며 “사법시험은 원안대로 2017년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언에 나선 이운우(서울대 로스쿨 3학년)씨는 “이번 문제가 로스쿨생과 사시생의 대립으로 비쳐지면 안된다. 사법개혁을 놓고 군대문화·기수문화가 지배하는 법무부·검찰 권력과 싸우는 것”이라며 “법무부가 입장을 철회할 때까지 변호사시험을 거부하고 사법개혁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현(59·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는 “로스쿨은 사시 폐지를 전제로 도입됐다. 로스쿨 제도는 사시와 병존할 수 없다”며 “법무부는 입장을 철회하고 사법개혁 원안대로 2017년 사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전국 로스쿨 3학년 학생들은 사시폐지 원안이 관철될 때까지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내년 1월로 예정된 제5회 변호사시험 응시표를 모아 태우기도 했다.

로스쿨학생협의회는 지난 11일 교육부와 법원행정처를 항의 방문했고 12일 열리는 검찰실무시험도 거부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이날 집회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로스쿨 학생 5000여명이 참여했다.

집회시작 1시간 전인 오후 1시부터 서울지하철 4호선 과천정부청사역은 로스쿨 학생들로 붐볐다. 지방 로스쿨생들은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빌려 타고 법무부 앞으로 모였다.

경기경찰청도 기동대·경비대 8개 중대 750여명 병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의 한 로스쿨 3학년생은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법무부가 입장을 철회할 때까지 변호사시험을 거부할 계획이다. 법을 통해 불편·부당함에 맞서겠다는 변호사가 눈앞의 불의를 두고 볼 수 없다”며 “사시 합격률은 3%에 불과하다. 사시 존치야말로 법을 권력화해 세습하는 병폐”라고 말했다.

◆ 로스쿨생, 변호사시험 시행중단·취소소송 제기

결국 로스쿨 재학생들이 변호사시험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지난 21일 로스쿨 재학생 강모씨 등 15명은 “오는 1월 예정인 제5회 변호사시험 실시계획 공고를 취소하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또 소송 진행 중에 시험 실시를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서도 함께 냈다.

로스쿨 재학생들은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설치운영법상 교육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행돼야 하지만 법무부의 사시 폐지 유예 입장 발표로 신뢰보호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수험생 및 전국적인 혼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상적인 시험 실시와 전문인력의 수급이 불가능해 변호사시험 실시계획 공고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며 “2주일 뒤로 예정돼 있는 변호사시험 강행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회피할 수 없는 손해와 막대한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시험 실시의 정지를 구하는 집행정지 신청도 병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 관계자는 “법무부가 법률에 정해진 사시 폐지의 기한을 유예하자는 입장으로 변호사시험은 파행에 치닫고 있고 재학생들은 돌이킬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면서 “법무부는 사시 유예 입장을 철회하고 변호사시험 일정 강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변시 보이콧' 철회…흔들리는 로스쿨생들

내년 1월 초 열리는 제5회 변호사시험 ‘보이콧(집단거부)’을 계획했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지난 24일 거부 의사를 대거 철회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앞서 23일 ‘선두 취소자’ 138명이 변호사시험 응시 취소를 선언하고 나흘 전 “변호사시험 실시계획 공고를 취소하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는 등 보이콧 직전 뒷심 부족으로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로스쿨학생협의회에 제5회 변호사시험 등록 취소 위임장을 제출한 응시예정자 1886명 중 1000여명이 위임을 철회했다.

협의회는 지난 23일 오후 6시부터 24일 자정까지 6시간동안 위임장 제출자를 대상으로 철회 신청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로스쿨생들의 ‘뒷심 부족’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법무부의 사법시험 존치 입장발표 이후 로스쿨생과 사시생들의 대립이 격화되자 대법원은 중재안으로 국회, 정부, 로스쿨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당시 로스쿨생들은 협의 테이블에 앉는 건 ‘사시 존치’를 전제하는 행위라며 협의체 제안을 거부하는 듯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참여 여부를 두고 저울질이 활발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로스쿨 2학년생은 “당시 협의체 구성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관심이 많았다”며 “협의체 성격에 따라 로스쿨학생협의회가 참여 여부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로스쿨 교수들의 변호사시험·사법시험 출제 거부의사를 철회하면서 동력을 잃게 됐다는 분석이다.

당초 법무부 입장 발표 이후 변시·사시 출제 거부의사를 밝혔던 전국 로스쿨 원장들의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의회는 “범정부 협의체가 합리적으로 구성·운영될 것으로 믿는다”며 “변호사 시험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변호사 시험 출제 등 업무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선두 취소자 138명이 변호사시험 거부 의사를 밝힌 23일 제주대 로스쿨 졸업생들은 내년 1월 변호사시험 연기를 요구하기도 해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역의 한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시험 거부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법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부당함에 맞설 때에도 법 테두리 안에서 싸워야 한다. 학생들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원, 내년 변시 집행정지 신청 '기각'…예정대로 진행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입장에 반발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내년 1월 4일로 예정된 변호사시험을 중단해 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경란)는 지난 28일 로스쿨생 강모씨 등 29명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제5회 변호사시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법무부의 이번 사시 폐지 유예 발표는 변호사시험 공고 이후에 나온 것으로 변호사시험 공고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법무부의 사법고시 폐지 유예 발표는 앞으로 법조인 인력양성 방침에 대해 정부의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며 “법무부의 의견표명이 변호사시험 공고를 위법하게 하는 사정변경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변시를 주관하는 법무부도 여러 차례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어 제5회 변호사시험은 큰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사시 준비생 “국민 85% 찬성하는 사시 존치 ‘국민의 뜻’”


사시 준비생들은 지난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삭발식을 열고 사시 존치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민 85%가 찬성하는 사법시험 존치가 국민의 뜻이다. 정부는 국민의 뜻을 따라 기회의 평등과 한국사회의 희망을 되살려달라”며 “우리는 법조인의 꿈을 꿨지만 로스쿨에 갈 수 없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해 로스쿨에 갈 수 없는 국민들은 2000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 발표는 시기적으로도, 절차적으로도 적절하다”며 “문제의 근원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국회에서 사시 존치 법안의 심사를 지연한 것이었음에도 국회는 자성조차 없이 법무부 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로스쿨을 폐지하자는 방침도 아니며 현행처럼 사시와의 병행을 4년간 유지해 로스쿨에 내재된 한계를 보완하는 방안을 찾자는 것임에도 로스쿨 측은 극단적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집단자퇴, 수업거부, 시험거부 등으로 국민과 정부를 협박하는 기득권 지키기가 과연 법률가의 자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시생들은 이날 삭발식 후 사법시험 존치 입장을 지지하는 국민 7250명의 서명부 명단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이처럼 로스쿨생과 사시 준비생들의 갈등이 첨예해지자 대법원도 사시 존치 여부를 둘러싼 법조계 갈등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했다.

◆ 대법원 “국회·정부 관계부처 등 국가기관 참여 협의체 구성해야”

급기야 대법원이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둘러싼 법조계 갈등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서기도 했다.


대법원은 지난 10일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둘러싼 최근 갈등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둘러싸고 로스쿨 학사 일정이 파행되고 이해관계인들 사이에 대립이 심화되는 등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법조인력 양성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차분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당면한 법조인 양성 일정은 모두 조속히 정상화돼 차질 없이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대법원은 국회와 정부 관계부처 등 관련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대법원은 “국회, 대법원, 정부 관계부처 등 관련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사법시험 존치 여부, 로스쿨 제도 개선 등 법조인 양성제도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협의체는 변호사단체, 법학교수단체 등 이해관계단체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해결방안 도출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를 2021년까지 4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당초 사법시험은 2017년 12월31일 폐지 예정이었다. 이희정 기자 전국 25개 로스쿨 재학생 6000여명이 지난 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앞 운동장에서 ‘전국 로스쿨생, 법무부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지난 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앞 운동장에서 열린 ‘전국 로스쿨생, 법무부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변호사시험 응시표 화형식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사법시험 존폐에 관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사법고시 존치를 주장하는 1인 시위 뒤로 서울대학교 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인 강태승씨가 사법시험 폐지 유예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서울중앙지방법원.2015.08.16 김인철 기자 지난 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기자실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원하는 고시생 모임 관계자들이 정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입장에 자퇴서를 제출한 로스쿨 학생들의 자퇴서 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대법원.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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