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마지막 '희망의 수요시위'…이용수 할머니 "끝까지 싸울 것"

1211차 정기 수요시위, 돌아가신 할머니들 추모하는 자리 마련돼<br />
이용수‧길원옥 할머니 참석…“결사적으로 싸울 것이다” 다짐<br />
300여명 넘는 인파 몰려…정대협 ‘전국 평화비 네트워크’ 만들 것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12-30 15:12:18

△ 눈물 닦는 이용수 할머니

(서울=포커스뉴스) "얼굴엔 웃음을 띄고 우리는 즐겁게 웃으면서 합시다. 평화와 희망의 함성 10초!"

돌아가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주한일본대사관 앞으로 향했다.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일본대사관을 향해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올해 마지막 수요일인 30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 여느 수요시위 때와는 다르게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렸다.

이날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1211차 정기 수요시위에서는 돌아가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용수(88) 할머니와 길원옥(87) 할머니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211차 수요시위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켰다.

촛불점화식, 추모공연 등이 끝난 후 올해 돌아가신 9분의 할머니들이 소개됐다.

황선순 할머니, 박씨 할머니, 이효순 할머니, 김외한 할머니, 김달선 할머니, 김연희 할머니, 최금선 할머니, 박유년 할머니, 최갑순 할머니 등 올해 돌아가신 9분의 할머니 이름이 차례로 불렸다.

"모진 세월 죽지 못해 살아왔는데, 내 원한이 풀릴 때까지 싸워줄 것을 약속하자고 하신 어머니 말씀, 얼마나 깊은 멍울의 고통이 있었으면 이 말을 남기셨을까…"

고(故) 이효순 할머니의 아들이 이날 수요시위에 참석해 어머니를 위한 시를 낭송했다.

이어 그는 "어머니, 약속할게요, 약속드릴게요.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세요"라며 시낭송을 마쳤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에서 2년간 봉사활동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조하은씨는 "2년간 봉사하면서 전시물을 보고, 박물관에 오는 사람들의 말을 통해 많이 배우고 수요시위를 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고 운을 뗐다.

또 "할머니들은 역사다"라며 "우리가 감춰왔던 위안부에 대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증언해주신 할머니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의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고령의 연세에도 이 할머니는 지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오히려 "나이 88세, 뭐 그리 많습니까.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라며 법적 배상과 공식적인 사죄가 이뤄질 때까지 싸워나갈 것을 다짐했다.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 '팔팔'한 이용수 할머니께 박수를 보내주세요"

이 할머니를 향한 수요시위 참가자들의 격려와 위로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 할머니는 이날 연대발언을 통해 "우리는 아직 힘이 있다. 여러분이 있기에 같이 일본에게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할 것"이라며 "24년간 외치고 외쳤다.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언제든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외교부 차관이 왔다. 무슨 할말이 있다고 뻔뻔하게 피해자 앞에 나타나는가"라며 "우리에게 협상에 관한 사실을 (먼저) 알려줬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또 "우리가 무슨 죄가 있는가. 조선의 딸로 곱게 자란 것 밖에 없다"며 "외교부는 공휴일이라서 (우리에게 협상사실을) 이야기 못했다고 한다. 공휴일이라도 나서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눈물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할머니의 말에 수요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전국 평화비 네트워크'를 세워 끝까지 일본 정부의 법적 배상과 공식적인 사과를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상임대표는 "전국 각지 평화비 운동을 확산할 것"이라며 "이미 전국에 27개 평화비가 세워져 있다. 전국 평화비 네트워크를 만들고 수요시위도 평화비가 있는 전국 각지에서 릴레이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돌아가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집회는 헌화로 마무리됐다.

300명은 거뜬히 넘어 보이는 집회 참가자들이 노랑색, 빨강색, 분홍색 등 장미꽃을 들고 무대 앞으로 나와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리며 헌화했다.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사람들이 장미꽃을 들고 차례를 기다렸다.

무대 앞쪽에 있던 이용수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는 “할머니, 감사합니다. 힘내세요”라고 말하는 손녀, 손자 등 또래 참가자들을 안아줬다.한일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소녀상 이전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돌아가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추모회 및 제12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길원옥 할머니(왼쪽)와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15.12.30 김흥구 기자 한일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소녀상 이전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돌아가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추모회 및 제12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2015.12.30 김흥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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