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기업인 이어 야구선수 겨눈 檢…다음 타깃은?
부자동네타임즈
| 2015-12-14 23:55:54
(서울=포커스뉴스) 검찰이 지난 9일 동남아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한신타이거스 출신 오승환(33) 선수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의 원정도박 수사 타깃이 기업인과 조폭에 이어 운동선수에까지 확산한 것이다.
◆ 오승환·임창용, 선수생활 최대 위기 맞나
검찰은 오승환 선수에 앞서 지난달 삼성라이온즈 투수 임창용(39) 선수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11월 함께 동남아 일대 카지노를 중심으로 운영된 이른바 ‘정킷(junket)방’을 찾아 원정도박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승환 선수는 검찰 소환 당시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그러나 오승환 선수가 처음부터 혐의를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오승환 선수에 대한 원정도박 의혹은 지난 6월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오승환 선수 측은 검찰 수사전까지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억울하다”는 것이 주된 입장이었다.
오승환 선수 측은 이같은 억울함을 입증할 증거로 홍콩이나 마카오행 기록이 남지 않은 여권을 '일요서울'에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검찰의 소환조사 계획이 알려졌을 당시에도 오승환 선수 측은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7일 검찰이 오승환 선수를 소환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법률대리인은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메이저리그 및 일본구단과 계약을 앞둔 민감한 상황인 만큼 빨리 의혹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며 “검찰에 출석하면 한점 의혹없이 사실대로 진술하고 모든 협조를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혐의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틀 후인 9일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상황은 반전을 맞았다.
줄곧 혐의를 부인하던 오승환 선수가 검찰조사에서 11월 원정도박에 대한 혐의 일부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오승환 선수의 경우 원정도박 횟수와 액수는 많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11월 한차례 마카오에서 임창용 선수와 함께 원정도박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상습도박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도박금액도 역시 10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보고 약식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창용 선수도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은 4000만원의 원정도박 사실을 인정한 임창용 선수에 대해 금액이 크지 않고 방문횟수도 한차례에 불과한만큼 약식기소를 하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결정한 상태다.
그러나 원정도박 자체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어떤 형태로든 처벌은 불가피하다.
또 이에 따른 오승환 선수와 임창용 선수의 ‘선수생명’도 최대 위기를 맞은 것만은 사실이다.
지난 12일 오승환 선수가 소속돼 있던 한신타이거스 요쓰후지 게이지로 구단 사장은 오승환과의 협상 중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한신은 오승환 선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던 때에도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며 재계약을 원했던 곳 중 하나다.
그러나 오승환 선수가 검찰조사를 받는 등 원정도박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자 재계약 의사를 전면 철회한 것이다.
팬들의 실망도 역시 만만치 않다.
그동안 ‘돌부처’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감정을 컨트롤하고 우수한 경기력을 보여온 오승환 선수에게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반응이 인터넷을 통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임창용 선수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오승환 선수와 함께 원정도박을 벌인 임창용 선수도 검찰수사 전 이미 삼성라이온즈 한국 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됐었다.
또 혐의가 확정된 후에는 2016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팀에서 방출됐다.
현역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활약하던 두 선수에게 선수생활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 검찰 원정도박 수사, 다음 타깃은?
앞서 검찰은 지난달 '기업인 원정도박'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야구선수를 비롯해 유명 연예인 원정도박 수사 가능성에 대해 함구했다.
그러나 검찰이 임창용 선수, 오승환 선수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검찰의 시선이 다른 분야 관계자들에게 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야구선수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면 유명 개그맨을 비롯해 연예인 등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임창용 선수, 오승환 선수 등에 대한 경찰수사가 이뤄질 당시 유명 개그맨을 비롯한 연예인들도 수사선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같은 추측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반응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러나 앞서 야구선수 수사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언급을 피한 것일 뿐 내부적으로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검찰수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금 업계 관계자들도 다음 타깃은 누가 될지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기업인·조폭 수사로 성과 올린 검찰
검찰은 지난달 4일 ‘기업인 원정도박’ 수사를 마무리하며 총 33명을 입건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총 33명을 기소하면서 기업인 원정도박 수사는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해운업체 K사 대표 문모(56)씨와 경비용역업체 H사 대표 한모(65)씨가 구속기소됐다.
또 경기 광주시에서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맹모(89)씨 등 기업인 7명은 불구속기소됐다.
앞서 100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운호(50)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비롯해 이날까지 검찰이 기소한 기업인은 12명이다.
지난 4일 열린 정 대표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정 대표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이 정킷방을 통해 탕진한 금액의 규모는 500여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정킷방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폭력조직 간부 11명과 기업인에게 원정도박을 알선한 브로커 3명 등 총 14명을 기소하기도 했다.
검찰수사가 진행되자 잠적한 7명에 대해서는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정킷방은 외국 카지노 VIP룸을 빌려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불법 도박을 알선하는 곳을 말한다.
이들은 정킷방을 통해 판돈의 일부인 ‘롤링수익’과 도박꾼들이 잃은 금액인 이른바 ‘루징금액’의 일부까지 챙기며 자금력을 늘려갔다.
또 해외에서 진 빚을 한국에서 거둬들이는 방식으로 고가의 이자를 받아 챙기기도 했다.
이같은 정킷방에는 현존하는 폭력조직들 대부분이 연루돼 있고 동남아 국가별로 구역을 나눠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마카오 일대에서 정킷방을 운영한 것은 광주 송정리파다. 필리핀은 학동파, 캄보디아는 영등포 중앙파와 영산포파 등이 주도권을 잡고 불법 도박장을 운영했다.
검찰은 지난 3월 범서방파 두목이던 김태촌의 양아들로 알려진 김씨를 횡령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던 중 원정도박 혐의점을 잡고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는 지난 6월 원정도박 브로커 문씨와 이씨가 붙잡히면서 본격화됐고 지난달 22일 마카오에서 정킷방을 운영한 광주 송정리파 행동대원 이모(39)씨가 붙잡히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렇게 검찰은 지난 6월부터 4개월여 동안 정킷방 운영업자, 원정도박을 알선한 브로커 등을 대상으로 집중 수사를 벌여왔다.
이후 검찰은 지난달 22일 폭력조직이 정킷방을 통해 벌어들인 범죄수익에 대한 환수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검찰수사가 상당 부분 성과를 거둔 후 종료되면서 법조계에서는 향후 검찰의 원정도박 수사도 분야를 막론하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경희 기자 gaeng2@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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