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명암> ① 국내 12개…北·中 고구려·고려 유산도 3개

'인류 공유할 가치 탁월성이 기준'…강진 도요지 등 15개는 잠정목록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18 08:10:02

△ (부여=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제9호)은 완벽한 비례미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백제의 탑이다. 높이는 8.8m이며,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화재로 인해 기단부와 지붕돌의 윗부분만 하얗고 몸돌 아래쪽은 거뭇하게 얼룩져 있다. kjhpress@yna.co.kr

① 국내 12개…北·中 고구려·고려 유산도 3개

'인류 공유할 가치 탁월성이 기준'…강진 도요지 등 15개는 잠정목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유네스코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1972년 10월 채택한 세계유산협약에 기반을 둔다. 이 협약은 공식 명칭이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이다.

파괴 위협을 받는 세계 각국의 유산 중 일부를 인류 전체의 유산으로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협약이다.

세계유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있는 부동산 유산을 의미하고 약칭은 OUV다.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과 자연유산(Natural Heritage)으로 나뉘며 구분선은 인간의 활동 흔적 여부다. 둘을 아우르는 곳은 복합유산(Mixed Heritage)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등재 기준은 모호하다. 세계유산협약에는 OUV라는 말 외에는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 기준과 세부 규정은 '세계유산협약의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the Operational Guidelines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World Heritage Convention)에 나온다.



운영지침은 OUV를 세분화해 세계유산 등재 기준으로 모두 10가지를 제시한다. 1∼6번이 문화유산에 해당하고 나머지 7∼10번은 자연유산에 적용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려면 1가지만 충족하면 되지만, 복합유산은 각각 최소 한가지 이상에 들어맞아야 한다.

올해 세계유산에 등재된 공주·부여·익산의 백제역사유적지구는 '특정 기간과 문화권 내 건축이나 기술 발전, 도시 계획 등에 있어 인류 가치의 중요한 교류의 증거'라는 두 번째 기준을 충족했다. '문화적 전통 또는 문명에 관한 독보적이거나 특출한 증거'라는 세 번째 기준에도 적합했다.

세계유산 등재는 크게 네 가지 절차를 밟는다. 먼저 '잠정목록'(Tentative List)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이후 각국 정부는 등재할 유산을 골라 예비 신청서를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전인 매년 9월 30일까지 내야 한다.

유네스코는 해당 서류를 검토하고서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현지조사를 의뢰한다. 문화유산 또는 자연유산 등재 여부에 대한 권고 의견을 도출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 1년 정도 걸린다.

6월 말∼7월 초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는 자문기구의 의견을 고려해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을 확정한다.

유네스코에는 세계유산 업무를 전담하는 세계유산센터(World Heritage Center)가 있다. 이 기구가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를 주관한다. 세계유산센터가 국회 사무국이라면 세계유산위원회는 국회에 비유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 업무를 맡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위원회는 21개국으로 구성되며 위원국은 2년마다 선출한다. 위원국은 대륙별로 배분한다. 유네스코에서 발언권이 센 미국이나 중국도 위원국이 아니면 세계유산위원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절차를 거쳐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적지않은 긍정 효과가 생긴다. 해당 지역과 국가의 자긍심이 높아지고 관광객이 많아지는 것이다.

유산을 국제 수준으로 보호해야 하므로 정부 관리가 더욱 엄격해진다. 개발도상국은 유산 보호에 필요한 재정과 기술을 국제기구에서 지원받기도 한다.



우리가 보유한 세계유산은 모두 12개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등이 처음 인정받은 이후 20년 만의 성과다. 1997년에는 창덕궁과 수원 화성을 세계유산 목록에 추가했다. 2000년에는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을 목록에 올렸다. 2007년에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일한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조선왕릉(2009), 하회마을과 양동마을(2010), 남한산성(2014), 백제역사유적지구(2015)이 차례로 등재됐다.

북한 고구려 고분군과 개성역사유적지구, 중국 동북지방 고구려 유적 등 3곳도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았다.

세계유산 후보는 잠정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잠정목록에는 1994년 등재된 전남 강진 도요지와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등 유산 15곳이 있다. 전남 화순 운주사가 잠정목록 등재를 신청한 상태다.

잠정목록에 오른 유산 중 정부가 등재를 우선하여 추진할 문화재는 한국의 서원과 한양도성이다.

내년에는 '한국의 서원'이 세계유산 등재에 도전한다. 달성 도동서원, 논산 돈암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경주 옥산서원, 안동 병산서원과 도산서원, 영주 소수서원, 함양 남계서원 등 9곳이다.

조선 왕조의 도읍지를 둘러싸는 길이 18.6㎞ 규모의 한양도성은 2016년에 도전한다.

서남해안 갯벌, 한국의 전통산사, 가야고분군 등도 등재 후보로 거론된다.



세계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등재를 추진하면서 부작용도 생겼다.

경남 통영시는 2012년부터 삼도수군통제영, 세병관 등을 묶어 세계유산위원회에 선보일 계획이다. 경북 성주군은 지난해 세종대왕 태실을 세계유산으로 만들기로 했다.

올해는 부산발전연구원이 부산의 한국전쟁 시절 피란수도 흔적을 등재하자고 제안했다.

고유성과 독창성이 아닌 인류가 공유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등재 기준이라서 중구난방식으로 나서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민선 지자체장들이 일회성 실적 쌓기 등 목적으로 등재를 무턱대고 추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해 성균관대 명예교수(건축학)는 18일 "세계유산은 구역 정비와 서류 접수 등 절차가 까다로워 등재까지 적어도 4∼5년은 걸린다"면서 "지자체장의 업적 쌓기나 지역 홍보보다는 문화재의 가치 보존이라는 관점에서 세계유산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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