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외화보유액 9개월새 88조원 감소…저유가·예맨공습

베네수엘라·러시아·알제리·걸프국도 저유가로 비용 치러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18 02:46:48


사우디 외화보유액 9개월새 88조원 감소…저유가·예맨공습

베네수엘라·러시아·알제리·걸프국도 저유가로 비용 치러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사우디 아라비아의 외환보유액이 지난 9개월 새 740억 달러(약 88조 원)나 급감했다.

산유국 간 세력 판도를 바꿀 초저유가 속에서 예멘 공습을 시작하고 시리아의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는 가운데 사우디의 오일머니가 증발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 통화당국은 지난 6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6천720억 달러(약 795조 원)라고 밝혔다. 이는 9개월 전인 작년 9월의 7천460억 달러(약 883조 원)에서 740억 달러가 감소한 금액이다.

이 기간 사우디의 국고가 매주 20억 달러씩(약 2조3천700억 원) 줄어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 하우스(Chatham House)의 에너지 전문가 데이비드 버터는 "외환보유액이 급감하고 있다"며 50억 달러의 국채 발행을 결정한 지난주의 움직임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의 국채 발행은 8년 만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는 사회적 불안을 진정시키고자 오일머니를 활용할 준비가 돼 있음을 그동안 보여왔다. 튀니지에서 '아랍의 봄'이 시작되자 임금인상과 복지 지출에 1천300억 달러를 쏟아부어 내부 불만을 진화했다.

많은 분석가는 사우디가 유가 급락 국면에서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하는 미국 셰일 오일을 꺾기 위해 유가 위기를 감수하면서 감산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결과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국제유가는 지난해 중반부터 급락해 1년 가까이 배럴당 5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런 유가 급락의 파문은 베네수엘라에서부터 시리아와 이라크의 전장,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 등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미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점차 높아지는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오는 12월 총선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패배 가능성도 나온다.

러시아 역시 원유·가스 수출이 전체 수출의 75%, 재정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함에 따라 통화가치 급락과 극심한 경제난에 빠졌다. 이런 경제난이 우크라이나에서 서방국들과의 갈등 고조를 바라는 민족주의자들에게 자양분이 되고 있다.

러시아는 유가가 1달러 떨어질 때마다 20억 달러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레이프 에너 교수는 추정했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작은 산유국들도 마찬가지다. 수출의 97%가 원유·가스인 알제리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과 교전 상황에 부닥쳤다. 체제가 전복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 경제 의존도가 큰 걸프국 바레인과 오만도 지금 같은 수준의 유가가 계속된다면 사회적 불안이 커질 위험이 있다.

인도 싱크탱크인 게이트웨이 하우스(Gateway House)의 아밋 반다리 분석가는 "이란이 핵협상에 참여한 데에는 부분적으로 저유가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인구의 3분의 2가 30세 미만인 사우디도 경제 침체로 젊은 층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기회가 줄어든다면 사회적 불안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으론 유가 급락이 소비지출 여력을 키워 전 세계 경제를 증진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에너 교수는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는 훨씬 나아질 것이다. 특히 소득에서 에너지 소비 비중이 높은 빈곤한 계층에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 중국, 일본, 그리고 많은 개발도상국이 저유가의 승자가 될 것"이라며 "이들 국가의 성장과 생활필수품 비용을 낮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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