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성추행' 고교 개학…학생들 "저흰 아무것도 몰라요"
"학생들에게 접근 말라" 학부모들, 취재진 접근 막기도
학교 측, 교내 사과방송…성폭력 예방교육도 진행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17 17:12:17
'연쇄 성추행' 고교 개학…학생들 "저흰 아무것도 몰라요"
"학생들에게 접근 말라" 학부모들, 취재진 접근 막기도
학교 측, 교내 사과방송…성폭력 예방교육도 진행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이효석 기자 = "저희는 아무것도 몰라요. 들은 것도 없어요."
남자 교사들의 여학생·여교사 성추행·희롱 사건이 불거진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가 17일 여타 학교들처럼 여름방학을 마치고 2학기를 시작했다.
이 학교 전임 교장을 포함한 남교사 4명은 여교사와 여학생들을 추행하거나 수업 시간에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혐의 등으로 고발당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새학기 처음 등교하고서 오후에 교문을 나선 학생들은 언뜻 보기에는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분위기였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웃고 대화하면서 학교를 벗어나는 학생들의 모습은 여느 고교생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방학 중 불거진 교사들의 성추문과 관련해서는 외부인에게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대다수 학생은 취재기자임을 밝히자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며 손사래를 치며 피하거나 아예 응대하지 않는 등 언론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나마 취재에 응해준 학생들도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 단어 선택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이 학교 2학년 A(17)군은 "개학식이 끝나고 교사 대표가 교내에 사과방송을 했다"며 "'성폭력이 얼마나 나쁜 행위인지 교사 모두 잘 알고 책임을 통감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학생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학교 측은 이날 2교시에 걸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면서 성폭력 관련 이론, 개념, 사례, 신고 방법 등을 교육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개별적으로는 대체로 이번 사건에 관해 언급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학생들은 전했다.
한 학생은 "친구들끼리도 일부러 이번 사건과 관련된 얘기를 꺼내지 않고, 선생님들도 '다시 잘 생활해보자' 등의 말조차 하지 않는 등 아예 이번 일을 입 밖에 내지 않으려는 분위기"라며 "마치 아무 일 없었던 듯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관한 추문이 방학 중 연일 언론에 보도된 탓인지 새 학기 첫날부터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교 시간이 되자 학교 앞에는 여러 학부모가 모여 취재진이 학생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모습이 목격됐다.
언론사 차량으로 의심되는 차량에 다가가 소속과 용건을 묻고, 취재차량임이 확인되자 다른 곳으로 이동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방학 중에도 기자들이 계속해서 학교 주변으로 찾아와 아이들에게 이번 일에 관해 묻는 등 못살게 굴었다"면서 "고3 수험생들도 있는데 이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만 접근해 달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일부 언론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계속해서 자극적으로 보도하면서 우리가 정말 많은 상처를 입었다"며 "학교가 정상화할 때까지는 제발 어떤 보도도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학교 건너편 아파트 단지 앞에는 '선생님, 학생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입주자 대표회의 명의로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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