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한국 NGO 조율사 유연씨 "누구나 인간다운 삶 누릴 자격"
케냐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코디네이터로 한국 개발·구호활동 조율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16 14:46:16
케냐 한국 NGO 조율사 유연씨 "누구나 인간다운 삶 누릴 자격"
케냐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코디네이터로 한국 개발·구호활동 조율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이들도 우리처럼 좋은 교육을 받고 기회를 얻었더라면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있을 겁니다. 결국, 우리와 똑같은 수준의 삶을 누릴 자격이 있으니까요."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지역개발과 구호활동 등을 하는 15개 한국 비정부기구(NGO)의 업무를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유연 씨는 1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만나 현지인들이 결국엔 우리의 도움으로 우리와 같은 수준의 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케냐에는 15개 단체에서 파견된 50여 명의 NGO 요원들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주로 낙후된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학교시설 개보수, 우물설치, 빈곤퇴치, 긴급구호 등 업무를 수행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음은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코디네이터인 유연 씨와의 일문일답.
--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는 어떤 조직이며 업무는.
▲ 국외에 파견될 개발협력 단체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을 한국에서 교육하고 파견 지역에서의 활동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케냐에서는 주로 현지에서 활동하는 이들 단체 요원들을 초청, 세미나를 개최해 사례발표, 관계법령 교육 등을 통한 개발협력 역량강화를 주된 업무로 하고 있다.
-- 케냐에 오게 된 계기와 현재 하는 일은.
▲ 대학원 졸업 후 다양한 경험을 거쳐 2012년 2월부터 1년간 케냐에서 국내 한 NGO가 운영하는 에이즈 여성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2013년 5월 KCOC 전문봉사단의 일원으로 케냐에 다시 와 현재 여러 단체의 업무를 상호 협력관계로 이끌고 조율하는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 왜 이 일을 하는가.
▲ 생계마저 힘든 현지인들을 돕는 일은 금전적인 보상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큰 조직에서도 근무해 봤지만 내가 뭘 잘했고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한 일이 사회에 얼마만큼 보탬이 됐는지 알 길도 없었다. 여기서는 조그만 일도 필요한 이들에겐 큰 보탬이 되고 나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적인 보람을 위해 뛰고 있다. 그것이 성취감이다. 성취감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은가.
-- 업무 중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장기간 거주하다 보니 이제 여기가 내 삶의 터전이란 생각이 든다. 단기간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는 좋든 싫든 참고 견디다 떠나면 그만이지만 내게는 일상적인 모든 일이 내 인생의 일부분이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책임을 회피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정서를 표출하는 현지인들을 대할 때면 서운한 마음이 든다. 내가 더 노력하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개발협력 업무는 어떤 사람이 해야 하는가.
▲ 기능적인 면에서는 컴퓨터를 조금 알거나 선을 똑바로 긋는다거나 가위질을 조금만 할 줄 알아도 이 사람들에겐 많은 도움이 된다. 자격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대학원 시절 어느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열악한 환경조차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이런 일을 해야 한다'라고.
-- 한국 NGO들의 활동 현황은.
▲ 단체마다 개발협력 분야에서의 경험이 달라 성과에서도 많은 차이가 난다. 단순 원조에 그치는 전근대적 방법에 의존하는 단체도 있고, 제공자 중심의 일방적 지원에 그쳐 실효가 없는 경우도 많다. 지역과 대상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협력 사업의 천편일률적 적용도 고쳐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실무자들의 개인적 역량은 뛰어나다. 전기와 물도 없는 오지에 들어가 맡은 바 임무를 거뜬히 해내는 이들이 많다. 우리도 경험을 더 쌓으면 개발협력의 거대조직인 옥스팜처럼 할 수 있다고 본다.
-- 최근에 한 일은.
▲ 케냐에서 개발협력 단체들이 활동하는 데 참고가 되도록 NGO 활동에 필요한 관계법령, 등록절차 등 관련 정보들을 수록한 'NGO 길라잡이'라는 안내서를 발간했다.
-- 앞으로 바라는 점은.
▲ 좋은 시스템을 갖춘 효과적인 개발협력 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인과 케냐인은 기대치가 다르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이들도 우리처럼 좋은 교육을 받고 기회를 얻는다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들도 우리와 똑같은 수준의 삶을 누릴 자격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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