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영화는 역시 쌍끌이…강력한 '러닝메이트' 있다

'암살' '베테랑', 통쾌함 통해 '천만영화 2편' 가능성도
대작 비슷한 시기 개봉에 스크린 빼앗긴 작은 영화들은 울상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15 11:22:00


천만영화는 역시 쌍끌이…강력한 '러닝메이트' 있다

'암살' '베테랑', 통쾌함 통해 '천만영화 2편' 가능성도

대작 비슷한 시기 개봉에 스크린 빼앗긴 작은 영화들은 울상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그동안 1천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한 대작에는 늘 1∼2주 차이를 두고 강력한 경쟁작이 붙어 왔다.

이들은 관객의 선택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에서 점점 같이 뛰며 극장가 돌풍을 쌍끌이하는 '러닝 메이트'가 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암살'(최동훈 감독)이 개봉하고 나서 바로 다음 주에는 고정 팬이 많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이 톱스타 톰 크루즈와 함께 찾아왔고, 그다음 주에는 짱짱한 액션영화 '베테랑'(류승완 감독)이 개봉했다.



◇ 서로 밀며 '천만영화 2편' 가능성 연 '암살' '베테랑'

'암살'이 1천만명을 돌파하기 전후로 '미션 임파서블'과 '베테랑'은 차례로 500만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지난 5일 개봉 이후 한 번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은 '베테랑'은 현재의 흥행 속도대로 가면 1천만명 돌파도 가능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작품 2편이 연속 '천만 영화'가 되는 진기록을 세울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영화인 '암살'과 '베테랑'은 서로 영화가 잘 되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 영화가 스타일이 다르기는 하지만, 관객에게 '통쾌함'을 안긴다는 오락성과 주제의식 양쪽 면에서 함께 화제를 낳으며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암살'은 광복 70주년을 맞은 의미 있는 시기에 과거사를 제대로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 청산되지 않은 친일 잔재와 홀대받는 독립운동가 후손 등의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국민에게 통쾌함을 안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테랑'은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재벌 3세의 악행을 서민 영웅인 형사가 끈질기게 추적해 단죄해가는 모습을 그야말로 시원시원하게 그려냈다.

2주 차이로 개봉한 두 영화는 관객이 "둘 중 뭘 볼까"를 고민하는 경쟁 관계를 형성시킨 게 아니라 "이걸 봤으니 저것도 보자"는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암살'은 전지현·하정우·이정재, '베테랑'은 유아인·황정민 등 양쪽 모두 멋진 톱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면서도 한쪽은 역사를 되새기며 감동을 안기고 다른 한쪽은 현재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성공을 그려내 신나는 감정을 안긴다는 점에서 두 영화가 완전히 겹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두 영화는 비슷한 관객층을 공유하고 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개봉 이후 지난 12일까지 '베테랑'을 선택한 관객 중 20대는 38.9%, 30대는 24.5%, 40대는 25.5%였다.

'암살'도 이 비중이 각각 36.1%, 25%, 25.5%로 비슷하다.

'미션 임파서블'은 각각 26%, 26.5%, 34.7%로 20대 비중이 작고 40대 비중이 훨씬 커 두 영화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영화의 '연관어'를 분석해보면 두 영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드러난다.

CGV리서치센터가 분석한 '암살'과 '베테랑'의 연관어 1∼3위는 나란히 주연 배우의 이름과 '좋다'는 감정이 차지했다. '배우', '연기'도 두 쪽 다 상위권에 오른 키워드다.

그에 반해 '암살'은 '느끼다'라는 연관어가 '재미'보다 상위에 있는 반면, '베테랑'은 '재미'가 '느끼다'보다 한참 상위에 자리 잡았다.

'암살'에는 '어제'라는 키워드가 붙는 데 반해 '베테랑'에는 '현재'라는 연관어가 따라붙었다.



◇ 최근 대작 경쟁 심화…다양성영화 입지 더욱 좁아져

1천만명 이상 경쟁 대작 옆에 500만명 전후의 흥행작이 함께하는 '쌍끌이 현상'은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다.

작년 여름에도 신드롬을 낳은 '명량'(1천761만명)은 바로 앞에 '군도-민란의 시대'(477만명)가 개봉해 길을 열어주고 '해적-바다로 간 산적'(866만명)이 뒤를 밀어줬다.

작년 초에는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 '겨울왕국'(1천29만명)과 한국영화 '수상한 그녀'(865만명)가 1주일 차로 개봉해 서로 밀고 끌어줬다.

그보다 한 달가량 앞선 2013년 말에는 '변호인'(1천137만명)이 '용의자'(413만명)라는 러닝메이트를 뒀다.

'흥행할 만한 대작'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동반 흥행하는 것은 어느 한 편으로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극장 최성수기가 여름방학, 추석 연휴 등으로 뚜렷하게 정해져 있기에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등 국내 4대 배급사도 자연스럽게 이 시기에 기대작을 배치하게 된다.

이미 2007년에 '디워'(785만명)와 '화려한 휴가'(685만명)가 한 주 차로 개봉해 동반 흥행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대박 영화'와 '쪽박 영화'로 갈라지는 한국영화의 양극화 현상을 반영한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국내 극장가는 멀티플렉스 체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므로 2∼3편의 경쟁 대작이 맞붙더라도 각 영화에 800개∼900개 정도의 스크린은 몰아줄 수 있으니 동반 흥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베테랑'이 개봉한 지난 5일 '베테랑'의 스크린은 956개, '암살'은 783개, '미션 임파서블5'는 834개였다.

그러나 대형 투자배급사가 선택해 적극적으로 미는 '대작'을 제외한 중소 규모의 영화들과 그렇지 않아도 상영 기회가 제한된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의 다양성 영화는 '대작 경쟁'이 치열할수록 스크린 부족을 겪게 된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베테랑'과 '암살'은 오락영화인데도 사회적 의미를 잘 담아낸 영화들이므로 의미 있는 흥행"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미션임파서블5'까지 포함해 세 영화가 모두 잘 되는 것은 극장에 이들 영화가 모두 많이 걸려 있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큰 영화들끼리는 동시에 붙어도 서로 파이를 깎아 먹지 않는다"며 "여름 시장은 작은 영화들에도 성수기이니 많은 다양성 영화가 있는데 대작들이 스크린을 다 가져갈수록 피해는 작은 영화가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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