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장기수 인공수정도"…미·쿠바 수교의 '인간적' 이면

수교 막전막후 공개…"미 특사 금수조치로 쿠바 선물 캐나다에 놓고 귀국"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15 06:48:57


"쿠바 장기수 인공수정도"…미·쿠바 수교의 '인간적' 이면

수교 막전막후 공개…"미 특사 금수조치로 쿠바 선물 캐나다에 놓고 귀국"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냉전시대의 적성국과 새로운 출발을 해보려는 대통령의 열망으로 추진됐으나, 결정적 촉매제는 '인간적 배려'였다"

54년 만에 쿠바 수도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이 재개설되고 성조기가 게양된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베일에 싸여 있던 양국의 막후 외교협상 과정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특히 NYT는 간첩 혐의로 쿠바에 5년간 수감된 미국인 앨런 그로스의 석방과 미 캘리포니아의 감옥에 갇혀 있던 한 쿠바인의 인공수정 문제가 협상의 출발점이었다면서 "협상은 시작했지만 그 끝이 어디일지는 몰랐다"는 한 협상 당사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NYT에 따르면 2014년 여름 백악관 관리들은 '앨런 그로스가 감옥에서 자살할 지 모른다'는 사실을 우려했다.

그로스는 당시 감옥에서 단식투쟁을 벌였으며, 환각 증상을 보일 정도로 정신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때 직접 개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로스에게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한을 썼고, 존 케리 국무장관도 자필로 직접 격려 메시지를 띄웠다.

그로스의 변호인이 아바나의 군 병원에 입원한 그로스에게 이를 직접 전달했다.

이 변호인은 그로스의 석방을 미국 관리들에게 압박하는 과정에서, 전쟁중 부당하게 억류된 미국 포로들을 위해 대통령은 모든 석방 노력을 해야한다는 1868년 제정 '인질법'을 언급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이 법으로 제소할 수도 있다는 '위협'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쪽에서는 그로스의 석방을 위해 미국에 수감된 쿠바 출신 비전향장기수 5명인 이른바 '큐번 파이브(Cuban Five)'를 활용하자는 제의가 나왔다.

이들은 1998년 플로리다에서 미 정보당국에 체포, 간첩죄 등으로 복역해왔다.

특히 패트릭 리히(민주·버몬트) 상원의원이 이런 제안을 했으나, 처음에 백악관과 미 법무부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쿠바를 찾은 리히 의원과 그의 부인에게 '큐번 파이브'의 일원인 한 장기수의 아내가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갖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리히 의원은 이 장기수의 인공수정을 허용받았고, 이어 쿠바 관리들이 그의 정액을 파나마의 한 불임시술병원으로 이송했다.

인공수정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 장기수의 부인은 쿠바에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녀의 임신이 알려져 은밀하게 진행됐던 양국 수교 협상이 난관에 빠질까봐 미 관리들은 쿠바 정부에 그녀를 대중의 눈에 띄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2기에 쿠바와의 관계 복원을 구상하고 막후 협상에 나설 참모 2명을 부른 것은 2012년 12월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보좌진의 한 명이었던 벤저민 로즈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리였던 리카르도 주니거는 수교협상 내내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 역할을 했다.

2013년 6월에 시작된 이들과 쿠바 관리들과의 비밀협상은 이후 캐나다 오타와에서 진행됐다.

쿠바 측이 쿠바산 시가와 럼주를 선물했으나, 미국 측은 금수조치 때문에 선물을 고스란히 오타와에 남겨두고 귀국하기도 했다.

쿠바 관리들이 오타와에서 저녁을 먹으러 나가자고 했을 때에도, 미국 측은 다른 사람의 눈에 띌까 꺼렸을 정도로 협상을 철저히 숨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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