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보다 어려운 감동을 연주한 '기적의 피아노'
선천적 시각장애 천재 피아니스트 소녀 다룬 다큐영화 제천서 첫선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14 19:51:08
악보보다 어려운 감동을 연주한 '기적의 피아노'
선천적 시각장애 천재 피아니스트 소녀 다룬 다큐영화 제천서 첫선
(제천=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엄마의 노랫소리를 듣고 세 살 때부터 스스로 건반을 치며 피아노를 익힌 천재 피아니스트 유예은 양은 선천적 시각장애인이다.
예은이는 태어날 때부터 안구가 없어 현대 의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앞을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신, 자신이 들은 음악을 피아노 건반으로 족족 쳐내는 천재적인 재능이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예은이는 세간의 큰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이전까지 한 번도 피아노 수업을 받아본 적 없는 예은이는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콩쿠르에 도전하지만, 심사에서 맥없이 탈락한다.
악보를 보며 피아노를 치고, 철저한 제도권 교육을 받은 또래 아이들과 동일 선상에서 놓고 비교했을 때 예은이가 가진 특출난 재능이 두드러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앞을 못 보는 예은이는 지팡이를 짚고 혼자 길을 나서는 훈련을 유난히 두려워한다.
청각이 크게 발달한 이 천재 피아니스트에게 거리를 걸을 때 듣게 되는 오토바이 엔진 소리와 자동차 경적 소리는 무엇보다도 큰 공포의 대상이다.
이처럼 피아노 외에 일반인처럼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일도 예은이에게 큰 난관이다.
'기적의 피아노'는 천재 피아니스트로 주목받았으나 아직은 피아노가 어렵고 세상이 두려운 시각장애 소녀가 차근차근 어려움을 극복하며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히 그려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14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식 상영된 이 영화는 인터넷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수이자 배우인 박유천이 재능기부로 내레이션에 참여하기도 했다.
영화는 예은이가 처한 안타까운 현실과 천재적인 소질로 빚어내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의 예술적 경지를 스크린에 담아 끊임없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날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상영관에는 관객들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야기 전개는 예은이가 피아노에 느끼는 한계와 고뇌, 일생생활을 하는 과정에서의 소소한 어려움으로 크게 두 축으로 나뉘며 지루할 틈 없는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또 친딸이 아님에도 그 누구보다 예은이를 믿고 지원하는 엄마(박정순)와 몸이 불편하지만 예은이를 세상이 알리려고 한 손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아빠(유장주), 예은이의 천재적인 재능과 감수성을 발현하도록 도와주는 선생님(이진욱)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부모의 존재와 역할, 참된 교육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진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이유는 3년이 넘는 긴 촬영기간을 통해 극의 인위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제한 데 있다. 편집만으로 영화의 주제에 벗어나지 않는 군더더기 없는 연출을 이끌어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영화 연출을 맡은 임성구 감독은 이날 영화 상영 직후 '관객과의 대화'(GV)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장애가 있는 꼬마 소녀가 손을 더듬더듬하면서 피아노를 치는 모습과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접하면서 꼭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며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현재 중학교 1학년인 예은이의 앞날을 축복해주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월3일 개봉. 전체 관람가. 80분.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