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 '교도소市'…파란만장한 사연 갖가지
도시 2곳에 교도소만 11개…인구의 38%가 재소자들
교도관·출소자들의 공동체…'평온과 불안' 엇갈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14 07:00:00
미국 콜로라도 '교도소市'…파란만장한 사연 갖가지
도시 2곳에 교도소만 11개…인구의 38%가 재소자들
교도관·출소자들의 공동체…'평온과 불안' 엇갈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 콜로라도 주 남부 클레어몬트 카운티에 있는 캐년 시와 플로렌스 시에는 교도소 11개가 들어서 있다.
연방 교도소 4개, 주립 교도소 7개가 위치한 캐년 시와 플로렌스 시는 이른바 '교정(矯正) 복합타운'으로 불린다.
두 도시의 인구(캐년 1만6천 명·플로렌스 3천800 명)는 2만 명도 채 되지 않는다. 두 도시 전체 인구의 38%에 이르는 7천500여 명이 재소자들이다. 인구 1인당 재소자 수가 미국에서 가장 높다.
특히 플로렌스 시에는 '로키산맥의 알카트라즈'로 불리는 악명 높은 연방 교도소가 있다.
이 교도소에서 9.11 테러 공동 주모자 자카리아스 무사위, 폭탄 테러범 '유나바머'(UnABomber) 시어도어 카진스키, '오클라호마 테러범' 테리 니콜스,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범' 조하르 차르나예프가 복역 중이다.
이 지역에 사는 학생들은 평소 화재안전 교육보다는 탈옥범 태처 요령을 터득하는 데 익숙한 편이다. 도시 외곽에서는 교도관들이 감시견을 풀어 탈주범을 체포하는 연습도 종종 눈에 띈다.
이처럼 삭막하고 위험천만한 도시가 일상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까닭은 매력적인 다운타운과 낙엽이 휘날리는 거리들, 낚시와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자연환경이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주민 상당수가 교정시설에서 근무하거나 교도소를 근거로 생활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 혈연·인척관계로 맺어져 있다.
아닌게 아니라 캐년·플로렌스 두 도시의 경제생활은 교도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재소자들이 만드는 우편함과 낚싯대, 꽃장식, 물소 가공육 등이 주요 상품이다.
주민 기니 하들리는 "이 지역은 안전하다"면서 "1976년 말 재소자 5명이 탈옥에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2000∼2012년 사이에 탈옥한 재소자 50여 명은 모두 붙잡혔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여성 재소자들은 교정당국의 허가를 받고 죄수복을 입은 채 도시를 활보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출소한 재소자 100여 명이 이 곳을 떠나지 못하고 뿌리를 내리면서 교도관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다. 실제로 도시 내부를 들여다보면 교도소를 휘감고 있는 담벼락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사연들이 묻혀있다.
지난 14년간 교도관으로 근무했던 크리스천 스넬슨은 직업적 연륜으로 매우 엄격한 청도교적 사람이다. 그는 평소 자녀들에게 "교도관은 집에서도 엄정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2006년 교도관을 그만두고서 캐년 시에 조그마한 카페를 냈다. 평소 가족들과 도란도란 저녁을 함께하는 게 꿈이었기 때문이다.
스넬슨이 바라던 바와는 다르게 그의 카페는 교도관들의 단골 회합장소가 됐다. 교도관들이 마음을 열고 쉴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던 차에 동료였던 스넬슨의 카페는 안식처인 셈이다.
잔 맥롤린은 1986년 재소자들에게 신앙을 전하려 이 곳을 찾았다. 그는 처음 재소자뿐만 아니라 교도관에게도 "쓸데없는 일을 한다"면서 따돌림을 당했다. 지금은 비영리 종교기관인 '재소자들의 위한 기도'을 운영하며 존경을 받고 있다.
아이린 밀러는 여성 재소자들이 낳은 아이들을 돌보는 '새로운 지평'(New Horizon)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여성 재소자들이 낳은 아이들 수가 200여 명에 이른다.
그는 여성 재소자가 낳은 아이들의 교육과 취업 등을 위한 자선활동에 나서고 있다. 밀러는 아내 니나와 상의해 세 명의 아이를 정식 입양하기도 했다.
헬리나 다브로우스카는 1988년부터 이 지역에서 하루 숙박비가 55달러인 모텔을 운영하고 있다. 이 모텔은 대부분 재소자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면회객들이다.
다브로우스카는 숙박업소 일을 하다가 파란만장한 사연을 갖고 있는 재소자 가족들에게 위안을 주는 카운슬러가 됐다. 그녀는 재소자와 그의 약혼자를 옥중 결혼시키는 역할도 맡고 있다.
다브로우스카는 "재소자들이 가석방을 하면 가족들과 함께 찾아주는 게 보람"이라며 "재소자의 약혼녀들은 매우 헌신적인 사람들이다. 사랑의 힘은 참 깊다"고 했다.
클레어몬트 카운티 경찰인 제임스 바이커는 처음 부임했을 당시 삼엄한 교도소 환경 때문에 적잖게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냉소적이 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재소자들은 속임수에 능하기 때문에 교도관들이 보다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바이커는 그러나 "재소자들 중에는 갱생하려는 사람도 많다"면서 "이들은 공공사업이나 도로 청소, 화재 진압 등에 나서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이 공동체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도시 인근 산기슭에 위치한 우드페커 힐에는 이름없는 공동묘지들이 황량하게 방치돼있다. 이는 복역하다가 죽은 재소자들의 무덤이다.
바이커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가 있다"면서 "여기에 묻힌 재소자들은 가족들이 없는 사람이다. 그들도 사람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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