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성(性)을 선택하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13 05:00:00


성(性)을 선택하다







(서울=연합뉴스) 1955년 8월28일 서울 동화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본점). 2층 미장원에 20살 여성이 들어섰다. 당시 최신 유행이던 웨이브가 들어간 쇼트헤어(단발머리)로 꾸미고 거울 앞에 서자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조(趙)군 아니 조양, 소감이 어때요?" 빨간 연지를 바른 입술이 미소를 지었다.

이 여성은 조기철(趙基喆)씨. 한국 첫 성전환 수술 환자다. 경기도 양평군 출신인 조씨는 1955년 8월13일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2시간 수술 끝에 남성에서 여성이 됐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성(性)을 바꾸는 것이 한국에서 현실이 된 순간이다. 당시 언론은 '이십 세기의 기적' '인륜대도를 어지럽힐까 걱정'이란 호들갑을 섞어 이 소식을 전했다. 1955년 9월2일자 경향신문 만평에서는 공처가가 "이렇게 (아내에게) 학대받을 바에야 여자가 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1960년대 들어 성전환은 일반인에게 생소하지 않은 용어가 됐다. 그러나 성의 고정관념을 넘어선 행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사회 분위기에서 성전환은 '선정적 얘깃거리' 이상은 될 수 없었다. 1960∼1970년대 신문에서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이들을 '정신질환자' '부적응자' '범죄자' '폐인' 등으로 묘사하곤 했다. 당시 경제 기사에서는 극약 처방처럼 사내 모든 것을 뒤엎는 경영 혁신을 '성전환'에 비유하기도 했다.

성전환은 2000년대 들어 편견의 굴레를 벗기 시작했다. 2001년 하리수가 성전환자로는 처음으로 연예계에 데뷔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성전환자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도 차츰 줄어들었다. 대법원은 2006년 6월 최초로 '존엄성, 행복 추구, 인간다운 삶에 대한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며 성전환자가 호적상 성별을 바꿀 수 있게 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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