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반체제 인사들, 美대사관 재개관 행사에 초청 못받아

카스트로 정권 반발 의식…반체제 지원 對쿠바정책 전환 예고
케리, 조용히 별도의 면담…현지 인권단체·공화당 일각 반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13 02:42:10


쿠바 반체제 인사들, 美대사관 재개관 행사에 초청 못받아

카스트로 정권 반발 의식…반체제 지원 對쿠바정책 전환 예고

케리, 조용히 별도의 면담…현지 인권단체·공화당 일각 반발



(마이애미=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오는 14일(이하 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개최하는 미국 대사관 재개관 행사에 현지 반체제 인사들을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교정상화를 추진해온 라울 카스트로 정권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반체제 인사들을 지원하고 인권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춰온 미국의 대쿠바 정책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14일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성조기 게양식 행사에 반체제 인사들을 초청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AP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미국 대사관에 성조기를 게양하는 행사는 양국이 1961년 1월3일 외교관계를 단절한 지 54년만에 국교를 완전 복원하는 것을 대외에 선포하는 상징적 이벤트다.

케리 장관은 그 대신 같은 날 오후 미국대사 관저에서 소수의 명망 있는 반체제 인사들을 조용히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반체제 인사들을 초청할 경우 미국과 국교정상화 협상을 추진해온 쿠바 정부당국자들이 행사 자체를 '보이콧'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다만 반체제 인사들을 아예 만나지 않을 경우 미국 안에서 쿠바의 인권문제를 도외시한다는 비판론이 제기될 것을 감안해 '행사에는 초청하지 않되, 별도의 면담을 갖는' 절충적 형태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행사 준비상황에 밝은 정부 당국자들은 AP통신에 "만일 반체제 인사들이 미국 대사관에 모습을 나타낸다면 양국이 추진하는 새로운 협력의 정신이 후퇴할 위험이 있다"며 "그러나 반체제 인사들을 전혀 만나주지 않는다면 이 또한 (쿠바 정부에) 나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지의 반체제 인사들을 비롯한 쿠바 인권단체들과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과 같은 일부 쿠바계 정치인들은 "잘못된 처사"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국교 정상화에만 매몰되지 말고 쿠바 카스트로 정권을 상대로 정치범 탄압 등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체제 인사의 한명인 안토니오 로딜레스는 "우리가 미국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우리를 (행사에) 초청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양국이 54년만의 국교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1961년 단교 이후 쿠바의 반체제 활동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춰온 미국의 대(對)쿠바 인권 공세는 크게 둔화된 듯한 양상이다.

지난 1월 국교정상화 협상단을 이끌고 쿠바를 방문했던 로베르타 제이콥슨 미 국무부 서반구담당 차관보는 방문기간 말미에 일부 반체제 인사들을 만나기는 했으나, 확실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하순 발표한 보고서에서 쿠바를 인신매매 취약국가에서 제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편, 지난 2월 이후 20명이 넘는 미국 의원들이 쿠바를 방문했으면서도 반체제 인사들을 만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밝혔다. 과거 미국 의원들이 쿠바 방문 때 거의 필수적으로 반체제 인사들을 만나 지원 입장을 밝혔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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