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야 통일아 부디 만나자"…DMZ 따라 울려퍼진 평화의 선율
한국, 아시아 젊은 예술가 100여명, 광복 70주년 'DMZ 평화예술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09 16:28:17
△ 광복 70주년 기념 'DMZ 평화예술제'
(서울=연합뉴스) 광복 70주년을 맞아 9일 인천 강화 평화전망대 잔디마당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DMZ(비무장지대) 평화예술제'가 열리고 있다. 한국과 아시아 지역 신진예술가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남북의 새로운 출발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새로운 출발-혼례굿'이 열렸다. 2015.8.9 <<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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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야 통일아 부디 만나자"…DMZ 따라 울려퍼진 평화의 선율
한국, 아시아 젊은 예술가 100여명, 광복 70주년 'DMZ 평화예술제'
(강화·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아직도 오지 않은 신랑 신부, 평화야! 통일아! 부디 만나자!"
광복 70주년을 엿새 앞둔 9일 오후 3시 예성강과 송악산 등 북한 땅이 내려다보이는 인천광역시 강화 평화전망대 잔디마당에서 특별한 혼례식이 열렸다.
한국과 아시아의 젊은 예술가 100여 명이 각국의 음악과 춤, 연희로 분단된 남북의 통일과 평화를 기원하는 '혼례굿'을 벌인 것이다.
이날 혼례굿은 남북 분단 현실을 신랑 없는 결혼식을 풍자한 전통 연희극 형식으로 진행됐다.
맹 진사댁 딸 '꽃분이'의 혼례식에 신랑이 나타나지 않자 맹 진사와 마름 '깝순'이 관객들 가운데서 신랑을 찾아 극적인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남북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예종 학생들의 흥겨운 사물놀이를 시작으로 미얀마 하프 연주, 필리핀 무용, 브라스밴드 공연 등 각종 공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능청스러운 맹 진사와 마름의 재간이 버무려졌다.
이날 '혼례식'을 지켜본 관광객과 마을 주민 100여 명은 환호와 박수, 큰 웃음으로 화답하며 함께 광복 70주년과 남북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특히 막바지에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김봉렬 총장이 주례사를 통해 "아직도 오지 않은 신랑, 신부, 평화야 통일아 부디 만나자!"라고 선창하자 현장에 모인 200여명이 '평화와 통일'을 합창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 총장은 "비록 작은 시작이지만 이번 공연이 큰 물결이 돼 평화와 통일로 가는, 그래서 남북한이 함께 웃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과 아시아 지역 신진예술가 100여 명이 동서 최북단 비무장지대(DMZ)를 따라 공연하며 남북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DMZ(비무장지대) 평화예술제'의 개막식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이날을 시작으로 오는 12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14일 강원도 철원 노동당사 앞 등 휴전선 서북단에서 동북단을 따라 행사를 이어간다.
'Across & Along- 평화를 향해, 함께 앞으로'라는 주제를 내건 이번 평화예술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광복7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한예종이 주관하는 것으로,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중 민통선 지역 안에서 열리는 유일한 행사다.
한예종은 당초 이번 광복 70주년 행사를 남북 교류 음악회로 추진하기 위해 북측에 서울, 평양 또는 제3의 장소에서 합동 연주를 제안했으나 불발돼 한국과 아시아 지역 신진예술가들이 참여하는 DMZ 평화예술제로 치르게됐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한예종 학생 60여명과 브루나이,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 신진예술가 40여명 등 모두 100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1∼8일 함께 행사를 준비한 이들은 '평화원정대'라는 이름으로 연희극에서 창작무용, 클래식, 아시아 전통음악까지 다양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 이어 오는 12일 고성 통일전망대에서는 북한 땅인 금강산과 해금강을 바라보며 전쟁에 희생된 영혼을 위로하고 통일을 비는 '통일염원굿'을 한다.
광복절 전날인 14일 철원 노동당사 앞에서는 예술가 2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무대로 대미를 장식한다. 비극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는 역사의 현장에서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기원제'가 이어진다.
김봉렬 한예종 총장은 강화 공연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래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남북 교류 음악회를 열고 싶었다"며 "올해 초부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를 통해 북한에 북측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대학과 남측 한예종 학생이 합동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교류 음악회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아직까지 전혀 소식이 없어 DMZ에서 남한 단독으로라도 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한예종은 10여년 전부터 늘 남북교류에 굉장히 강한 뜻을 갖고 있다"며 "평양에 분교를 만들겠다는 마음가짐까지 지니고 있는데 기회가 안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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