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나가사키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 건립 2년째 '답보'
민단주도로 작년초 신청…市 "크기 줄이고 디자인 바꾸라" 요구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09 17:56:50
△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9일 열린 원폭희생자 위령식(EPA.연합뉴스)
日나가사키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 건립 2년째 '답보'
민단주도로 작년초 신청…市 "크기 줄이고 디자인 바꾸라" 요구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일본 나가사키(長崎)시에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비를 세우는 사업이 시 당국의 허가가 지연되면서 2년째 답보 상태인 것으로 9일 파악됐다.
이날 원폭 투하 70주기를 맞아 전 세계를 향해 평화를 호소한 나가사키시가 당시 식민지 출신자로서 가장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한국인 희생자 추도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나가사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건립 위원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작년 1월 건립 허가 신청을 냈지만 위령비의 크기와 디자인, 비문 문안을 놓고 시와 우리 측 사이에 이견이 있다"며 "위원회의 건립안에 대해 시 측이 수정을 요구함에 따라 현재 양측간에 교착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시 측의 요구를 다 수용하면 우리의 당초 건립 추진 취지가 희석되기 때문에 앞으로 조정을 계속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가사키 시 당국은 위령비 크기를 줄이고 디자인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한국인 원폭 희생자가 발생한 역사적 배경인 강제징용 관련 비문 내용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우에 도미히사(田上富久) 나가사키 시장은 지난달 27일 외신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한국인 위령비에 대해 "위령비로서의 취지, 공원 본연의 모습에 비춰 적절한지 등의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시의 이 같은 태도에는 일부 우익 성향 단체가 한국인 위령비 건립을 저지하기 위한 인터넷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중심이 된 건립위원회는 나가사키 평화공원에 위령비를 건립하겠다고 작년 1월 시 당국에 신청서를 냈다. 현재 공원 한쪽 구석에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주도로 1970년대 후반 세운 작은 크기의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가 있지만 재일민단은 이와 별개로 위령비 건립을 추진 중이다.
1945년 8월 9일 미군이 원폭을 투하한 뒤 그해 12월까지 나가사키에서 7만3천884명이 원폭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약 1만 명 정도가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반도 출신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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