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겯고 가자"…월드옥타 아세안 차세대들의 약속
필리핀에 모인 12개국 105명, 창업 아이템 개발하며 네트워킹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07 10:35:17
"어깨 겯고 가자"…월드옥타 아세안 차세대들의 약속
필리핀에 모인 12개국 105명, 창업 아이템 개발하며 네트워킹
(마닐라=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어깨동무하고 함께 성장하며 미래를 향해 가자."
7일 오전 필리핀 마닐라의 로페스센터에 모인 아세안(ASEAN) 지역 12개국 105명의 한인 차세대 무역인들은 얼굴을 마주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서슴없이 '우리'라는 말을 꺼낸다.
차세대들은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필리핀지회가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아세안 통합 차세대 무역스쿨'에 참가했다. 대만, 홍콩,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라오스, 태국, 미얀마 등지에서 성공 한상(韓商)을 꿈꾸며 모인 것이다.
6일 무역스쿨 개교식 때까지만 해도 말을 놓기가 어려웠던 이들은 같은 꿈을 꾸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한다는 공감대 때문인지 벌써 애틋한 사이가 됐다.
박기출 월드옥타 회장, 김종훈 새누리당 국회의원, 각국 지회장 등이 격려차 먼 길 마다하지 않고 필리핀까지 날아와 격려했다는 데 고무되기도 했다.
태국 방콕에서 참가한 정영훈(38) 씨는 "창업하는 데 도움이 될 동지를 만난 것 같아 기쁘다"며 "기회를 준 월드옥타에 감사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현지 무역회사 겸 제조회사인 '난디인터트레이드'에서 해외시장 개발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지인을 통해 방콕지회가 개최한 제1기 무역스쿨을 수료했다. 2000년 한국을 떠나 일본 도쿄의 오비린(櫻美林)대를 졸업하고 2007년 태국에 홀로 건너와 바로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미얀마 한인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은 정웅섭(40) 씨는 지난해 9월부터 미얀마에서 KCC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포항 출신인 그는 한양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문에 입사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바로 퇴사한 이력이 있다. 이후 무역회사에 다니다 여의치 않자 그만두고 신발 장사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돈을 벌었지만 납품할 수 없는 디자인을 주면서 납품을 요구하는 본사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또 접어야 했다.
"미얀마가 기회의 땅이라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찾아갔지요. 1년 동안 미얀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아이템을 찾다가 지인의 소개로 KCC 대리점 제의를 받았습니다."
이번에 무역스쿨에 참가한 사연도 흥미롭다. 출장차 태국 방콕에 들렀다가 한인식당에서 우연히 월드옥타 방콕지회가 게시한 무역스쿨 개최 광고를 봤던 것. 곧바로 양곤지회를 찾아가 참가 의사를 밝혔고, 혼자 필리핀에 날아올 수 있었다.
"앞으로 아세안을 무대로 사업할 계획입니다.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성공한 선배들의 스토리도 듣고 싶어 달려왔어요. 직접 교육을 받아 보니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젊은이가 여기 다 모여 있더군요. 사실 요즘 한국의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는데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젊은이의 모습인지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얼마 전 EBS 1TV의 '청춘! 세계 도전기'에 등장했던 송병하(33) 씨도 눈에 띄었다.
그는 2004년 군 제대 후 셰프가 되려고 호주에 건너가 유명한 요리학교를 졸업했다. 그런데 시드니에 미용실을 내고 유학원까지 운영하는 등 잠시 외도를 하다가 뒤늦게 말레이시아에서 꿈을 이뤘다. 현지에 한식당 '도마'를 차린 것이다.
송 씨는 "다른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출장을 갔다가 현지 월드옥타 대륙 대표인 동생을 만나 의기투합해 동업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온 이상민(35) 씨는 아들 둘을 둔 가장이다. 아내가 임신해 귀국하는 바람에 6개월째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여행을 좋아하는 청년이었다. 회사에 다니다 돈이 모이면 그만두고 1년씩 세계 여행을 다녔다. 그러기를 6년간 거듭하다 결혼하면서 정신을 차렸다.
"라오스에 있는 지인이 함께 일하자고 제의했고, 곧바로 수락했어요. 여행하면서 언제가 한번 와서 살아보고 싶다는 인상을 받은 나라였거든요. 고민할 이유가 없었죠."
지난해 '모국 방문 무역스쿨'에 참가해 월드옥타의 존재를 알았던 그는 당시 만난 동기생들과 지금까지도 연락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알고 이번에도 라오스에서는 '1번 타자'로 신청해 필리핀에 온 것이다.
"여행하면서 일할 수 있는 축구 에이전트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이 꿈을 성취하기 위해 현재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며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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