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이 다른 두 얼굴의 부룬디…내전으로 빠져드나

"1993년 내전 발발 직전과 닮아" 지적…일각선 "이미 전쟁 시작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07 01:28:27


낮과 밤이 다른 두 얼굴의 부룬디…내전으로 빠져드나

"1993년 내전 발발 직전과 닮아" 지적…일각선 "이미 전쟁 시작돼"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중부 아프리카 부룬디 수도 부줌부라 거리는 요즘 낮과 밤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다른 두 얼굴의 도시로 변했다.

낮에는 시장 상인들과 자동차들이 내뿜는 경적 소리로 시끌벅적하지만, 석양이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공허한 적막을 가르는 총성이 메아리를 울린다.

피에르 은쿠룬지자 현 대통령이 지난달 3선 도전에 성공한 이후 수개월간 지속하던 거리시위가 잦아들고 겉으로는 일상을 되찾은 것 같지만, 시내에는 공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AF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줌부라 외곽 시비토케 지역에서 택시를 모는 티에리는 "밤이 무섭다. 낮에는 모든 것이 정상이지만 밤이 되면 총성이 울린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모른다. 누가 해치러 올지 모르는 일"이라고 전했다.

비밀과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누가 총을 쏘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와 반대세력 모두 서로 노린다는 것이다.

공포감을 조장해 시민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경찰의 소행이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세력이 무기를 지녔으며 전투를 벌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벌이는 짓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티에리는 "이웃을 돌아보면 누구나 무기를 가지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이웃을 지키고자 스스로 무장했다"라고 전했다.

새벽이 밝아오면 간밤의 사건들이 소문으로 나도는 중에 어떤 날은 시신들이 아침에 발견되는가 하면 어떤 때는 사람들이 밤에 사라진다.

6일 오전에는 두 손이 묶인 채 도랑에 버려진 두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경찰 부대변인인 피에르 은쿠리키예는 '고문의 흔적'이 있다고 밝혔다.

은쿠리키예는 이날 시비토케에서 순찰차량에 수류탄을 던진 범인 2명을 총격 끝에 사살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관 1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부룬디는 지난 4월 은쿠룬지자 대통령이 3선 도전을 선언한 이후 위헌 시비 끝에 수개월간 격렬한 시위가 발생했으며, 군부를 중심으로 쿠데타가 발발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쿠데타 세력은 이후 북부지역에서 세력을 규합해 부줌부라 시내에서 수류탄 테러 등 공격을 감행하며 정부에 대항하고 있다.

부룬디 안팎에서는 대호수 연안에 있는 중부 아프리카 소국 부룬디가 또다시 내전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인권 운동가인 이노상 무호지는 부룬디 국민이 보안요원들에 의한 무차별 보복공격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지난 2일 은쿠룬지자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아돌프 은쉬미니마라 전 국가정보부(SNR) 수장의 암살로 두려움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야당 지지자들은 또 CNDD-FDD의 청년 조직인 임보네라쿠레('멀리 보는 자들'이란 뜻)의 공격도 무서워하고 있지만, CNDD-FDD 대변인은 지난 며칠 새 몇몇 여당 인사가 살해되는 등 자신들이 여당의 암살표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엔은 앞서 임보네라쿠레를 민병대로 묘사한 바 있다.

은쿠룬지자의 3선 도전에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한 주요 인권 활동가 피에르 클라베 음보님파는 최근 테러 공격에서 살아남아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귀가 중 오토바이를 탄 괴한의 공격으로 얼굴에 총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왔다.

유엔 안보리는 은쉬미니마라 장군 암살 이튿날 발생한 음보님파에 대한 공격을 비난하고 '부룬디 치안상황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은쉬미니마라 암살 뒤 보복 공격에 대한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한 현지 기자는 "장군의 사망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무호지는 "이제 우리는 주인 없이 풀려난 미친개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다"라며 심정을 피력했다.

일부 분석가는 부룬디의 현 상황이 13년 동안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1993년 발발한 내전 직전과 닮았다고 평가했다.

무호지는 이에 대해 "사실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라고 주장했다.

시비토케에서 더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는 티에리는 "아직 전쟁이 안 일어났지만 일어날 것이다. 이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라며 이미 이웃나라로 피신한 18만 명의 뒤를 따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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