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태' 재벌 기형적 지배구조 혁신 기회로"<전문가>

순환출자 규제·순수지주회사 전환·주주권 강화 등 제안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06 16:22:57

△ 대기업 소유구조 관련 당정협의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왼쪽 두번째)이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롯데 등 대기업 소유구조 관련 당정협의에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

"'롯데 사태' 재벌 기형적 지배구조 혁신 기회로"

순환출자 규제·순수지주회사 전환·주주권 강화 등 제안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김연숙 기자 =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 재벌 대기업의 지배 구조에 관한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6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당정협의회를 열어 재벌 총수 등이 해외 계열사의 지분이나 국내외 계열사의 출자 관계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롯데 사태를 계기로 재벌의 기형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대체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들은 순환출제 규제를 비롯해 순수지주회사 전환이나 주주권을 강화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배구조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2, 제3의 롯데 사태나 삼성-엘리엇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당정 협의 내용만으로는 부족하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순수한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하는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번 롯데 사태는 개발도상기의 재벌 체제라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경제력이 집중된 재벌 총수 일가의 이익과 국가 경제 이익이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기업 집단을 허용하되 순수 지주회사 형태로만 기업 집단을 유지하라는 명확한 규정이 있었다면 일본 롯데홀딩스가 롯데호텔을 지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순환출자를 통해 계열사들이 십시일반 해서 기업을 만들어 지배하는 식의 문어발 확장,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재벌들이 지주회사 제도로 운영하고 반드시 국내에 지주회사를 두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연구위원(박사)은 롯데 사태의 원인으로 구태의연한 '제왕적 경영' 방식을 들었다.

윤 박사는 "1인 제왕적 CEO에 의해 기업이 좌우되면서 순환출자라는 불합리한 지배구조 문제를 가져왔다"며 "롯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비정상적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롯데는 성장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공시하지 않거나 노출을 피하면서 규제의 사각지대를 적절히 이용했다"며 "다른 재벌들과 가장 큰 차이는 기업 공개보다는 복잡한 순환구조를 통해 채권시장, 사채권 시장을 이용한 점"이라고 말했다.

윤 박사는 순환출자 관련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그는 "일본의 롯데홀딩스가 일본회사법에 의해 설립 등기가 돼 있고 영향을 받는데 이를 우리 정부가 직접 규제하는 건 쉽지 않다"며 "해외법인이나 외국 기업이 매출의 일정부분 이상을 우리나라에서 거두거나 계열사에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당국에 보고하도록 관계 법령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시를 하거나 각종 정보 제공의 의무가 있도록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해야 하고 일본 금융당국과의 정보 공유를 위한 협정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일관되게 요구해 왔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순환출자를 중심으로 한 당정의 논의에 대해 "순환출자가 재벌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거래법 규제만으로 롯데 사태에 접근한다면 재벌 개혁의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흔히 순환출자가 가공자본을 창출함으로써 사실상 소액주주인 총수일가가 제왕적 지배권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순환출자 뿐만 아니라 100% 완전 자회사 출자 방식이 아닌 한 모든 형태의 계열사 출자에 해당된다"며 "순환출자만 규제하고 다단계 출자는 방치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기존 순환출자를 규제하게 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그룹은 사실상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009540] 그룹뿐"이라며 "두 그룹에 직접적 타격을 주고 롯데를 포함한 다른 그룹은 사실상 별 의미 없는 기존 순환출자 규제가 재벌 개혁의 핵심 의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재벌의 낙수 효과나 정부의 시혜조치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전자투표제·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집단소송 등 주주권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규정한 스튜어드십 코드의 조속한 제정 등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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