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의 저주' 사우디가 美셰일업체보다 먼저 파산할 수도"
올해 안에 270억 달러 국채 발행 관측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06 10:20:11
"'저유가의 저주' 사우디가 美셰일업체보다 먼저 파산할 수도"
올해 안에 270억 달러 국채 발행 관측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급락한 국제 유가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원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원유 선물시세로 미뤄 사우디는 2년 내에 곤경에 처할 수 있으며, 2020년 무렵에는 위기가 실제 상황이 될 것"이라며 "미국 셰일가스 산업이 위축되기 전에 사우디가 먼저 파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2020년 12월 인도분 미국 원유선물 가격은 배럴당 62.05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수요 감소와 미국산 셰일가스 공급 확산으로 지난해 여름 이후 급락한 국제유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망도 어두운 것이다.
사우디는 유가 급락세가 이어지던 지난해 11월 산유량을 하루 1천60만 배럴로 오히려 늘렸다. 유가 하락이 계속되면 셰일가스업체들이 버티지 못하고 고사할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미국 셰일산업의 목을 조르기 위한 증산이었다면, 사우디는 매우 잘못 판단한 것"이라며 "초기에 셰일업체들의 위협을 과소 평가한 데 이은 또다른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저유가 속에서도 셰일가스 생산량은 오히려 늘었다.
사우디중앙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아닌 나라의 원유업체들이 생각보다 저유가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며 증산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셰일업체들의 경우 전통 방식보다 채굴 비용이 높지 않고, 새로운 채굴 기술을 적용하면 비용을 추가 감축할 수 있다는 점도 사우디를 비롯한 전통 산유국에는 악재다.
반면 사우디는 석유산업 의존도가 90%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임에도 유가 하락 이후 지출을 크게 줄이지 않았다. 모든 노동자와 연금생활자에게 후한 보너스를 주고, 예멘 후티반군 격퇴에 큰 돈을 쓰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우디의 재정 적자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가 8년 만에 국채 발행에 나선 것도 이러한 재정 부담을 반영한 것이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가 저유가 여파로 올해 연말까지 270억 달러(약 31조6천억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이미 지난달 8년 만에 처음으로 40억 달러의 국채를 발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텔레그래프는 "사우디 정부는 1980년대 중반에 했듯이 당분간 투자지출을 줄일 수 있겠으나 결국은 혹독한 긴축이 불가피할 것이고, 지출이 줄어들면 수니파 맹주 지위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OPEC 이면에 있는 위태로운 정치체계보다 오히려 미국 셰일산업이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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