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즈 다카시 "마녀배달부 키키 제안, 나도 의아했다"

'주온' '그루지' 감독…"관객 예상 배신하고 싶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06 07:30:01

시미즈 다카시 "마녀배달부 키키 제안, 나도 의아했다"

'주온' '그루지' 감독…"관객 예상 배신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시미즈 다카시(43) 감독.

그의 이름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영화 제목은 '주온'이다.

1999년 비디오판으로 시작해 극장판으로 만들어진 공포영화 '주온'(2002)은 일본 안팎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 여러 편의 후속작이 나왔고 할리우드에서도 '그루지'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됐다.

'주온' 1, 2편과 '그루지' 1, 2편, '환생', '무서운 여자' 등 공포영화를 끊임없이 만들어 왔으니 '호러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는다.

그런 그가 들고온 신작은 뜻밖에도 '마녀배달부 키키'다.



'마녀배달부 키키'는 가도노 에이코의 동화로 탄생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89년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해진 작품으로, 견습 마녀가 전통에 따라 새로운 마을에 살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시미즈 감독은 이 이야기를 실사 영화로 만들었고, 영화는 5일 개막한 제17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됐다.

이날 오후 개막식에 앞서 세종로 한 카페에서 만난 시미즈 감독은 그의 이름과 영화 제목을 나란히 놓고 보니 낯설었다는 말에 "일본에서도 그런 반응이고 모두 그런 반응"이라며 웃었다.

"저도 프로듀서로부터 연출 제안을 받고 "왜 이 이야기를 나한테 하라는 거죠?'라고 되물었어요."

그런 감독이 결국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건 자신을 '공포영화 전문'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저는 호러 전문이 아닙니다. 데뷔해 히트한 영화가 우연히 공포영화였을 뿐이죠. 정통 호러보다는 공포가 섞인 어두운 판타지 장르를 좋아합니다. 그 프로듀서도 제가 만든 판타지 단편 영화를 보고 이 영화를 제안한 거라고 했고요."

지브리 스튜디오가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마녀배달부 키키'는 유럽풍의 어느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마녀 키키가 고양이 지지와 함께 펼치는 모험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냈다.

원작 동화가 있으나 애니메이션이 현재 성인인 일본 관객이라면 성장기에 누구나 봤을 법한 인기 작품인 만큼 비교를 피해갈 수는 없다는 점을 감독은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일본인들에게는 이 애니메이션에 따른 '마녀배달부 키키'의 이미지가 있어요. 제 영화는 키키라는 이 소녀가 마냥 예쁘지만은 않은, 땀 흘리며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좌절하더라도 꿈을 버리지 않으며 성장한다는 원작의 메시지가 있기에 따뜻한 느낌만큼은 애니메이션과 같을 거고요. 비교당할 것을 예상은 하지만, 자신 있습니다."



키키 역할은 일본 전국 오디션을 통해 뽑은 신인 배우 고시바 후카가 맡았으며 빵집 주인 역에 오소노로 오노 마치코, 키키의 엄마로 미야자와 리에가 출연했다.

컴퓨터그래픽(CG)이 있기는 하지만, 실사 영화로 일종의 판타지인 원작의 캐릭터와 무대를 옮기기는 쉽지 않았을 듯하다.

"원작에서 키키가 정착한 곳은 어느 나라도 아닌 '어딘가'로 표현돼 있어요. 허구의 공간으로 설정된 만큼 자유롭게 무대를 정할 수 있었죠. 애니메이션으로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고 고양이와 대화하는 연출이 가능하지만, 실사영화에선 최상의 상태로 나오기 어렵습니다. 이 영화를 위해 '해리 포터'를 많이 참고했는데 다시 보니 그 영화에서도 빗자루 타고 날아다니는 장면은 완벽하지 않더라고요. (웃음) 영화가 전해야 할 것은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그는 앞서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주로 판타지·공포 영화에 집중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서다. 한국에서 합작 제안을 받은 적도 여러 차례 있다고 했다.

"눈을 한 곳에만 두지는 않아요. 할리우드에서도 계속 영화를 만들고 싶고,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제안을 받았어요. 기획이 진전되지 않거나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아 진행은 되지 않았죠. 어디에서든 다들 정통 공포물을 얘기하는데, 호러에 코미디를 섞는다거나 전혀 다른 장르를 섞는 영화의 연출을 제안받으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공포와 웃음에는 닮은 부분이 있거든요."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을 묻자 또 예상에서 벗어난 답변이 나왔다. 일본에 있는 과학관의 돔형 상영관에서만 볼 수 있는 360도 3D 영상물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에요. 저는 도전을 좋아합니다. 같은 걸 하다 보면 저도 질리거든요. 관객이 예상하지 못하는 걸 만들어 많은 분을 배신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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