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철학 사유 대중화 시도한 '만남의 철학'

김상봉-고명섭 대담집…"철학의 방법 배우는 여정"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06 07:55:00

우리말 철학 사유 대중화 시도한 '만남의 철학'

김상봉-고명섭 대담집…"철학의 방법 배우는 여정"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광복 70주년을 기해 우리말로 된 철학체계의 대중화를 시도한 대담집 출간이 눈길을 끈다.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가 언론인이면서 다수의 인문 저작과 시집을 펴낸 고명섭 씨와 벌인 대담집 '만남의 철학'(길)은 그가 주창한 '서로주체성'의 철학을 대중적으로 알리고 함께 공유하자는 취지의 산물이다.

김 교수는 독일 마인츠대에서 이마누엘 칸트를 전공하고 귀국한 이래 칸트의 인식론적 체계를 기초로 서양철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극복의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1999년 '자기의식과 존재사유: 칸트철학과 근대적 주체성의 존재론', 2002년 '나르시스의 꿈: 서양정신의 극복을 위한 연습', 2007년 '서로주체성의 이념: 철학의 혁신을 위한 서론'은 그의 지적 여정을 오롯이 담아낸 3부작으로 꼽힌다.

대담의 형식은 정밀한 논리 전개를 따라가는데 익숙지 않은 일반 독자들이 그의 철학적 사유를 따라잡기 용이하게 하는 이야기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리한' 선택이라 할만 하다. 아울러 사상의 담지자인 철학자의 삶 속에서 철학이 연유하게 된 인과의 고리들을 긴밀하게 연결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용한 방식이 된다.

김상봉 철학의 핵심은 '만남'이다. 그는 서양의 주체 관념인 자기의식, 다시 말해 칸트의 주체 관념이 주체와 주체와의 만남이 갖는 인격적 관계에 주목하지 못하고, 인식론적 대상 또는 또 다른 사물로만 바라보는 한계를 지닌다고 비판한다.

즉 칸트적 의미에서 주체는 자신을 객체로 바라볼 때에만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 한계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유의 구조 하에서 주체는 스스로에 의해, 또 타인에 의해 객체가 되고 만다. 본질적으로 유아론적인 주체 의식이 폭력성의 외화로 나타나는 제국주의의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건 그에서 비롯되는 진단이다.

이에 반해 그는 주체와 주체와의 만남으로부터 새로운 주체성 개념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칸트가 말하는 주체와 동일어인 '홀로주체성'에 대비해 이를 '서로주체성'으로 개념화했다.

대담은 '주체'와 '만남', '공동체'의 세 장으로 구성된다. 대담을 함께 따라가는 일은 곧 철학적 사유의 방법을 배우는 과정과도 같다.

책은 두 사람이 지난 2013년 다섯 차례에 걸쳐 나눈 40여 시간의 대담을 토대로, 고 씨가 정리한 내용을 다시 김 교수가 다듬은 결과물이다.

716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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