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웅 연출 "그전까지는 함량 부족…이제야 안정적 운영"

고 연출이 이끄는 극단 '마방진' 창단 10주년 맞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05 07:02:15


고선웅 연출 "그전까지는 함량 부족…이제야 안정적 운영"

고 연출이 이끄는 극단 '마방진' 창단 10주년 맞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그전까지는 최선을 다했지만 함량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서야 안정적인 운영체계가 생겨 비로소 연극을 준비하면 좀 간단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공연예술계의 화제 인물 중 한 명인 고선웅(47) 연출. 3년 연속 전회 매진 기록을 세운 연극 '푸르른 날에', 창극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해 프랑스 무대까지 진출한 '변강쇠 점찍고 옹녀', 소설가 조정래의 원작을 뮤지컬로 만든 '아리랑'까지 최근 몇 년간 공연예술계에서 화제가 된 작품 가운데는 고 연출 작품도 적지 않다.

그런 고 연출이 이끄는 극단 '마방진'이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10주년 기념 공연인 '홍도'의 개막을 앞두고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고 연출은 창단 10주년을 맞는 소감을 묻자 "이제 면허증을 땄다고나 할까 사실 별 감회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곧이어 "극단에 내공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그전까지는 최선을 다했지만 함량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제서야 안정적인 운영체계가 생겨 비로소 연극을 준비하면 좀 간단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면허증을 땄으니 운전을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 연출은 10주년을 맞은 소회를 밝히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공연이 가능한 레퍼토리도 확보해야 하고, 관객들의 신뢰를 얻어 극단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선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레퍼토리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재공연이 가능한 작품들이 많아야 프로덕션도 안정을 찾고 작품의 재생산도 가능하다"며 "앞으로 열심히 하고, 또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듯 말했다.



그는 5일부터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이는 '홍도'가 이런 장기 공연이 가능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강철왕'과 함께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홍도'는 지난해 첫선을 보인 작품으로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기생 홍도의 비극적인 사랑과 운명을 그린 이 작품에는 TV와 영화에서 활약하는 배우 예지원과 극단 마방진에서 9년째 활동 중인 양영미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고 연출은 이 작품에 대해 "내가 추구하는 연극에 가장 가깝다"며 "쉬우면서도 구성이 탄탄하다. 또 이 시대에도 순수와 순정이 공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고전의 힘이 느껴지는 연극"이라고 소개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비극 속에 희극을 선보인 '푸르른 날에'처럼 그는 관객들이 '홍도'에 대해서도 '신선하다'는 인상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배우들에게 "울지만 웃어달라, 관객보다 감정이 앞서나가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작품마다 배우들에게 이런 요구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 연출의 이 같은 주문은 그가 연극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와도 관련이 있다.

그는 "어렵고 복잡한 것은 가짜 같더라"라며 "쉽지만 울림이 있는 작품이었으면 한다. 미학적 성취까지 있다면 더 좋겠지만 일단은 쉬운 대중극을 추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연극을 추구하게 된 데는 2010년부터 5년가량 경기도립극단 예술단장을 맡으면서 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는 "시군 수십 곳을 돌며 순회공연을 하다 보면 불특정 다수의 관객과 만나게 된다. 작품이 마음에 안 들면 끝나기도 전에 나가는 관객부터 중간에 전화받는 관객, 옆에 사람과 수다 떠는 관객까지 별별 사람을 다 경험했다. 그런 광경을 보면서 복잡하면 관객이 못 따라오는구나, 쉬우면서도 감동적이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중세 시대 연극처럼 중간에 관객들이 들락거릴 수 있으면서 중간에 들어온 관객도 극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개방적인 연극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요즘 관객들은 인내심이 줄었어요. 호흡도 가빠졌습니다. '내가 감동을 줄 테니 당신들은 주목하라'고 하면 안 됩니다. 공연 시간도 한 시간 반을 넘기면 어렵더라고요."

그는 관객의 주의를 붙잡아 두기 위해 속사포 같은 대사와 과장된 동작, 비극적 상황을 비틀어 웃음을 던지는 독특한 연출 기법을 선택했다.

'홍도'에서도 묻어나는 그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에 대해 관객들의 평은 엇갈린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사실을 잘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반응에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점차 싫어하는 관객보다는 좋아하는 팬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반씩 나뉘었다면 지금은 싫어하는 사람이 훨씬 적은 것 같습니다. 다들 쟤는 원래 저렇게 하는 애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제는 극단 마방진의 팬도 있습니다."

'홍도'에 이어 14~30일에는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강철왕'이 공연된다.

관객들은 이미 '강철왕'을 넘어 그의 차기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 연출은 최근 연달아 히트작을 내놓으면서 쏠린 기대감에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10년 동안 잘된 작품도 있지만 실패한 작품도 있다. 제 일이 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지만 그 부담만 갖고 살 수 없으니 결국은 내려놓으려고 한다. 일단 시작하면 툭 털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업 한번 하면 살이 몇 킬로그램씩 빠진다"고 나름의 스트레스를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의 작품 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대신 "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데 급급하며 살았다. 계속 발등의 불을 끄면서 살 운명 같다. 그냥 잘 끄는 데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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