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영화> ① 변치 않는 흥행의 열쇠는 '감동'

전 연령대 관람·뒷심 중요…'암살' 20대女 호응 커 '주목'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05 06:01:01


① 변치 않는 흥행의 열쇠는 '감동'

전 연령대 관람·뒷심 중요…'암살' 20대女 호응 커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암살'(감독 최동훈)이 개봉 이후 2주 동안 700만명을 훌쩍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면서 1천만명 고지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영화 국적을 통틀어서는 16번째, 한국영화로는 12번째 '천만 영화'가 된다.

가장 최근 1천만명을 돌파한 영화는 올 4월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1천49만명), 한국영화로는 작년 말 개봉작인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1천425만명)이 있다.

'암살'의 흥행은 한국영화 특유의 '감동' 코드가 관객에게 통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다.

관객 구성 측면에서는 역대 흥행작들과 달리 아직 40대 관객층이 약하고 여성 관객 비중이 높다. 이것이 천만 고지를 넘지 못할 전조일지, 아니면 충무로 흥행공식에도 변화가 오는 것인지 앞으로 확인해 볼 일이다.



◇ 극장에서 '감동' 찾는 관객들

전쟁영화('명량',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재난영화('해운대' '괴물'), 사극('광해, 왕이 된 남자' '왕의 남자'), 범죄 액션('도둑들'), 코미디('7번방의 선물'), 실존인물의 사회드라마('변호인').

그동안 '천만 영화'를 보면 장르나 소재가 무엇이든지 인간의 보편적 감성에 호소하는 드라마 요소를 강하게 담고 있다는 것이 최대 공통점이다.

이를 '신파'라고 부르는 이도, '감동'으로 보는 이도 있으나 이들 영화가 많은 한국인의 감수성을 건드렸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전쟁 영웅 또는 시민 영웅, 왕 또는 광대, 변호사 또는 범죄자들까지 어떤 캐릭터의 이야기를 그리거나 관객을 웃고 울리는 감동적인 드라마로 색칠했고 이것이 먹혀들었다는 뜻이다.

정지욱 평론가는 "최근 흥행 요인을 애국심 마케팅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애국심보다는 신파가 포인트"라며 "여기서 신파는 울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울면서도 웃고 웃으면서도 우는, 웃음과 눈물을 겸비하는 감성"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감수성은 '희생' 코드로 읽히기도 한다.

자신의 인생이나 목숨, 또는 그만큼 소중한 무언가를 내놓아 다른 이를 구하거나 나라를 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이 숭고미와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해석이다.

'암살'의 흥행 비결로도 나라를 되찾으려 목숨 걸고 뛰었으나 역사에 이름이 남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정신이 불러일으키는 감동이 가장 먼저 꼽힌다.

이 영화를 배급하는 쇼박스의 최근하 팀장은 "가장 두드러지는 관객 반응은 '고맙다'는 것"이라며 "특히 젊은 관객들은 '잘 몰랐던 이야기'라며 재미와 의미, 두 가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감동 또는 희생 코드가 작년부터 잇따라 관객에게 통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2003년 '실미도'(감독 강우석)를 시작으로 탄생한 '천만 영화' 15편 중 5편이 2014년 이래 개봉한 작품일 정도로 최근 1∼2년간 '천만 영화'는 흔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영화인들은 "천만 영화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통용된다고 입을 모은다. 흥행은 영화의 오락적 재미나 만듦새를 넘어 개봉 당시의 사회적 상황, 시대적 흐름이라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뒤섞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최근 희생을 모티브로 감동을 주는 작품의 잇단 흥행 대박이 의미심장해지는 부분이다.

작년 여름 한 영웅의 고독하고 위대한 싸움을 그린 '명량'이 세월호 침몰 이후 실의에 빠진 국민에 정신적 탈출구가 돼 줬고, 그에 이어 흥행작이 된 '국제시장'은 정치적 논란에도 가족을 위해 평생 헌신한 아버지 세대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공감을 얻었다.

암살 역시 광복 70년 일본 정부의 그릇된 과거사 인식이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일본군 사령관과 친일파 암살작전을 그림으로써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찬일 평론가는 "최동훈 감독의 영화적 장점을 놓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일종의 판타지를 그려내 '아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줬다는 점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희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관객들이 영화 속 희생정신을 보며 열광하는 것"이라며 "이제까지 크게 흥행한 영화를 보면 액션 영화든 휴먼 드라마든 희생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전 연령대가 봐야 대박 영화…'암살' 20대 여성 호응 큰 점 '주목'

영화 관계자들이 또 하나 지적하는 '대박 영화'의 특징은 어느 한 세대만 좋아해서는 탄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극장을 찾는 주 관객층은 20대 여성이다. 그러나 역대 대박 영화를 보면 20∼40대 남녀 관객의 비중이 비교적 고른 편이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역대 최대 흥행작인 '명량'(감독 김한민, 1천761만명)의 경우 20대 관객이 29.4%, 30대가 28.7%, 40대가 30.7%였다.

역대 2위 흥행작인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1천425만명)도 비슷했다. 20대 29.4%, 30대 28.6%, 40대 30.7%다.

물론 이는 상영 기간을 통틀었을 때 비중이며 초반 양상은 영화별로 달랐다.

개봉 첫 주에 '명량'은 40대 관객 비중이 31.6%로 20대(30.7%)보다 약간 컸지만, 국제시장은 20대가 33.9%로 30대 26.8%, 40대 24.8%에 크게 앞섰다.

초반부터 정신없이 '빵빵' 터졌던 '명량'에는 20∼40대 관객이 고루 들었다면, 뒤로 갈수록 힘을 받은 영화인 '국제시장'은 20대가 주로 보다가 점점 30∼40대로 관객층이 넓어졌다는 뜻이다.

'암살'의 초반 양상은 '명량'보다 '국제시장' 쪽에 가깝다.

'암살'의 관객은 개봉 첫주 20대가 39%를 차지했고 30대가 25.6%, 40대가 22.9%였다. 그러다가 2주차에 들어 20대 비중은 38%, 30대는 25.1%로 다소 줄어든 대신 40대는 24.1%로 높아졌다.

그러나 '암살'은 여전히 20대의 비중이 높고 기존 흥행작들보다 40대 관객층이 약하다.

반면 여성 관객 비중은 기존 작품들보다 1∼2%포인트 높을 뿐 아니라 개봉 첫 주(60.6%)보다 2주차(62.1%)에 더 올라간 모습이다. 특히 여성 중에서도 20대 비율이 42∼43%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볼만한 영화, 또는 봐야 하는 영화라는 소문이 퍼져 평소 극장을 잘 찾지 않는 관객층까지 스크린 앞으로 끌어들여야 전 국민의 5분의1이 보는 영화가 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약하다는 뜻이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흥행 요인인 '뒷심'도 관건이다.

개봉 1, 2주차에 모을 수 있는 관객 수에는 한계가 있고 매주 새로운 경쟁작이 등장해 스크린을 빼앗아가는 극장 환경까지 고려하면 개봉 3주차까지 돌풍이 유지돼야 한다.

2013년 개봉작 '관상'은 1, 2주차에 폭발적 반응을 얻었으나 3주차부터 뒷심 부족으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900만대에 머물렀다.

같은 해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톱스타 김수현을 내세워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초반 관객몰이에 성공해 개봉 이후 첫 휴일 하루에만 91만9천명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으나 이후 관객 수가 뚝 떨어지며 결국 700만명을 못 채웠다.

개봉 3주차에 들어선 '암살'이 '뒷심'을 발휘해 천만 고지를 넘을지는 아직 두고볼 일이다.

일단 전망은 긍정적이다. 좌석점유율은 2주차 주말 70% 안팎, 월요일인 4일에도 51.9%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예매점유율도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암살'이 20대 여성 관객 비중을 높게 유지하면서도 천만 고지를 넘는다면, 천만 영화가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고 갈수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입소문이 흥행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반영한다는 풀이도 가능해진다.

쇼박스 최 팀장은 "기존 흥행작들에 '아버지'의 입장이 많이 그려졌다면, '암살'은 '청년' 독립투사들이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젊은 층으로부터 '멋있다', '감사하다'는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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