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고혹적이고 역동적인 다큐 '디올 앤 아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8-02 09:00:03


고혹적이고 역동적인 다큐 '디올 앤 아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디올 앤 아이'(감독 프레드릭 청)는 크리스티앙 디오르라는 한 패션 브랜드의 컬렉션 무대 뒷이야기를 들려주는 다큐멘터리다.

한 분야의 제한적인 소재를 다루는데다 이야기를 재구성한 극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인 만큼 좁은 범위의 관객들만 설득하는 데 그칠 수 있다.

그러나 패션을 잘 모르고 관심이 많지 않더라도 이 영화에 들어 있는 '영혼'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기 넘치는 아름다움과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잘 만들어졌는지 문제는 소재와 장르가 아니라 그 소재에 접근하는 만든 연출자의 시선과 출연자의 태도에 달렸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다시금 환기한다.



15년간 디오르를 대표하는 수석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는 2011년 유대인 모욕 파문을 일으킨 끝에 해고됐고 그의 후임으로 다소 뜻밖의 인물인 라프 시몬스가 부임한다.

시몬스는 미니멀리즘 브랜드 질 샌더에서 일했고 남성복 작업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기에 낭만적인 여성복 중심 브랜드인 디오르와 맞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샀다.

게다가 프레타 포르테(기성복) 컬렉션만 해왔던 그는 부임하자마자 통상 4∼6개월이 걸리는 오트 쿠튀르(맞춤복) 컬렉션 준비를 8주 만에 해내야 하는 과제를 받는다.

영화는 시몬스가 이 8주의 시간을 보내는 과정을 그리면서 창업자 크리스티앙 디오르(1905∼1957)의 모습과 그의 자서전을 조금씩 섞어 넣는다.

시간대를 달리하는 시몬스와 디오르, 두 인물의 교차는 처음에는 단순한 나열에 불과하나 점차 자연스럽게 융합되며 시너지효과를 낸다.

이를 통해 영화는 옷을 만들고 선보이는 일이 그저 값비싼 브랜드가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철학과 문화예술의 가치를 담는 작업임을 증명한다.

영화는 시몬스의 작업을 영웅적으로 그려나가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히려 진짜 주인공은 시몬스가 아니라 디자이너의 추상적 스케치를 옷으로 현실화하는 아틀리에(작업실) 사람들의 모습이다.

갓 부임한 시몬스와 디오르의 살아 있는 역사인 아틀리에 사람들은 큰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미묘하게 엇갈린다. 그러나 존중을 바탕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조금씩 마음을 맞춰 나간다.

기쁨보다는 슬픔의 감정으로 자신이 만든 옷을 내보내고 컬렉션 당일에는 수석 디자이너 시몬스를 손뼉 치며 무대로 올려 보내는 아틀리에 사람들의 모습은 불안과 압박감에 시달리다가 성취의 감격을 누리는 시몬스 이상으로 감동을 준다.

영화는 길지 않은 상영시간 동안 이런 과정을 절묘하게 잡아낸다.

시나리오를 창작하고 그에 맞춰 장면을 연출하는 극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기승전결을 잘 갖춘, 아름답고 역동적이며 따뜻한 영화다.

6일 개봉. 89분. 전체 관람가.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