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현 재심은 잘못…특별기구서 논란 다뤄야"(종합2보)
조계종 대중공사 결의…"재심호계위원 사퇴" 권고
스님 재가자 모여 서 전 총무원장 사면 놓고 8시간 넘게 격론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29 23:36:33
△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9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불광사에서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가 열리고 있다.
이날 대한불교조계종은 '서의현 전 총무원장 재심 결정을 통해 본 종단개혁'을 긴급 의제로 논의한다. 201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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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현 재심은 잘못…특별기구서 논란 다뤄야"(종합2보)
조계종 대중공사 결의…"재심호계위원 사퇴" 권고
스님 재가자 모여 서 전 총무원장 사면 놓고 8시간 넘게 격론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서의현 전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재심 논란과 관련 조계종 승려와 재가자들이 "이번 결정은 종단 개혁정신과 대중공의에 어긋난 잘못된 판결"이라며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대중공의 기구를 구성해 멸빈자 사면 등 종단 과거사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9일 잠실 불광사에서 '종단개혁과 서의현 전 총무원장 재심 결정'을 주제로 '조계종 제5차 사부대중 100인 공사'를 열었다.
회의 참가자들은 이날 종합 토론과 조별 토론을 마친 뒤 "이번 결정은 종단 개혁정신과 대중공의에 어긋난 잘못된 판결"이라고 결론 내리고 "이번 판결에 대해 재심호계위원들은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권고했다.
또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기구 구성을 통해 사면 등 종단 과거사 문제를 다루고, 중앙종회와 총무원은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집행해야 한다"고 토론 결과를 정리했다.
이날 회의에서 내린 결론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대중공사가 종단 승려와 재가자들의 공의를 모으는 공식 절차인 만큼 조계종 집행부와 재심호계원 등은 이번 회의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은 최근 서 전 총무원장 복권을 위한 후속절차를 중단하면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와 중앙종회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해 해결방안을 도출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8시간 넘게 열린 회의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한 승려와 재가자 약 150명이 참가한 가운데 격론이 벌어졌다.
대홍사 법인 스님은 "서의현 재심 파동은 멸빈(승적의 영구박탈)자는 복권할 수 없다는 종헌 조항, 확정된 판결은 다시 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호계원법 조항, 초법적 권한을 지니며 세속 법정에서도 그 효력이 인정되는 1994년 승려대회의 멸빈 결정, 서 전 총무원장 본인의 탈종 선언과 승적 말소의 법적 효력 등을 무시한 것"이라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또 "멸빈 징계가 언론에 공개된 상황에서 징계서가 본인에게 송달되지 못해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 역시 납득할 수 없으며, 재심호계원은 (승적이 말소된) 서 전 총무원장이 재심 청구인 자격이 있는지도 토의하지 않고 사실 관계에 대한 논의도 없이 1시간 만에 재심 결정을 내렸다"며 "이번 결정은 불법, 탈법적 결정으로 무효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의도포교원 현진 스님은 "서 전 총무원장은 1994년 당시 초법적 권한을 지녔던 승려대회에 의해 멸빈된 것으로 승려대회의 결정은 번복될 수 없는 것"이라며 "스스로 탈종을 선언한 의현스님의 멸빈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종단의 질서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단 바로 세우기를 하지 못한 책임은 종단 책임자에게 있다"며 행정수반의 최고 책임자인 원장 스님이 자리를 내려놓는 것이 종단을 위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재가자 이정민 씨는 현 상황을 "부도덕이 아니라 무도덕한 상태"라고 비판하면서 "승가가 제대로 서서 재가자를 잘 이끌어주지 못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문제를 "불법(佛法)으로 해결해야지 세속의 법률적 해석으로 해결할 수 있겠느냐"며 "여러 가지 사정을 봐서 다시 복권한다면 멸빈이라는 제도 자체가 사문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불광사 불광법회의 서재영 씨는 "서 전 총무원장이 멸빈 처분을 받은 것은 처자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 등 조계종의 정신적 근간을 해쳤기 때문"이라며 "국적을 포기한 가수 유승준이 의무와 권리가 박탈당한 것처럼 스스로 탈종한 서 전 총무원장에 대해서도 마땅히 의무와 권리를 박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채은 대학생불자연합회 회장 역시 이번 결정은 절차를 무시했다며 "재심호계원의 판결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치적 보복 수단으로 악용되어 온 멸빈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참석자들도 있었다.
중앙종회의원 만당 스님은 "종헌 상 멸빈이 너무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정치 보복의 수단으로 많이 이용되면서 종단 역사 발전에 손실을 가져왔다"며 멸빈 제도의 문제점을 진지하게 토의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잘못된 과거는 개혁하고 바꿔나가야지 이를 담당했던 인적 구성원을 멸빈으로 일소에 제거하는 것은 승가의 이념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구 삼보사 동훈 스님은 화합문중, 자비문중의 정신을 살릴 것을 강조하면서 "이 문제가 절차상 잘못됐다거나 종헌 종법에 어긋난다면 중앙종회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인숙 전 불교여성개발원장 역시 "법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관습이나 생활의 사고방식, 삶의 기준"이라며 법보다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심 판결의 중심에 섰던 호계원장 자광 스님은 "우리 종단은 94년 개혁정신을 지금도 계승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종헌 종법으로나 호계원법으로나 위배되는 사항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졸속, 절차 무시라는 말이 나오는데 서 전 총무원장이 5월 2일 재심 청구를 한 이후 한 달 동안 충분히 토론했다"고 반박했다.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언제든 사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대중의 뜻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1994년 조계종단 개혁은 당시 두 차례 총무원장을 역임했던 서 전 총무원장이 3선 연임을 시도하면서 촉발됐다.
그해 4월 10일 열린 승려대회에서 승려들은 3선 반대와 종단 개혁을 요구하며 개혁회의를 출범시켜 종헌·종법 개정을 이끌어냈고, 의현 스님에 대해 탈종과 개종 도모, 은처 등 가족관계 논란, 종단 화합과 정통성을 파괴하는 불법 집단행위 야기 등을 이유로 멸빈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6월 조계종 사법기구인 재심호계원은 1994년 당시 징계의결서를 통보받지 못해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서 전 총무원장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공권정지 3년으로 감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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