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부동의에도 추경 의회 통과…예산전쟁 재점화(종합)

110억원 증액에 원희룡 지사 "특혜성 예산 증액 포함…동의 못해"
구성지 의장 "집행부 요구 절차 모두 이행했는데 왜 증액 안되나"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28 16:55:25

△ (제주=연합뉴스) 28일 제주도의회 제332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도의회의 예산 증액에 대해 '부동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2015.7.28 << 제주도의회 >> atoz@yna.co.kr

제주도 부동의에도 추경 의회 통과…예산전쟁 재점화(종합)

110억원 증액에 원희룡 지사 "특혜성 예산 증액 포함…동의 못해"

구성지 의장 "집행부 요구 절차 모두 이행했는데 왜 증액 안되나"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도의회가 도의 추가경정예산안을 110억원가량 삭감·증액 손질한 뒤 도가 부동의 입장을 밝혔음에도 가결 처리하는 등 도와 의회의 '예산 전쟁'이 재점화됐다.

도의회는 28일 제332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수정가결한 2015년도 제2차 제주도 추경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36명 가운데 찬성 34명, 기권 2명으로 가결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도의회 예결위는 도와 예산 증액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도가 제출한 4조1천333억원 규모의 2015년도 제2차 추경예산안 세출 부분을 112억6천996만원 상당 손질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제주지사는 "증액된 항목 가운데 특혜성 보조금 등이 포함돼 있으며, 도지사의 권한인 동의권을 사실상 강요하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부동의 입장을 표명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의회가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액하거나 신규 비용항목을 설치할 때 지자체장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예결위는 메르스 관련 제주관광 정상화를 위한 홍보 마케팅 예산 60억원, 해양관광 테마 강정항 조성사업 6억8천만원, 공무원 국외출장 및 국제행사 참여 5천만원 등을 삭감해 가공용 감귤수매가격 차액 보전 40억1천600여만원, 무 세척시설 현대화 지원사업 1억3천만원 등에 증액 편성했다. 명시이월 승인 요청한 사업 280건 2천979억900만원에 대해서도 불승인했다.

원 지사는 "증액 자체가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타당한 증액에 한해 동의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번 증액 항목 가운데는 감사 지적 사항, 공모 사업임에도 특정 단체가 사실상 내정된 사업, 협의과정에서도 문제가 됐던 특정 단체 친목·단합행사 경비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특혜성 보조금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간곡히 입장을 전달했지만 의회는 끝까지 의회가 제시한 항목에 동의할 것을 요구했으며, 동의하지 않자 메르스 극복 마케팅 등 협의에서 논의되지 않던 항목까지 대폭 삭감하면서 특혜성 보조금 증액은 유지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원 지사는 "일부 동의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 적도 있지만 다수 법 위배, 특혜성 보조금을 포함한 타당성 여부, 절차상 일방적이면서 도지사에게 동의를 강요하는 중대한 하자가 있어 의회가 비용을 증가하거나 신설한 항목 전체에 대해 부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성지 의장이 "증액 또는 신규 설치한 비목 전체를 부동의하는 것이냐"고 되묻자 원 지사는 "협의 과정에서 상당 부분 증액을 전제했지만 감정적인 삭감이 들어갔다"며 재차 부동의 의사를 밝혔다.

추경안 처리 후 구성지 의장은 폐회사를 통해 "국회나 다른 의회에서 전부 인정하고 있는데 왜 원희룡 도정만 증액을 거부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겠다"며 쓴소리를 했다.

구 의장은 "집행부가 요구하는 대로 사업별 설명서도 전부 첨부하고 요구하는 모든 절차를 이행했음에도 의원들이 증액 요구한 사업 건수의 31%만 인정하겠다고 해 협상이 실패했다"며 의회는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도 간부 공무원이 의회 전문위원실에 달려와 큰소리를 치면서 소란 피운 일, 의원에게 언성을 높이며 싸울 기세로 대응해 정회 소동이 벌어진 일, 예결위의 삭감·증액에 '몽니'라는 표현을 쓴 일 등을 언급하면서 "언제부터 의회가 만만해졌느냐"고 공무원들의 태도를 질타하기도 했다.

본회의에 앞서 의회 예결위는 계수조정 과정에서 일부 사업 예산을 증액하는 문제를 두고 도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계수조정 후 이경용 예결위원장은 "추경심사 제반 절차를 투명하게 집행부에 공개해 합의를 끌어내려 했으나 실망이 크다"며 "집행부의 고착화, 정형화된 사고방식은 도민 삶의 질 향상에 장애물이 된다. 도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와 손잡고 서로 존중하며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고태민 의원은 "예산 관련 협상이 부진하기에 어제와 오늘 같은 당 소속인 지사와의 면담도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못했다. 정치란 이런 것인가 하고 후회되고, 제가 원내대표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원내대표직 사의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의회의 추경안 처리 강행에 대해 김용구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열어 집행부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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