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버지니아에 뜬 '고토리의 별'…"통일되면 장진호 찾아갈 것"
장진호 전투 기념비 건립에 '초신 퓨' 모여…"한국 자랑스럽다"
현경대 "통일 노력으로 이어지길"…새누리당, 기념비 지원 약속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28 06:10:51
미 버지니아에 뜬 '고토리의 별'…"통일되면 장진호 찾아갈 것"
장진호 전투 기념비 건립에 '초신 퓨' 모여…"한국 자랑스럽다"
현경대 "통일 노력으로 이어지길"…새누리당, 기념비 지원 약속
(콴티코=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통일이 되면 장진호 호숫가에 이보다 멋진 기념비를 세우겠습니다. 그러니 미국이 통일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참전용사 여러분이 도와주십시오."(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27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버지니아 주 콴티코 시의 해병대 박물관에서 열린 장진호 전투 기념비 건립 기공식. 65년 전 처절했던 혹한의 사투(死鬪)에서 살아남은 노병들 사이에서는 '통일'이라는 말 한마디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평균 연령 85세인 이들 참전용사들로서는 더 늦기 전에 전우들과 목숨을 걸고 싸웠던 장진호 전투의 현장을 다시 찾아가 보고 싶다는 바람이 그만큼 간절한 탓이다.
90세인 존 그레이 예비역 중령은 "엄지 발가락이 동상에 걸리고 물이 부족해 길가의 눈을 먹었던 일, 고토리를 탈출해 흥남으로 향하던 고통스러웠던 행군의 기억이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며 "그래도 다시 그 땅을 밟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옆에 서 있던 브루스 우드워드(85) 장진호 기념비 추진위원장도 "빨리 통일이 되어서 다시 그곳에 가보고 싶다"고 거들었다.
장진호 전투에 살아남은 이들 참전용사에게는 '초신 퓨'(Chosin Few)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 초신은 장진(長津)의 일본어 발음(ちょうしん)을 영어식(Chosin)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당시 미 해병의 숫자가 중공군의 10분의 1밖에 안된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지옥같은 장진호 전투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생존자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1980년대 초 4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던 이들 생존자는 세월이 흘러 지금은 50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날 기념비 건립을 위해 첫 삽을 뜬 참전용사들은 한결같이 '고토리의 별'을 장식한 배지를 달았다. '고토리의 별'은 장진호 전투가 정점으로 치닫던 1950년 11월 26일 밤 고토리 지역에 뜬 밝은 별을 뜻한다. 이 별을 신호탄으로 미 해병1사단이 이중 삼중의 중공군 포위망을 뚫고 흥남으로 철수하는데 성공했고, 이를 기리고자 '고토리의 별' 장식을 만든 것이다. 기념비의 꼭대기에도 같은 장식이 올려진다.
기독교인인 리처드 케리 예비역 중장은 "고토리의 별은 나에게 '베들레헴의 별'(아기 예수의 탄생을 동방박사들에게 알리고 그들을 베들레헴까지 안내했다는 별)이었다"고 말했다.
이들 생존자가 가장 자랑스럽게 느끼는 장진호 전투의 의미는 바로 '흥남철수'에 있다. 1만5천 명에 불과한 미 해병이 10배 가까운 12만 명의 중공군을 상대로 17일간의 처절한 사투를 벌여 '남하'를 저지했고, 그 결과 미군과 한국군은 물론 피란민 10만 명이 흥남부두를 통해 성공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장진호 전투를 기리기 위한 기념비가 미국 해병대 박물관 부지 내에 들어선다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한국이 정부와 민간을 통틀어 적극적 지원에 나선 데 대해 가슴 뭉클함을 느끼는 듯했다.
장진호 전투의 주역으로 꼽히는 스티븐 옴스테드 예비역 중장은 "오늘같이 행복한 날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은 내 가족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 후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삶을 어렵게 꾸려가면서 나라를 세계의 주요국으로 성장시키고, 또 미국의 주요 동맹의 하나가 된 데 대해 너무나도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기념비는 단순히 미국 해병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유엔의 이름으로 싸웠던 모든 동맹국의 병사들에게 바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동상 후유증이 남아있다는 케리 예비역 중장은 "지난 3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거둬 정말 기쁘기 한량없다"며 "우리는 장진호 전투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총 60만 달러(한화 약 7억 원)가 소요되는 이번 기념비 건립에는 한국 정부와 민주평통, 그리고 정치권이 적극적 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억5천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이날 기념비 건립 추진위원회 측에 전달했으며, 국회로부터 승인을 얻는 대로 내년 초까지 1억5천만 원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기념비 건립 비용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자문위원들을 상대로 도움을 청해 불과 2주 만에 15만 달러의 기금을 모았고, 이날 기공식에서 이를 공식으로 전달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장진호 전투는 1차 대전의 프랑스 벨로 숲 전투, 2차대전의 이오지마 전투와 함께 미 해병의 3대 전투로 꼽힐 정도로 의미가 깊다"며 "기념비 건립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예산 1억5천만 원이 확보될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애국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기금모금에 동참하자는 뜻을 밝힌 바 있다"고 소개했다.
내년 5월 완공되는 기념비 건립 사업은 혈맹(血盟)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의 과거와 현재를 되새기고 통일을 향하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현 수석부의장은 "이번 기념비 건립은 더욱 성숙한 한·미 동맹을 만들어가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며 "나아가 장진호 전투의 고귀한 정신이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북한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회복하고 굶주림에서 해방해 8천만 모두가 행복한 통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8시부터 11시50분까지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는 신경수 주미대사관 국방무관과 강도호 워싱턴 총영사, 윌리엄 웨버 6.25 참전용사 기념재단 이사장 등 한미 참전용사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 참전용사 호명식 행사를 마무리했다.
6.25 참전용사 기념재단은 지난 25일 사흘간 일정으로 미군 전사자 3만6천574명의 이름을 호명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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