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70년 격동의 삶…'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展
국립현대미술관, 작가 110여명 270여작품 전시…평가는 관람객 몫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27 15:21:08
광복 이후 70년 격동의 삶…'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展
국립현대미술관, 작가 110여명 270여작품 전시…평가는 관람객 몫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1945년 이후 한국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형용사와 동사로 간단하게 정리한다면?
국립현대미술관이 광복 70년을 기념해 28일부터 10월11일까지 서울관에서 진행할 전시에선 이를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으로 제시한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분단,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 등 한국사회 흐름을 미술작품으로 그저 연대기 순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다양하고 불안정한 동시대 삶을 폭넓게 이야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7일 광복 70년 기념전이지만 "광복을 완결된 역사적 사건이 아닌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 중인 사건으로 간주한다"며 "광복과 함께 시작된 남북 분단의 상처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다른 어떤 이념이나 가치에 앞서는 실존적 삶의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등 근대 거장을 포함해 여러 세대 작가 110여명의 회화, 드로잉, 사진, 조각, 설치, 뉴미디어, 서예 등 270여점을 선보인다.
'소란스러운'을 주제로 한 1부는 전쟁으로 분단된 조국, 비무장지대(DMZ), 떠나온 고향,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전후 삶 등을 다뤘다.
이수억의 '6·25 동란'에선 고개를 떨어뜨리고 수레를 끌거나 이를 뒤따르는 사람들이 보이고 권영우의 '폭격이 있은 후'는 제목이 내용을 말해주는 듯하다.
2부 '뜨거운'에선 1960~1980년대 단기간 이뤄진 산업화, 도시화, 민주화를 주제로 한다.
18세부터 배관용접공으로 일한 조춘만의 '인더스트리 코리아(IK 150312-석유화학)', 민중미술운동과 밀접한 작품활동을 해 왔다는 이종구의 '대지-모내기, 여름, 가을, 겨울' 등을 선보인다.
마지막 3부 '넘치는'에선 세계화 흐름 속에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삶을 보여준다는 취지로 구성된다.
전시장 일부에선 가수이자 시인 성기완이 신중현, 산울림, 조용필 등 시대를 풍미한 이들의 대중가요 21곡을 믹싱한 '가상 라디오 노래 따라 삼천리'가 흘러나온다.
전체 전시작 중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은 75%다.
전시에선 정창섭의 민족기록화 '경제건설'(1977), 백남준의 '이태백'(1988)이 국내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민족기록화는 2002년 청와대로부터 이관된 것이고 백남준 전시작은 뒤셀도르프 시절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최정화의 디자인으로 이뤄졌다는 전시공간은 어두운 색에서 점차 밝고 화려한 색으로 바뀌고 벽은 철망, 합판, 알루미늄, 비닐 등 다양한 재료로 제작됐다.
비교적 많은 작품이 설치된 전시공간은 관람객에 따라선 다소 복잡하고 난해한 느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전시를 올해 2월부터 준비했다"며 "그동안 이 공간에 100점 이상 작품이 걸린 적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우 길다고는 할 수 없는 준비 기간에 마련된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 따라선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다양하고 불안정하게 느껴질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한국사회가 겪어온 격동의 시간을 반영한 것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관람객 중 외국인 30%가 찾는다는 서울관에서 준비한 광복 70주년 기념전에 대한 평가는 관람객의 몫으로 남는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광복 70년을 기념해 내달 15일 과천관, 서울관, 덕수궁관 무료입장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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