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성 "'아리랑'으로 마음고생…만들기 잘했다 생각"

"조정래 선생님 사흘 연속 전화해 '대단하다' 칭찬"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26 08:00:06

박명성 "'아리랑'으로 마음고생…만들기 잘했다 생각"

"조정래 선생님 사흘 연속 전화해 '대단하다' 칭찬"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조정래 선생께서 사흘 연속 전화해 '박명성이 대단하다. 박명성이 아니면 누가 이런 일 하겠느냐'는 얘기를 30분씩 하시더라고요. '아리랑' 만들기 정말 잘했다 싶었습니다."

지난 16일 개막해 호평 속에 공연 중인 뮤지컬 '아리랑'은 제작 기간만 3년여가 소요됐다.

수백명이 등장하는 12권짜리 장편소설을 2시간 40분 남짓한 뮤지컬 무대로 옮기는 작업이 그만큼 쉽지 않아서다. 뮤지컬 특성상 엄청난 제작비가 예견된 상황에서 흥행 여부는 가늠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제작사의 고민을 키웠다.

뮤지컬 아리랑이 중간에 몇 번씩 무산될 고비를 넘어 마침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제작사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련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박 대표의 '뚝심'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아리랑을 프리뷰(사전공연)부터 모두 4차례 봤다"면서 "실제 극장에 막이 올라가는 걸 보니 자부심이 들었다. 만들기 잘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이 방대한 소설을 과연 2시간 40분짜리로 압축하는 게 과연 가능할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면서 "그동안 접을까 말까 속으로 고민 많이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제작비가 50억원씩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인데 나 스스로 과연 흥행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지도 고민거리였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과거 대형 창작 뮤지컬에 두차례나 도전했다가 큰 손해를 본 아픈 기억도 있었다.

당연히 주위에서도 만류가 계속됐다.

그럼에도 그가 또 한 번 뮤지컬 제작에 도전한 것은 아리랑 제작이 대한민국 뮤지컬을 한단계 도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외국에서 들어온 라이선스 뮤지컬은 앞으로 달음박질해 나아가고 있다. 국내 창작 뮤지컬은 제자리걸음인데 과연 해외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숙제였다"면서 "관객들 반응 보니 우리 창작 뮤지컬도 이 정도 만들 수 있다고 보여준 것 같아 프로듀서로서 자부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고선웅 연출에게 공을 돌렸다. 고 연출이 아니었으면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고선웅이 같이하자고 마음을 내지 않았으면 무대에 못 올라갔을 겁니다. 고선웅이라야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시작했는데 정말 해냈습니다."



그러나 '아리랑'은 폐막일까지 공연기간 내내 흥행 성적이 좋다고 해도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제작비만 50억원이 투입된 탓이다.

그는 그러나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객들 반응이 좋아 재공연이 가능할 것 같아서다.

그는 "우리 회사가 '시카고'나 '맘마미아' 같은 10년 이상 이어가는 라이선스 작품들이 있다. 그동안 창작 뮤지컬은 그런 고정적인 레퍼토리가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에 앞으로 10년 이상 해나갈 정말 귀한 레퍼토리를 하나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개막 후 원작자인 조정래 선생의 축하 전화를 받고 나니 그간의 마음고생도 다 씻겨나갔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선생님이 사흘 연속 전화해 '박명성이 대단하다. 박명성이 아니면 누가 이런 일 하겠느냐'며 칭찬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이 기분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행복합니다."

박 대표는 후배 프로듀서들과 관객들에게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자체도 의미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이미 '아리랑'의 뒤를 이을 새로운 창작 뮤지컬 제작에 착수했다.

차기작으로는 김미환 교수의 소설 '담징'과 화가 이중섭을 소재로 한 작품을 동시에 검토 중이다.

그는 "그 고생을 하고 또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제정신은 아니다"라면서 "그래도 2년에 한편 정도 관객들에게 수준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험상 세밀하게 전략 짜고 그러는 것보다 일단 저질러놓고 그다음에 전략을 짜는 편이 낫더라"라며 "그냥 앞으로도 햄릿처럼 살까 싶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진정한 프로듀서라면 남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그런 위험한 도전에 항상 목말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도전정신이 없다면 스스로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편하게 살려면 뭐하러 이 길을 걷느냐"면서 "예술가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가을 출간하는 예술 경영에 관한 책 제목이 '이럴 줄 알았다'라면서 "앞으로도 항상 이렇게 생각하려 한다. 성공해도 '이럴 줄 알았다', 좀 안된다고 해도 '이럴 줄 알았다'. 내겐 마침표이자 시작 같은 말이다. 머리 쥐어짜고 고민한들 무슨 소용이냐. 그냥 편하게 생각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