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꽃' 광고…북한서도 개화할까
월드컵축구 예선 경기장에 북한기업 광고판 등장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26 05:00:59
△ 지난달 2018 러시아 월드컵축구대회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이 열린 평양 김일성경기장에 걸린 북한 후원기업들의 광고 현수막.(연합뉴스 자료사진)
'자본주의의 꽃' 광고…북한서도 개화할까
월드컵축구 예선 경기장에 북한기업 광고판 등장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북한도 마침내 상업광고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된 걸까.
북한 조선중앙TV는 6월16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우즈베키스탄의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경기를 중계했다. 그런데 화면 속에 개성 고려인삼, 평양 건재공장, 조선금강그룹 등 북한기업 광고판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광고판 중에는 '맑은 아침'처럼 그동안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정보기술(IT) 업체도 눈에 띄었다.
북한이 이란과의 최종 예선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본선 진출을 사실상 확정 지었던 2009년 6월 평양 양각도경기장.
조선중앙TV가 이례적으로 생중계했던 당시에는 경기장에 대회 스폰서인 삼성, 현대 등 남한 기업과 기린, 도시바 등 일본 업체의 광고판은 있었지만 북한 기업 광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계획에 의한 생산과 국가에 의한 분배를 기본으로 하는 북한의 경제체제 속에서 시장경제의 상징이자 경쟁의 도구인 광고는 사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북한 사회에서 자국 기업이나 상품의 광고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경제운영 논리가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물건을 팔려고 소비자에게 호소하고 경쟁하는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이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사실 북한에 광고가 등장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7월 대동강맥주는 조선중앙TV를 통해 광고를 시작했다. 남한의 60, 70년대 상품광고를 연상케 하는 "어, 시원하다! 대동강 맥주"라는 광고문구는 당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됐다.
같은 해 8월에는, 평양을 방문하는 남한 사람들의 필수 답사코스로 여겨졌던 '평양냉면의 대명사' 옥류관이 광고 대열에 동참했다. 메추리구이와 메추리고기 완자탕 등 메추리 요리 출시를 앞두고 선보인 사전광고였다.
옥류관은 광고에서 "어서 오시라. 옥류관의 메추리 요리 식사실로∼ 높은 영양가, 풍부한 영양성분, 높은 흡수율로 정신적 부담이 많은 사람, 시력이 약한 사람, 소화장애가 있는 사람, 피가 적은 사람에 더없이 좋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당시 북한의 광고 시도는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불과 2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저런 광고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할 때 처음으로 한 짓"이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는 후문이 들린다.
그 여파로 방송업무 총책임자였던 차승수 조선중앙방송위원장은 해임됐다. 그는 작년에야 조선기자동맹 위원장이라는 명예직으로 복귀했다.
북한 내부에서는 광고 관련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일성종합대학 학보는 2012년 제3호에 실은 '수출품 광고의 이용에서 나서는 기본 요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광고활동에 대한 국가적 지도와 통제를 원만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광고법을 정확히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보는 이어 "사회주의 사회에서 광고법은 내부에 자본주의적 요소가 스며드는 것을 막고 모든 광고활동이 사람들의 물질문화 생활을 향상시키며 나라의 경제를 빨리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사람과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고라는 것이 피할 수 없는 경제적 도구가 된 상황이라면 차라리 관련법의 제정을 통해 기준을 제공하자는 요지로 이해된다.
북한에서 광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각종 상품과 회사 광고를 전담하는 회사도 생겼다.
조선광고회사가 그 주인공이다. 2006년 2월 생긴 이 회사는 기관, 기업소, 회사들과 경쟁력 있는 상품들에 대해 광고활동을 하고 있다. 평양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철에 열리는 국제상품전람회에 개별 부스까지 열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북한의 시장화 추세에 따라 기업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마케팅의 핵심인 광고는 피할 수 없는 경영의 도구"라며 "현재는 일부 경제특구법에만 허용된 광고가 앞으로 전면 자유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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