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열정으로 달궈진 안산의 밤…페스티벌은 시작됐다
'안산M밸리 록페스티벌' 개막…노엘 겔러거·데드마우스 내한공연
빗방울에도 열광적인 반응…2만 관객 모여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24 23:48:27
음악 열정으로 달궈진 안산의 밤…페스티벌은 시작됐다
'안산M밸리 록페스티벌' 개막…노엘 겔러거·데드마우스 내한공연
빗방울에도 열광적인 반응…2만 관객 모여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비 온다고 못 놀면 페스티벌이 아니죠. 쓰러질 때까지 집에 안 갈 거예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싶어요."
24일 '안산M밸리 록페스티벌'(이하 밸리록페)이 열린 경기도 안산 대부바다향기 테마파크에서 만난 18살 이정훈 씨는 처음 찾는 페스티벌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날 밸리록페가 펼쳐진 4만평 부지는 태풍 할롤라의 영향으로 빗방울이 흩뿌렸고, 땅은 질척거렸다. 또 후텁지근한 날씨에 땀이 쉴 새 없이 흘렀다.
그러나 비와 끈적끈적한 날씨도 2만 관객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밸리록페가 막을 열자 관객들은 비 오는 페스티벌을 예상한 듯 우비와 장화를 갖춰 입고 안산을 찾았다. 이들은 대부분 친구와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였다. 2~3일권을 예매한 사람들은 전날부터 캠핑촌에서 개막을 기다렸다.
일단 입장한 관객들은 진흙 속에 발이 푹푹 빠지는데도 나란히 마련된 빅탑, 그린 스테이지를 오가며 무대를 보기 바빴다. 또 공연이 시작되면 땀인지 비인지 모르게 흠뻑 젖은 채로 환호하고, 몸을 흔들었다. 진흙이 사방으로 튀고, 다른 관객이 뿌리는 물세례에 머리가 다 젖어도 열광적인 반응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관객들의 호응에 아티스트들은 신나 보였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는 공연을 하며 '너무 재밌다'란 말을 반복했다.
올해 밸리록페는 록이라는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상대적인 잘 알려진 대중적인 아티스트들을 많이 섭외했다.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 등 인지도 있는 인디밴드는 물론 괴짜 디제이(DJ) 데드마우스, 한국 관객에게 친숙한 노엘 겔러거 등이 그 예다. 이런 연유인지 공연장을 찾은 연령대는 다양했다. 물론 20~30대 젊은 관객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이를 데려온 주부, 가족과 함께 온 40~50대도 눈에 많이 띄었다.
40대 주부 강영선 씨는 장기하와 얼굴들 공연에서 함께 온 10살 아들과 함께 쉴새 없이 뛰고 있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오아시스의 팬인데 노엘 겔러거가 온다고 해서 아들과 함께 오게 됐다"며 "남편은 지금 회사에 있다"고 웃었다. 이어 "어른들 공연이라 아이가 재미없어 할 줄 알았는데 너무 즐거워한다"며 "음악이란 게 참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김혜정(53) 씨는 축축한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그는 "아들, 딸이랑 같이 왔는데 공연을 봐도 무슨 노래인지 모를 줄 알았는데 그냥 함께 즐기게 된다"며 "젊은 사람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것만 해도 힘이 난다"고 즐거워했다.
날이 어둑해지자 미키마우스 헬멧을 쓰고 공연하는 것으로 유명한 데드마우스가 그린스테이지 무대에 올랐다.
.데드마우스가 빨간 배경 사이로 등장하자 그린스테이지는 한 편의 클럽을 방불케 했다. 관객들은 미키마우스 가면과 모자를 쓰고 '죽은 쥐'를 외치더니 곧 발광다이오드조명과 쾅쾅거리는 일렉트로닉댄스음악(EDM)에 몸을 맡겼다. 시시각각 엇박자로 '어이 어이'를 외치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한국 관객들의 열정에 놀라는 눈치였다.
영국인 안나 스미스 씨는 "요즘 EDM 음악을 즐겨 듣는데 데드마우스 음악을 실제로 들으니 더 흥겹다"며 "한국 친구들의 호응은 정말 최고다.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헤드라이너인 전 오아시스 리더 노엘 겔러거였다. 겔러거의 공연이 시작된 밤 10시쯤에는 비도 그쳐 있었다. 2만 관객은 너도나도 할 거 없이 무대 앞에 몰려들었다.
겔러거는 영어권 국가도 아닌데 히트곡을 '떼창'하는 한국을 가장 좋아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가수다. 검은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오른 그의 한국 사랑은 여전했다.
'샴페인 슈퍼노바', '왓에버', '더 마스터 플랜' 등 오아시스의 히트곡이 이어지자 관객들의 '떼창'이 시작됐다. 갤러거는 자신의 솔로 곡과 오아시스 시절 곡을 적절히 선보였다. 마지막 곡은 한국 팬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였다. 겔러거는 후렴구에선 노래를 관객들에게 양보하기도 했다.
비는 흩뿌렸지만 4만평 부지는 그야말로 열정 그 자체였다. 주최 측은 매표소와 페스티벌 부지 사이의 거리를 줄이고, 방역작업까지 대폭 확대하며 더욱 쾌적한 페스티벌이 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했다. 그 노력의 결과가 드러나는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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