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화해 포용인가…베를린에 레닌이 돌아온다

1970년 동독 공산정권서 위용…해체 폐기 24년만에 두상 발굴 전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23 23:23:46


또 다른 화해 포용인가…베를린에 레닌이 돌아온다

1970년 동독 공산정권서 위용…해체 폐기 24년만에 두상 발굴 전시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수도 베를린의 하펠강이 휘감은 자그마한 섬이 하나 있다. 그 곳에 자리한 슈판다우성(城)에 레닌이 24년 만에 돌아올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독일 현지 매체와 AFP 통신에 따르면 슈판다우성은 18세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베를린 기념물 100여종을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영구 전시한다는 목표 아래 1991년 사회주의 몰락과 함께 버려진 레닌의 두상도 찾아내 전시 리스트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슈판다우성은 5년 전부터 높이 19m에 이르는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랴노프(레닌의 본명)의 전신 조형물 작품 중 1.7m 길이의 머리 부분을 되찾아 전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관할 시 당국에 도움을 요청해 왔지만 거절당해왔다.

철 지난 레닌의 두상을 다시 꺼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반문과, 괜스레 발굴 비용만 지출된다는 논거가 당국의 주된 거부 배경이었다.

그러나 슈판다우성은 이미 이념적 논란의 기억은 사라진 지 오래인 데다 역사 기념물적 전시 가치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배경에 깔고 끝내 당국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의 레닌 조형물은 독일 통일 전인 1970년 동독 쪽 베를린 프리드리히스하인의 옛 레닌 광장에 세워졌다. 당시 동독 공산 정권은 '레닌 탄생 100년'을 사흘 앞둔 그해 4월 20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조형물 공개 기념식을 열었다.

그러나 이 조형물은 소련 해체에 이은 동유럽 사회주의권 도미노 붕괴 과정에서 1991년 129개로 갈가리 해체돼 인근 쾨페닉 숲에 버려졌다.



당시 레닌상(像) 폐기는 사회주의권 붕괴와 함께 러시아 혁명을 이끈 레닌의 공산이념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도 받아들여졌다.

조형물은 우크라이나산 붉은색 화강암이 주 재료로 두상 무게만 최대 3.86t로 추정될 만큼 규모가 엄청나다.

현지 언론은 두상 발굴 작업에 2만 유로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덧붙여, 레닌 두상에 장지뱀이라고 불리는 모래도마뱀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생태 파괴를 피해 9월에야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레닌 두상의 발굴과 전시 프로젝트 추진에는 기독민주당(CDU) 소속의 슈판다우 지역의원으로서 문화 분야를 담당하는 게르하르트 한케(59)가 크게 역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레아 타이센 슈판다우성 큐레이터는 "레닌을 영웅적 인물로 치장하지 않고 발굴된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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