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후 한 세대 흘러도 동·서 격차 '여전'
베를린인구·개발연구소, 25년 변화 추적 보고서 공개
"또 한 세대 지나야 극복…완전 같아지긴 불가능"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23 18:11:25
△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관문 (연합뉴스 사진DB)
독일 통일 후 한 세대 흘러도 동·서 격차 '여전'
베를린인구·개발연구소, 25년 변화 추적 보고서 공개
"또 한 세대 지나야 극복…완전 같아지긴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헬무트 콜 총리는 "머지않아 동독 지역도 '꽃피는 초원'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25년이 흐른 지금 콜전 총리의 장밋빛 약속은 이뤄졌을까?
베를린인구·개발연구소(BIfBE)는 22일 '통일은 이렇게 진행중'(So geht Einheit)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통일 이후 25년간 동·서독 지역의 변화와 현황을 25개 분야로 나눠 인구사회학적으로 비교 분석한 것이다.
오는 10월 3일로 통일 25주년을 맞는 시점에 나온 이 보고서는 동서독 통합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를 가장 구체적·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종합 연구의 산물이다.
연구소는 '한때 분단됐던 독일은 어느 만큼 동반성장해왔나'라는 부제의 이 보고서를 내면서 언론에 보낸 보도자료 제목을 '25년이 지나도 동과 서엔 여전히 많은 차이가 있다'고 붙였다.
보고서 서문에서 "25년 전 정치적 결단으로 시작된 두 독일민족 국가의 통일은 총체적으로는 성공적 역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45년간 분단의 세월이 남긴 여러 흔적들이 아직 남아 있으며, 동서독 지역엔 여전히많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동·서독 격차 = 통일 이후 동독 주민 소득이 급격히 늘어나긴 했다. 그러나 현재 월 평균수입은 1인당 2천800유로로 여러해째 서독 주민의 4분의 3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독일 최고 부자 500명 중 동독 거주자는 20명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대부분 수도 베를린에 산다.
동독에선 연 순수입 11만유로면 상위 10%에 들지만, 서독에선 24만유로는 돼야 한다.
평균 노동시간은 동독 지역이 길지만, 생산성은 서독에 비해 여전히 낮다. 실업률은 서독의 2배나 되며 빈곤층 비율도 훨씬 높다. .
옛 동독산업 붕괴와 낙후한 산업·경제구조, 공산주의 체제 때 문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동독지역 평균 부동산 가격은 서독의 절반 이하다. 동독지역 부동산 소유자의 60%가 서독 주민이다.
독일 전제 외국인 이민자 비중은 13%를 넘고 베를린은 4분의 1이 넘는다. 그러나 그 비중이 5%도 채 안 되는 동독지역에서 오히려 외국인 혐오 극우주의 목소리는 훨씬 크다.
물론 자연환경이나 문화재 등 동독이 더 나은 부분도 있다. 라이프치히 등 일부 도시의 인프라와 산업은 서독 지역 여느 도시보다 좋다.
또 소비성향, 교육수준, 기대수명, 출산율과 자녀수 등 비슷해진 분야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소득수준 차이로 좋아하는 상표가 다르다. 자동차의 나라에서도 고급 승용차인 BMW의 서독인 소유 비율이 동독의 2배다. 반면 동독에선 옛 체코산 스코다가 가장 인기다.
동독지역 5개주는 학생들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자주 상위에 오르지만, 학교 중퇴자 비율은 서쪽에 비해 월등히 높다.
사회 문화적으로도 서로 많이 다르다.
예컨대 서독의 개신교 또는 가톨릭 신자 비율은 1987년 85%에서 지금 66%로 줄었다. 그러나 동독지역은 종교가 없는 사람이 4분의 3이나 된다.
사회주의 체제였던 동독에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서독지역보다 훨씬 높다. 여성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서독 사람이 크게 줄긴했어도 여전히 동독보다 그 비율이 훨씬 높다.
동독지역에선 아이를 탁아소에맡기는 비중이 50% 넘지만 서독에선 25%다.
삶의 만족도, 투표율 등 정치참여도 등은 서독보다 낮다.
잘사는 서독 지역으로,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떠나면서 동독 인구는 통일 이후 200만명 줄었다.
라이너 클링홀츠 BIfBE 소장은 "예전 동서독 국경을 경계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차이가 예전과 똑같이 나타난 연구 결과에 우리도 놀랐다"고 토로했다.
◇ 동서독인 간 사랑은 외국인과 사랑과 같아 = 경제 격차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차이와 이질성이 커 양쪽 출신 주민이 사랑하는 일이 외국인과 사귀는 일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동독인 71%는 여전히 동서독인 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이 줄어들긴 했어도 여전히 상대방에 대한 반목과 질시가 남아 있다.
서로 '잘난체하고 건방진 서독인', '불만많은 투덜이 동독인'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도 여전하다.
클링홀츠 소장은 "콜 전 총리가 약속한 '꽃피는 초원'이 동독지역에 일부 생기긴 했으나 통일 당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분단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제1공영방송 ARD는 '하나가 됐지만 결코 같아지지 않았다'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일간지 FAZ는 '여전히 큰 동서 간 차이들', 타게스슈피겔은 '분단의 여파 여전히 계속'으로 제목을 뽑는 등 독일 언론은 격차에 주목했다.
도이체벨레 방송은'25년이 지나도 동등해지지 않았다'며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은 '머리 속의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클링홀츠 소장은 "통일은 정치적 의지에 따른 행동이 아니고 또다시 한 세대는 지속될, 천천히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현재 독일인구의 4분의 1인 약 1900만명은 통일 이후 태어났다. 통일 50주년인 2040년엔 이들이 절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클링홀츠 소장은 "그때가 되면 새로운 독일을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완전히 같아지는일은 구조적 문제들 때문에 불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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