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서 '표심 온도계' TV 심야토크쇼 역할 주목

예리한 풍자·유머로 시청률 견인…유권자 영향력 커
예비후보들 출연요청 쇄도…심야토크쇼 '춘추전국' 도래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23 09:10:49


미국 대선서 '표심 온도계' TV 심야토크쇼 역할 주목

예리한 풍자·유머로 시청률 견인…유권자 영향력 커

예비후보들 출연요청 쇄도…심야토크쇼 '춘추전국' 도래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개막한 가운데 TV 심야 토크쇼가 공화·민주 양당 선거참모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TV 심야 토크쇼는 미국 선거에서 정치자금과 더불어 유권자 표의 향방을 가름하는 2대 변수로 알려져 있다. 미국 대선에서 TV 심야 토크쇼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2년 가까이 이어지는 선거 운동기간과 무관치 않다.

한국의 대선 운동기간은 공식적으로 23일에 불과하지만, 미국에서는 10개월(1월 예비선거에서부터 11월 일반선거까지)에 이른다.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예비선거를 치르기 훨씬 전부터 선거 캠페인을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에 이르는 기간이 '대선 시즌'이라고 할 수 있다.

TV 심야 토크쇼는 이 기간에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가공하거나 때로는 독설과 풍자로 포장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실제로 퓨리서치가 2012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인들은 대선과 관련된 뉴스를 유력 신문들에서가 아닌 '투나잇쇼'(NBC), '레이트쇼'(CBS), '데일리쇼'(코미디센트럴) 등 심야 토크쇼를 통해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화·민주 양당 선거캠프에서 TV 심야 토크쇼를 예의주시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현재 공화·민주 양당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TV 심야 토크쇼에 출연하려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인지도를 높이고 정치적이지 않은 서민적 풍모나 부드러운 면을 부각시키는데 심야 토크쇼만한 무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88년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 조지 H.W. 부시의 선거참모 리 애트워터는 자니 카슨이 진행하는 '투나잇쇼'를 매일 점검했다. 그가 풀어내는 정치 얘기가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0년 대선에서는 앨 고어 민주당 후보 측 선거참모들이 정치인과 할리우드 스타들의 코믹 변신과 정치 풍자를 다루는 NBC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진행자 대릴 해먼드의 표정을 지적해 화제가 됐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고어 후보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마치 유머감각이 전혀 없는 목석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009년 3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제이 레노가 진행한 '투나잇쇼'에 출연해 재미를 본 이후 지상파와 케이블, 온라인을 가리지 않고 토크쇼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전략가인 도나 브라질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TV 심야 토크쇼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정치적 쟁점을 널리 알리는 홍보 효과를 선점했다"고 밝혔다.

아닌게 아니라 미국 TV 심야 토크쇼 진행자들의 풍자 대상 1번은 정치인들이다. 특히 미국 대선 기간은 정치인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을 훌륭한 소재다.

심야 토크쇼의 '전설' 자니 카슨에서부터 제이 레노, 최근 은퇴한 데이비드 레터먼은 날카로운 정치 풍자로 프로그램 시청률을 이끌었다.

특히 NBC의 '투나잇쇼'를 21년간 이끌었던 제이 레노는 유머러스한 정치 풍자로 프로그램 시청률을 올린 대표적 진행자였다.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2003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다는 출사표를 던진 것도 '투나잇쇼'에서였다.

레노와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펼쳤던 CBS의 '레이트쇼'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먼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의 혹독한 비판자였다.

그는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 후보를 무자비하게 비판했고 그의 토크쇼 출연을 거절하기도 했다.

이들이 잇따라 퇴진하면서 TV 심야 토크쇼는 '춘추전국 시대'를 맞았다.

CBS는 9월부터 정치풍자로 유명한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가 레터먼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이에 맞서 NBC는 레노의 뒤를 이어 '투나이트 쇼'를 이끄는 지미 팔론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ABC는 번뜩이는 순발력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지미 키멜을 내세우고 있으며, TBS에서는 독설로 유명한 코넌 오브라이언이 버티고 있다.

민주당 선거 고문이자 22년간 '투나잇쇼'에서 정치인 풍자 글을 써왔던 존 막스는 "TV 심야 토크쇼는 대선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선거 관심도를 재는 '온도계'이자 이를 리셋할 수 있는 '온도조절장치'"라고 밝혔다.

로버트 리히터 조지 메이슨 대학 교수는 "TV 심야 토크쇼에서 풍자와 유머는 선거 캠페인 문법의 한 부분"이라며 "그것은 정치인들이 우려해야 할 뉴스가 아니라 그저 조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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