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녀석' 원작자 "서로 달라도 마음은 통할 수 있다"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각본 참여…"영화 100% 만족"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22 15:58:32
'고녀석' 원작자 "서로 달라도 마음은 통할 수 있다"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각본 참여…"영화 100% 만족"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일본 그림책 '고녀석 맛있겠다'는 일본에서만 200만부가 팔렸고 중국, 대만, 미국 등에서도 인기를 누린 베스트셀러 시리즈다.
국내에서도 11년에 걸쳐 시리즈 중 열 편이 번역 출간돼 어린이 독자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 시리즈는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로 한 차례 제작된 데 이어 최근 두 번째 작품이 한국 자본으로 탄생했다. '고녀석 맛나겠다2-함께라서 행복해'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 영화는 지난달 일본에서 개봉한 데 이어 29일 국내 개봉한다.
원작 작가 미야니시 다쓰야(59)가 22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시사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시사회 전 연합뉴스와 만난 미야니시 작가는 완성된 이번 작품에 대해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만들었기에 나오는 느낌이 있다"며 "100%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외국에서도 이 시리즈를 좋아하고 영화를 제작하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게 무척 반갑고 기뻤습니다. 문화가 전혀 다른 곳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일본에는 없는 무언가가 영화에 들어갈 것이라고 기대했어요.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이 열심히 작업한 결과물이므로 100% 만족합니다."
미야니시 작가는 직접 시나리오 원안을 썼다. 그가 영화 각본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영화는 모두 13편이 나온 '고녀석' 시리즈의 7권 '나를 닮은 당신이 좋아요', 8권 '널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장편 영화인 만큼 각 편에 별개의 에피소드를 담은 그림책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림책 작업과 각본 작업은 전혀 다르죠. 그림책은 가능한 한 설명을 하지 않으려 하고 독자가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 행과 행 사이를 읽게 됩니다. 그림 한 장을 보고 그 그림의 움직임을 상상하게 되죠. 그러나 영화 대본은 설계도이므로 모든 것을 담아야 합니다."
애초에 제작사 미디어캐슬은 애니메이션 전문 작가에게 이번 영화의 각본을 맡겼으나 원작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판단에 결국 각본 작업은 원작자에게로 돌아갔다.
미야니시 작가는 1편보다 대상 연령대를 낮추고 따뜻한 분위기를 살린 2편에 애정을 표시했다.
"다른 분이 쓴 시나리오는 원작과 너무 달랐어요. 물론 영화는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작업이니 100% 내 세계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중심을 관통하는 세계관만큼은 담고 싶었어요. 영화 1편을 보면 나쁜 쪽 공룡이 죽는 장면이 있어요. 이번 작품은 제가 쓰면서 악당이라도 내면에 희미하게 남을 생각하는 착한 마음이 있다는 점을 살려 넣었습니다."
그런 세계관은 '고녀석' 시리즈가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으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는 요인이다.
그의 작품의 주인공은 가장 난폭한 공룡인 티라노사우르스지만, 그 티라노사우르스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초식공룡을 만나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하고 끝내 헤어지더라도 잠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공룡을 통해 세계관을 펼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한때 무명이었다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자신의 삶을 먼저 소개했다.
"처음 그림책 작가가 됐을 때는 먹고살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점점 책이 팔리게 됐고 살 수 있는 물건이 늘어났죠. 그러나 가난했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살 수 있는 집과 차, 옷, 음식을 사는 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것을 삽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큰 집과 차, 명품과 좋은 음식으로 사람을 평가합니다."
그는 이어 돈, 권력, 지위를 가진 존재, 그와 정반대에 있는 존재를 대비해 보여주는 이야기를 구상한 결과, 육식공룡과 초식공룡의 이야기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늑대도, 호랑이도 그려봤지만 아닌 거 같았죠. 그러다 공룡을 찾아냈고 가장 힘이 센 티라노를 택했습니다. 그 반대 지점에 있는 건 갓 태어난 초식공룡 안킬로사우루스입니다. 착하고 연약하지만 솔직한 캐릭터죠. 둘 중 누가 더 대단한 존재인가를 생각하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제 이야기에서 둘은 결국 함께 살아가지 못합니다. 괴로운 관계죠. 그럼에도 마음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그리고 있습니다."
미야니시 작가는 애초 '고녀석 맛있겠다'를 1편으로 끝낼 생각이었지만, 예상 밖에 '대박'을 터뜨리는 바람에 13편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1편은 부자간의 사랑인데, 세상에는 다른 종류의 사랑도 많이 있죠. 그런 사랑을 공룡에 빗대어 그리다 보니 13편까지 나오게 됐어요."
인터뷰 내내 유머감각을 자랑한 미야니시 작가는 앞으로 시리즈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 질문에 "이제 그만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에 인터뷰 장소에 배석한 출판사 포푸라의 오쿠무라 덴 대표가 깜짝 놀라자 미야니시 작가는 크게 웃었다.
"출판사 사장님이 원하고 저 역시 많이 그리고 싶지만, 지치는 작업입니다. 마음으로는 계속 많이 그리고 싶어요. 주제에 관해서라면, 그릴 수 있는 건 끝없이 많습니다. 사랑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니까요. 애니메이션도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많이 만들어져 제 마음을 많은 사람이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미야니시 작가는 이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동화 구연도 선보였다. 시사회장은 다양한 연령대의 청소년과 어른들로 가득 찼다.
"그림책을 쓰고 그릴 때 어린이 또는 어른이라고 대상을 정해놓지는 않아요. 기본적으로 아이들도 알 수 있는 언어로 쓰려고 하지만, 모든 인간이 읽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에 이 시리즈를 어른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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